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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명장, 자동차와 함께 한 50년 인생

[김호이의 사람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면 정비소에 간다. 자동차 정비사는 평소 안전성 점검과 함께 고장이나 사고 등으로 정상 운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자동차의 생명수 역할을 해준다.


열네 살 때부터 ‘자동차 정비 분야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달려온 박병일은 2002년 자동차 정비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명장이 됐다. 올해로 자동차와 함께한 지 50년을 맞은 박병일 명장과 함게 정비사로서의 인생 이야기를 나눴다.

아주경제

Q. 자동차와 함께한 지 50년이 됐습니다. 어떻게 자동차 정비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A.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데, 버스 회사가 있었어요. 호기심에 들어가서 버스 고치는 걸 넋 놓고 바라보는데, 버스 시동 걸리는 소리가 너무 좋은 거예요. ‘재밌을 것 같다’라는 생각만으로 자동차를 선택했죠. 자동차에 매력을 느끼고 1년 동안 봉급 없이 점심 한 끼 먹여주는 조건으로 버스 회사에 들어갔어요. 밤 9시부터 새벽 5시 반까지 일을 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적응을 못하고 너무 힘들어하니까, 저를 가르치던 작업반장께서 오일창고로 데려가더니 입을 벌리래요. 오일을 입에 하나씩 찍어주면서 “무슨 맛이냐”라고 물어봤는데 저는 하나도 못 맞췄어요. 그러더니 “병일아, 내가 기름밥 28년 먹는 동안 너 같은 놈 처음 봤다. 내가 봤을 때 넌 절대 기술자 못해. 네가 기술자가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라고 했어요.


이때부터 저 왕따였거든요. 그러다가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전기를 읽었는데, 이 사람이 22살부터 정치에 입문해서 30년 동안 낙선하다 51살에 당선됐어요. 미국 대통령으로요. 첫 연설에서 “꿈은 버리지 않으면 얻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가능한 것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것입니다”라는 말에 감동받았어요. ‘이 사람은 30년 동안 꿈을 갖고 걸었다는데 30년 안에 나도 자동차계에서 1인자가 되어 봐야겠다’라고 해서 자동차와 관련된 꿈을 가졌죠.


Q. 자동차 기술자에 대한 인식과 대우는 어떤가요?

A. 공부하고 노력한 것에 비해서는 열악하죠. 우리나라는 기술직에 대해서 미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처럼 체계적이지 않아요. 병원에 가면 추가 검진에 따라 비용이 다르잖아요. 기술직은 장비나 경력에 상관없이 명장이 하든, 정비원이 하든 돈을 똑같이 주려고 해요. 아직은 열악하지만 앞으로는 전문가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어요.


Q. 국내 최초 자동차 분야 명장이 되기까지 어떠한 노력을 해왔나요?

A. 연말에 친구들이 모여서 꿈에 대해 얘기를 하던 중에 ‘내 꿈은 자동차 분야에서 1인자가 되는 거야’라고 말했는데 다 웃었어요. 그러면서 1인자가 될 수 없는 이유를 말해주더라고요. 첫 번째로 “남들은 대학 나왔는데 너는 중학교 1학년 때 중퇴했잖아, 그러니까 학력에 있어서 절대 그 사람들을 이길 수 없다”, 두 번째로 “현재 너를 가르쳐주는 기술자가 누구냐, 우리 회사에서도 두 번째다”라고 했어요. 세 번째는 “우리가 근무하는 곳이 대기업도 아니고 정비회사도 아니고 택시회사도 아니고 버스 회사다. 기술이 제일 낮은 버스 회사에서 중학교를 중퇴한 네가 1인자를 꿈꾼다는 게 말이 되냐?”라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당시 1인자가 될 수 없는 조건이 많았어요. 근데 꿈이라는 걸 갖게 되니까 행복하더라고요. 친구가 말한 대로 냉정하게 생각해봤더니 돈도, 빽도, 기술도 없는 거예요. 돈이 제일 안 드는 건 공부하는 것이더라고요. 책으로 자동차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청계2가에서 8가에 있는 헌책방을 다 뒤져서 석 달 만에 책을 구했는데, 중요한 건 한문으로 돼 있고 중요하지 않은 내용만 한글인 거예요. 토를 달아서 봤는데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러다가 우리나라에 직업학교가 생겼다는 정보를 듣고 원서를 제출하러 가는데 경비 아저씨가 저를 부르더니 “여기는 고졸 이상 들어올 수 있어서 자네는 안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곳도 알아봤는데 그곳도 중졸 이상이었어요.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돈 내고 공부하는 것밖에 없잖아요. 근데 그때는 직장 다니면서 그런 곳을 다니면 해고 당하는 때라 몰래 다녀야 했어요.


친한 친구들한테 ‘2시간 잠자고 학원 갔다가 수면시간이 끝나기 전에 올 거니까, 혹시 회사에서 찾으면 잔다고 해라’라고 부탁하면서 학원을 다녔어요. 이렇게 공부하면서 마흔에 대학을 졸업했어요. 물도 절벽을 만나야 폭포가 된다는 말처럼 만약 내가 원했던 학교를 가고 집안이 좋았다면 화가가 됐을 수는 있어요. 유명한 화가가 됐을지, 길거리 화가가 됐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때는 서운하고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러한 것들 덕분에 제가 명장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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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일을 하고 난 후에 피드백하고 정리하면서 성장을 반복하면 전문가가 되는 것이죠. 오랜 시간 일을 한다면 숙련된 기술자가 될 수는 있지만, 전문가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같은 시간을 투자했더라도 다시 한 번 피드백하는 게 중요해요.


Q. 지금까지 자동차와 함께 한 인생은 어땠나요?

A. 자동차는 나한테 산소 같은 존재예요. 내게 꿈도 줬고요. 앞으로도 자동차가 제게 숨 쉴 수 있는 활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A. 그동안에는 나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기술 명장으로 살아왔어요. 대기업 직원처럼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대단한 지식을 가진 것도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내가 가진 기술과 기능들을 통해 후배 양성을 하는 인간 명장이 되고 싶어요.


Q. 박병일 명장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가 무엇인가요?

A. 1999년에 세계 최초로 급발진 분석을 했던 계기로 학계와 기업에 저를 알렸죠. 그 이후에는 BMW 화재 사고와 부산 싼타페 사건 같은 것들을 해결하면서 인정을 받았어요.


Q. 가장 밝혀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A. 자동차로 인한 사건 사고 때문에 경제적으로 손해 보고 억울한 사람들이 많아요. 50년 동안 배운 기술을 통해 억울한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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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박병일 명장이 생각하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차는 무엇인가요?

A. 가솔린차와 디젤차가 제일 안전한 차예요. 그 다음에 LPG차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순이고 수소차가 제일 불안한 차고요. 터지면 즉시 사망하는 겁니다. 가솔린차와 디젤차는 물 속을 가봐야 시동이 꺼져서 망가지는 일밖에 없어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는 고압이 흘러서 잘못 만지면 죽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친환경 차라고 하지만 충전할 때는 화학연료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100% 친환경적인 건 아니죠.


Q. 산업의 변화를 어떻게 미리 준비했나요?

A. 30대 초반에 일본 모터쇼를 갔는데, 우리나라와 너무 차이가 나는 거예요. ‘앞으로 이걸 모르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해서 고등학생들과 전자도 배우고, 선진국에서 진행되는 모터쇼를 다니면서 자동차의 흐름을 미리 파악했어요. 관심 있는 분야의 전시회를 가면 남들보다 미래에 대해 빨리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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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동차 운전도 좋아하시나요?

A. 고민이 있을 때 운전을 많이 해요. 차는 혼자 있는 나만의 공간이라 차 안에서 생각을 많이 하죠.


Q. 차를 운전하면서 자동차의 문제점을 발견한 적도 있나요?

A. 많죠. 내 차와 다른 차를 비교하면서 피드백 받아요. 어떻게 보면 내 차가 또 하나의 실험실인 것이죠.


Q. 자동차의 결함과 사고 분석을 하는 박병일 명장만의 방법이 있나요?

A. 하나씩 분해하면서 실험해봐요. 내가 다 알 수는 없으니까, 주변에 있는 다른 전문가들한테도 물어봐요. 나 혼자 몇 달을 고민해야 될 것도 그 사람들의 조언 하나에 다 해결돼요.


Q. 자동차 기술의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현장의 얘기를 잘 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자동차라는 건 사람을 안전하게 해줘야 되는 거예요. 문제가 생기면 자동차 회사에서는 오리발 내미는 게 아니라 솔직하게 말하고, 분석해야 명차가 나오는 것이죠.


Q. 마지막으로 슬럼프가 온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꿈이 확실하면 슬럼프는 안 옵니다. 슬럼프가 왔다는 건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죠. 장점을 잘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나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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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coby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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