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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로 바라보기 : Show me the Money!!

한국 힙합, 쇼미더머니가 인기 있는 이유

Show me the Money!!

쇼미더머니 첫 시즌을 봤을 때, 힙합을 그래도 나름 어릴 때부터 들어왔으니까, 랩은 못해도 난 들을 줄 아는 사람이니까, 내 가사에 중학교 때 형의 MP3에서 흘러나온 음악이라는 구절은 힙합 리스너라는 자부심을 나타내는 말이니까하면서 뭣도 모르면서 그 프로그램을 봤었다. 첫 시즌 이후에 6년이 지났고 힙합이라는 장르는 쇼미더머니의 성장과 함께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미 수많은 힙합에 대한 평론이나 쇼미더머니에 대한 글을 쓰고 싶은 것도 아니고 뭘 좋아하는지 영업하는 글을 쓰고싶지도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서 뭐라도 남을 만한 글을 쓰고싶었다. 사실 쇼미더머니와 힙합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어제 수업 시간이었다.

“진실한 스토리와 오디션이 주는 서사의 매력, 그리고 각 캐릭터의 개성이 쇼미더머니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문화콘텐츠를 연구하시는 교수님께서 쇼미더머니를 보고 말씀하신 내용은 고개를 끄덕일 만했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던 학생들도 관심있는 소재가 나오니 이것저것 말하기 시작했다. 강의실에서 '힙합' 얘기가 나오다니 정말 쇼미더머니가 쌓아올린 힙합이라는 장르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 생각보다 크게 자리 잡은 것 같다. 쇼미더머니가 카메라에 담아 보여준 한국 힙합은 한마디로 “대박”을 쳤다. 언젠가 한번은 생각해서정리하고싶었다. 왜 쇼미더머니가 사람들의 머리 속에 자리잡게 되었는지, 힙합이 어느새 젊은 세대 사이에서 주류 음악으로 자리잡았는지 팬심은 싹 빼기는 힘드니 조금만 넣어서 한번 알아보자.

새로운 시도

랩이나 잘하라고. 하고 외쳤던 래퍼는 두 시즌만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제 쇼미더머니는 랩이나 잘해서는 성공할 수 없는 음악 오디션이 되었다. 앞으로 남은 회가 많고 어떤 새로운 시도가 등장할 지 알 수 없지만 쇼미더머니는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새로운 베팅 시스템은 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이제 더 나올 사람이 있어..? 하면서도 새로운 프로듀서와 등장인물을 섭외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어떤 프로듀서는 공상과학음악을 내세우며 오랫동안 쌓아온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했고, 랩이 주무기가 아닌 개성 강한 래퍼도 당당하게 탑16에 이름을 올렸다. 힙합의 꽃이라고 알려진 배틀랩은 상대방을 깔아뭉개는 디스전이 아니라 신나는 판으로 변했다.

캐릭터

캐릭터는 프로그램의 인기를 지속시키고 팬 층을 확보한다. 엠넷이 슈퍼스타K 때부터 키운 오디션프로그램에서의 캐릭터 활용 능력은 거의 정점에 달한다.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될 캐릭터가 등장해도, 가능성이 보이면 카메라는 빠르게 그 캐릭터를 재형성한다. 쇼미더머니를 오래 본 사람이라면 이제 좀 지겨울법한 ‘슈퍼비’라는 캐릭터 역시 쇼미더머니가 만들고 쇼미더머니가 키운 래퍼다. 재치 있는 성격과 장난스러운 캐릭터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지만 역시 가장 놀라운 건 시즌마다 발전하는 랩 캐릭터다.


더하여 10대 캐릭터가 저번 시즌부터 꽤 많이 등장했다. 고등래퍼의 등장과 인기에 이은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저들 뒤 탈락한 수많은 미성년자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도 있겠다. 아이돌이나 대중가수가 아니라 래퍼도 ‘장래희망’이 된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 대학가 성공해."로 대변되는, 학생들에게 씌워진 굴레가 쇼미더머니와 같은 프로그램이 서서히 벗겨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누군가는 TV와 연예인이 애들을 망친다고 욕하겠지만, 그럴수록 아마 10대들에게 힙합의 인기는 더 높아질 것이다.

 

힙합 자체의 캐릭터도 많이 변한 것 같다. 단순히 말하면 유행이 바뀌었다. 힙합이 인기있는 이유는 흔히 솔직함이나 진심 등의 매력에서 찾곤 하는데, 저번 시즌 쇼미더머니와는 뭔가 분위기부터 다르다고 해야하나. 출연진의 성향에도 영향을 받는 프로그램일 뿐이겠지만 이번 쇼미더머니의 캐릭터는 어쩐지 조금 더 변했다. 쇼미더머니 녹화장은 머니스웩을 내세우거나 내면의 진지한 이야기를 '말하기'하는 걸 넘어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되었다.

마지막 이유, 그리고 걱정

주춤주춤하던 레이블도 있었지만 힙합시장은 크게 '쇼미더머니에 나온 레이블'과 아티스트들에 의해 분할된다. 힙합 시장의 크기는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쇼미더머니는 힙합 시장의 크기를 키웠고 그 시장을 여러 레이블들이 분할해 가져갔다. 레이블들은 안정적인 대중들의 기반 위에 대형 기획사 형태로 자리 잡았고 그 보답으로 리스너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힙합 음악을 들려준다. 그들이 전하는 사운드는 각 레이블 혹은 아티스트마다 다르지만, 메시지는 다른듯하면서도 같다.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아마 쇼미더머니, 힙합이 인기 있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난 내가 하고싶은 걸 하면서 살아."
가사로 바라보기 : Show me t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도, 목표도 아직까지는 힙합음악과 같다. 내가 하고싶은 걸 하면서 살고 싶다. 힙합은 그 꿈을 실현시켜주는 데 엄청난 동기부여와 자극을 준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건 '내가 하고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것'의 대가를 쇼미더머니는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힘들었던 자신의 삶이나 마음의 걱정은 그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에겐 자신과 자신의 음악을 더 알릴 수 있는 소재정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그곳에 출연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 아직도 비트를 찍고 기타를 치고 목소리를 뱉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이 주어질만큼 그 시장은 크지 않다. 그들에게 있어서 배가 고프다거나 남들의 시선을 받는다거나 하는 건 그럭저럭 견뎌낼 수 있지만, 가장 힘든 건 내가 하고싶은 걸 하면서 절망을 느낄 때가 아닐까. 내가 원해서 시작한 일인데 아무 것도 얻어낼 수 없을 때. 이번 쇼미더머니에서 발표한 음원의 가사가 그들에게는 참 슬펐을 것 같다.

"내가 살아가는 삶을 사랑하지 나는"

Paper

 

하얀 백지에다 꿈을 그려가는 것

don't know what to do with the paper

빈 곳을 채우는 건 아마 힘들걸

그럴때면 생각해 내가 시작한 곳부터

 

좋은 게 아니라도 좋아 난

내 얘기가 담겨있는 뭔가란

의미는 딴사람이 아닌 내가 만들어 가니깐

조금만 더 그려봐 내 가사를

 

아직은 몰라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시작만큼 끝까지 창대할 수 있을까

남들과 같이 내꿈도 그저 그런 비슷한

몽상, 아님 아무 것도 아닐 거란 생각

 

12 AM to fade out

새벽 해가 뜰 시각

나의 밤은 끝까지 불빛과

함께 밝길 나만의 prime time

 

12 AM to fade out

새벽 해가 뜰 시각

나의 밤은 끝까지 불빛과

함께 밝길 나만의 prime time

 

call me 바쁘니 전화하진 말아줘

Show me 나에게 네 꿈을 그려줘

fall a sleep 어제 밤엔 잘 못자서

또 지치게 만들지도 몰라 널

 

그래 맞아! 내 삶을 사랑해야지

또 맞아! 대학에선 안가르쳐주지

음 뭐가? 인생을 원하는대로 그리기

자신 있어? 어차피 그러다가 죽겠지

 

12 AM to fade out

새벽 해가 뜰 시각

나의 밤은 끝까지 불빛과

함께 밝길 나만의 party time

 

하얀 백지가 어느새 파래지고

show me 어서 네 꿈을 보여줘

그렸던 꿈들은 어느새 내 과거가

되었고 난 찾고싶어 새 paper

 

내 새로운 꿈을 그릴 paper, show me

내 새로운 꿈을 그릴 paper

내 새로운 꿈을 그릴 paper

 

작사 민현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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