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용추 폭포', 유모차도 갈수 있는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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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쓴 입이 근질근질하다. 등산이라 숨이 가빠서가 아니다.
이 좋은 공기를 원재료 그대로 폐부 깊숙이 부어넣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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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인지, 덕분인지 주왕산에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매표소 앞의 음식점들도 한산하다. 전염병이 남긴 이 흔적들도 나중엔 '그럴 때가 있었지' 하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왕산을 온 게 벌써 20년 전이다.
그 시간동안 청송을 몇 번이나 다시 왔지만 주왕산을 다시 오진 않았다.
매표소의 모습도 음식점들도 모두 낯설지만, 대전사를 배경으로 하는 기암기석은
한순간에 기억을 되돌려놓는다.
요즘엔 거의 손을 놓았지만 당구를 치던 때여서 '시루봉'도 기억에 남아 있다.
주차장 요금이 꽤나 비싸다. 원래 이랬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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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폭포는 주왕산 제1폭포의 이름이다.
문자 그대로 유모차를 끌고도 갈 수 있다.
실제 유모차를 끌고 가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갈수 있는데 절경이라...
뭔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흔히 아름다운 경치는 시간과 거리에 비례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울릉도가 강화도 옆에 있는 섬이면 신비의 섬이니 하는 말은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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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 않게 갈수 있는 절경이라... 서귀포의 군산 오름이 절로 연상된다.
얼마 전에도 군산 오름에서 연로하신 할머니를 부축해서 올라온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준 적이 있다.
할머니의 체력으로 갈 수 있는 곳 중에선 의심의 여지없이 최고일 것이다.
백록담을 가보지 않아 그 장엄한 풍경을 알 수 없지만, 군산 오름의 파노라마 뷰는 다시 봐도 청량감이 충만해진다.
뷰만큼은 여태 오른 오름 중에서 최고인 다랑쉬 오름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래도 명색이 폭포를 향해 가는 길인데 이건 트래킹도 아니고 마치 산책길 같다.
그리고 그 산책이 나도 모르게 끝나는 곳에 용추폭포가 있다.
폭포만 놓고 보면 그다지 감탄사가 나오지 않을 정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병풍 같은 바위들에 어울린 폭포는 분명 그 아우라가 다르다.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 산속 모든 요소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이곳에서 쉼표를 찍게 한다.
쉼표에서 머물던가 더 가보던가는 순전히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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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산행이 아니라 숲길을 마냥 걷고 싶다면,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자연이 주는 감동이 도시 생활의 숱한 흔적을 지배하는 것을 느끼고 싶다면,
주왕산 용추폭포로 가라.
단풍 시즌 전에 가는 걸 추천한다.
트래블라이프=양혁진 dwhhh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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