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보다 올림픽"...노진규 죽음, 병원 과실 일부 인정
[앵커]
지난 2016년, 쇼트트랙 국가대표 에이스였던 노진규 선수가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병세가 악화하는 데도 올림픽 메달을 위해 선수를 혹사하게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故 노진규 선수가 숨진 지 4년 만에 병원 측 과실이 일부 인정됐습니다.
올림픽 때문에 진단과 치료를 소극적으로 했다는 취지입니다.
조은지 기자입니다.
[기자]
뼈에 악성 종양이 생기는 골육종을 앓다 지난 2016년, 스물넷 나이에 세상을 떠난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故 노진규 선수.
법정 소송 4년 만에, 병원 측 과실이 일부 인정됐습니다.
고 노진규의 부모와 누나 노선영 선수가 건국대병원과 담당 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에게 4천5백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병원 측이 악성 종양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을 우선에 두고 적극적인 조직검사나 치료를 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문에는 선수에게 '악성일 가능성은 떨어진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수술하자'거나, '경기 출전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발언이 다툼 없는 사실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일찍 치료를 받았더라도 예후가 좋았으리라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일실수입과 국가대표 연금, 치료비와 장례비 등 원고 요구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고 노진규 선수 유족은 항소나 형사 소송 절차를 밟는 대신, 선수의 자기 결정권이 침해되지 않았는지 빙상연맹 등을 상대로 향후 대응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인재 변호사 / 故 노진규 선수 유족 변호사 : 배상을 받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향후 국가대표 선수들이 진규처럼 비슷한 상황에 내몰리지 않도록 일종의 예방적 차원인 거죠. 메달을 따기 위한 기계로 전락해서 선수들 인권이 침해됐다는 취지죠.]
'윗선'의 금메달 욕심 때문에 병을 알고도 혹사당했다는 문제 제기인데, 앞서 전명규 전 한국체대 교수는 가족들 결정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 전명규 / 전 한국체대 교수 (지난해 1월) : 저는 의학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부모님들 판단에 맡겼고 저는 거기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노진규 선수 사망 관련 혹사 논란은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에서도 조사 중인데, 해를 넘기고도 지지부진합니다.
특조단은 선수가 본인 의사에 반해 대회에 출전했는지, 그 과정에 강압이나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면서, 이번 법원 판결도 중요한 참고사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YTN 조은지[zone4@ytn.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