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억 인구를 먹어삼킬 곳은…아마존, 알리바바?
“아마존은 중국(아시아)으로 오려고 하고, 알리바바는 미국으로 진출하고자 하는데, 마종(마윈) 생각에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아마존은 아마존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할 것이고, 우리(알리바바)는 우리의 방식이 맞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우리는 그들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는 70억명이 넘는 인구가 있죠. 그 중 겨우 5억 명만이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고 팝니다. 65억명은 아직 시작도 못했죠. 20년 뒤에 봅시다. 그들 65억명에 누가 있는지를요.”
알리바바그룹 마윈 회장이 어느 강연에서 청중과 나눈 질의응답의 일부입니다. 두 이커머스 거두는 ‘세계 무대 위’에서 본격 땅따먹기를 진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언뜻 보기에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아마존닷컴에서는 매년 11월 마지막주 금요일을 기점으로 하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진행합니다. 일명 재고떨이라 불리는 이 행사는 유명 브랜드 제품들이 파격가에 쏟아집니다. 작년엔 44억5000만달러(5조원)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여기에 이어 7월 12일에는 프라임데이라는 할인 행사도 진행하고 있죠.
알리바바는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天猫)을 통해 매년 11월 11일 광군제(光棍节; 솔로데이)를 엽니다. 지난 해 광군제 때는 하루에 16조5000만원을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아마존은 퍼블릭 클라우드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전세계에 퍼트리고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알리클라우드(阿里云)을 보급하고 있죠.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아마존 비디오 다이렉트를 통해 미디어 영역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홍콩 상장사인 차이나비전미디어를 인수한 뒤 설립한 알리바바픽쳐스로 헐리우드 시장에 진출하는 중입니다.
유사한 점이 많다보니 두 거두와 관련해 많은 분석과 보도들이 나와있을 수밖에요. 특히, 시총에 대한 비교 분석이 많습니다.
관련 기사: ‘电商G2’ 알리바바 VS 아마존, 누가 더 세나(뉴스핌)
굳이 이러한 상황에서 또(…) 분석을 할 이유가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다만, 칼…아니 키보드를 빼어든 이유는 두 기업의 확연히 다른 생태계를 비교하는 건 가치가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였죠.
먼저 아마존
아마존은 이커머스 서비스인 아마존 닷컴을 필두로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킨들’로 대표되는 이북 생태계를 만든 뒤 온라인에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인터넷판 월마트를 만드는 게 이들의 큰 그림이었죠.
아마존웹서비스는 역시 블랙프라이데이의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증설한 서버들을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아마존웹서비스는 아마존닷컴의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만들어졌다. 외부에 공개된 것은 운영된 뒤 10여년 뒤의 일인데, 내부용으로 운영하던 스케어러블/웹어플리케이션의 확장 등의 기술력을 파트너들에게 먼저 이식한 뒤 별도 사업부로 진행하게 된 것이 AWS의 시작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오프라인으로도 영향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제품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주문이 되는 아마존 대시, 음성인식 AI 시스템인 알렉사 등 오프라인에서의 UX를 흡수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죠.
여기에 아마존 비디오 다이렉트까지. 결국 아마존은 무언가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모양새입니다.
전세계 IT기업들을 AWS로 몰아넣고 있고, 고객들에게는 아마존닷컴이라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죠.
알리바바는?
알리바바를 만든 마윈 회장이 늘 강조하는 한 마디가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업체가 아닙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생태계 그 자체입니다.”
각각의 서비스를 봐도 분석할 거리가 참 많습니다. 타오바오의 이미지 인식 기술력을 비롯해서 알리페이의 생태계, 왕홍, VR/AR 커머스로의 진격 등…이를 논하자면 책 한권을 써도 부족할 지경이므로. 굵직한 그림만 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알리바바 역시 아마존과 같이 이커머스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의 가장 큰 무기는 13억 중국 인구입니다. 이들은 타오바오와 티몰을 통해 국내, 글로벌의 제품을 사들이고 있죠.
여기에 알리페이가 부스터가 돼 줍니다. 처음 나올 때만 하더라도 C2C 이커머스 서비스인 타오바오에 붙은 간편결제서비스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오프라인에서도 바코드나 QR코드를 통해 결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35%나 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죠.
여기에 더해 O2O 서비스를 묶는 것은 물론, 소셜미디어의 역할도 하려고 변신 중입니다.
알리페이는 O2O 서비스인 커우베이를 인수한 뒤 ‘글로벌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앱내 카테고리로 흡수 |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알리바바 생태계에 참여하는 ‘고객’의 숫자는 미미합니다. 알리페이는 막강해보이나, 중국인이 아니면 해외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있긴 하지만 중저가형 제품 매매에 그치고 있죠.
아이러닉하게도 중국 고객을 타깃화하는 글로벌 기업들만이 이들 생태계와 함께 할 수 있는 셈이죠.
요약하면, 아마존은 AWS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들을 편입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13억 중국 인구를 내세우며 티몰 및 알리바바닷컴 등으로 세계의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셈입니다.
또한, 해외 시장의 경우에는 아마존은 아마존의 서비스를 직접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방향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알리바바는 아예 로컬 서비스를 인수하고 있는 셈이죠.
현재 두 서비스의 격전지는 동남아시장입니다.
관련 기사: 알리바바·아마존, 인도 전자상거래 쟁탈전(한국경제)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직접 붙기보다는 아마존과 알리바바에 투자를 받은 이커머스 서비스가 경쟁한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본진 대 본진의 싸움에는 좀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략, 알리바바의 동남아 접근 방식은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배송망 확보, ▲ 결제 시장 확보입니다. 동남아 시장의 유력한 이커머스, 핀테크, 물류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한 뒤 자사의 서비스를 확대하고자 합니다. — 알리바바, 알고보니 소프트뱅크와 다른 길 간다?(모비인사이드)
언뜻 보기엔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및 핀테크 스타트업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알리바바가 더욱 빠르게 세계 시장에 접근하는 듯 합니다. 허나, ‘중국용’을 벗어나려면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마존에게는 AWS로 글로벌 IT기업들을 포섭한 것은 물론, 아마존닷컴이란 막강한 이커머스 플랫폼을 내세우는 등, 막강한듯 보이나 고객을 향한 플랫폼 관점에서는 아직 각 국가의 로컬 서비스들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윈의 말처럼 아마존은 아마존의 방식대로, 알리바바는 알리바바의 방식으로 글로벌의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질 수준의 기술, 매출, 브랜딩으로 무장한 채 말이죠.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아직’입니다. 65억명을 향한 그들의 전쟁은 아직 시작점에 불과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