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네이티브' 시대를 기다리며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말이 있다. (위키 백과사전 상의 뜻 보기)
위키 백과사전 안에 들어 있는 정의를 인용하자면 디지털을 날 때부터 접하고 자유자재로 다루는 젊은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그 세대에게는 위키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인스턴트 메신저 세대’, ‘디지털 키드’, ‘키보드 세대’, ‘밀레니얼(Millennial)’ 등 다양한 별명이 있지만 그 가운데 단연 가장 잘 어울리는 세대의 명칭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디지털 네이티브’일 것이다. 그렇다면 '네이티브'란 무엇인가? 기존의 ‘네이티브’라는 말이 내포한 생득(生得)의 개념은 언어의 영역에 한정되어 있었다. 즉 특정 언어를 날 때부터 사용해서 자유자재로 쓰는 그러한 사람이 ‘네이티브’에 해당됐었다. 그리고 그 개념이 테크놀로지의 습득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런 ‘네이티브’의 개념은 점차 확산되어 서비스 영역까지 적용되었다. 2010년도 이후 정도에 태어난 아이들을 '유튜브 네이티브'라고 명명하는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영상을 중심으로 하는 멀티미디어의 활용이 극대화된 시점에 태어났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매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즉, ‘유튜브 네이티브’에 해당되는 아이들은 텍스트 키워드로 검색을 하고 글씨와 이미지로 정보를 습득하는 과거의 검색포털보다는 원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동영상을 통해 정보를 찾는 것에 더 익숙하다. 이미 우리의 아이들은 '티라노사우르스'와 같은 공룡을 글과 그림으로 보고 배우지 않고 3D로 렌더링 되어 움직이는 영상을 통해서 배우고 있다.
아마도 그런 어린 세대들이 보는 현재의 UI는 우리가 과거에 많이 보았던 CMD창이나 DOS환경 등 텍스트 기반 유저 인터페이스(Text based User Interface)처럼 오래된 유물과 같은 느낌이 되어갈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켜고 유튜브를 실행한 후 자신이 보고 싶은 콘텐츠의 파도를 타며 살아왔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미 그런 혁명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에 입학한 정도의 아이들은 시리와 대화를 하거나 인공지능 스피커와 같은 기계와 얘기를 나누는 방식이 낯설지 않다. 그들은 그것을 재미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흥미 이상으로 인공지능 인터페이스와 교감하기도 한다. 어른들이 인공지능을 단순히 기계로 바라볼 때, 아이들은 어색한 대화의 맥락 속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대화를 진행해보려 한다. 즉 그들은 인간이 아닌 대상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최초의 인류가 된 것이다.
이제 마흔이 거의 다된 필자가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듣게 된지도 약 20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 20년 사이 이 세상 속에서 AI의 존재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었다. 그렇기에 앞으로 20년 후 AI 즉 인공지능 네이티브들이 살아갈 세상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하게 될 지는 더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하다. 당연히 위키 백과사전에 'AI 네이티브'라는 단어가 업로드 되는 것도 멀지 않아 보인다.
'인공지능과의 사랑'-영화 'Her'의 한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