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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zine] 싱그러움 가득, 色다른 겨울 여행 ③ 세종수목원

한겨울 온실에서 만나는 이국적 풍경


(세종=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지난해 10월 문을 연 국립세종수목원은 국내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이다.


세종시 신도심 한가운데 호수공원, 중앙공원과 함께 동그란 도넛 모양의 녹지를 형성하고 있다.


9년의 조성 기간을 거쳐 문을 연 수목원의 규모는 65ha. 축구장 90개에 달하는 면적에 총 2천834종, 172만본의 식물이 심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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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호수에 비친 사계절전시온실의 풍경 [(c)2020.한국수목원관리원, 우승민 정원사진가 All rights reserved]

꽃이 지고 나무들도 대부분 잎을 떨군 지금, 수목원 야외 정원에는 볼거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수목원을 찾는 방문객의 발길은 여전하다.


한겨울에도 파릇파릇한 식물로 가득한 '사계절전시온실'이 있기 때문이다. 유리로 만들어진 사계절전시온실은 세종수목원의 자랑거리다.


축구장 면적의 1.5배인 1만㎡ 규모에 지중해온실, 열대온실, 특별전시온실 등으로 구성돼 국내에서 보기 힘든 식물을 사시사철 관람할 수 있다.


온실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꽃잎 3장이 붙어 있는 모양이다. 온대 중부권역을 대표하는 식물인 붓꽃을 형상화해 만들었다고 한다.

온실에서 느끼는 지중해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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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온실 내 연못가에 활짝 핀 안수리움(홍학꽃) [사진/전수영 기자]

먼저 지중해온실을 둘러봤다.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을 모티브로 조성한 공간이다. 알람브라 궁전의 정원처럼 가운데 계단식 수로를 따라 좌우 대칭으로 지중해 식물들이 심겨 있다.


포탈리 리폴리아 아카시아, 미모사 아카시아, 베일리 아카시아, 루비다 아카시아…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아카시아에 이어 '바오바브 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소설 '어린왕자'에서 그림으로만 봤던 바로 그 나무다.


건조한 지역에 자생하는 바오바브 나무는 몸통에 엄청난 양의 물을 저장하고 주변 수분 상태에 따라 스스로 수분 증산량을 조절한다고 한다.


생명력이 강해 수령 5천년까지도 사는데, 1천년이 지나면 줄기 내부에 빈 공간이 생긴다.


아프리카에서는 바오바브 나무를 신성하게 여겨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사람이 살기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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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브라 궁전을 모티브로 만든 지중해온실에는 계단식 수로를 따라 좌우 대칭으로 식물이 심겨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조금 더 가니 거대한 물병처럼 줄기 한가운데가 불룩한 나무가 우뚝 서 있다. '케이바 물병나무'다.


자라면서 몸통이 물병 모양을 닮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물병처럼 불룩한 부분은 낙타의 등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곳에 수분과 양분을 담고 있다가 필요할 때 끌어다 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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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처럼 불룩한 줄기에 수분을 저장하는 케이바 물병나무 [사진/전수영 기자]

케이바 물병나무가 지중해온실을 대표하는 나무라면, 부겐빌레아는 지중해온실을 대표하는 꽃이다.


곳곳을 분홍빛으로 장식하며 관람객들에게 포토존을 만들어준다.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마치 종이를 접어놓은 것 같다. 그래서 종이꽃으로도 불린다.


탐스럽게 핀 꽃송이의 분홍빛(혹은 하얀) 잎은 사실 꽃잎이 아니라 포엽이라고 하는 변형된 잎이다.


꽃잎처럼 아름다운 빛깔과 모양으로 곤충을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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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온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부겐빌레아 [사진/전수영 기자]

포엽은 꽤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말리면 종이처럼 오래 유지된다고 한다.


온실을 한참 둘러보니 살짝 땀이 날 정도로 더워졌다. 지중해 환경에 맞춰 온실 내부 기온과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한다.


외투를 벗어들고 걸어가니 향긋한 내음이 마스크를 뚫고 코끝을 휘감았다.


온실 한쪽 화단에 온갖 허브 식물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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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온실 내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목원과 세종시 빌딩숲 [사진/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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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반대편에 있는 전망대도 지중해온실에서 반드시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다. 계단을 따라 높이 22m의 전망대에 오르면 온실 내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대는 야외로도 연결된다. 드넓은 수목원과 그 너머로 펼쳐진 고층빌딩 숲의 경관이 일품이다.

초록빛 열대우림 속으로

지중해온실에서 나와 열대온실로 들어서니 한층 더 후끈한 기운이 느껴졌다. 외투에 이어 카디건까지 벗어들었다.


지중해온실이 허브 향기로 코를 자극했다면, 열대온실은 시원한 물소리로 귀를 자극한다.


열대 식물들이 만들어낸 짙은 녹음이 폭포 소리와 어우러져 마음속까지 청량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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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열대식물과 폭포 소리가 어우러진 열대온실에 들어서면 제법 숲에 들어온 느낌이 든다. [사진/전수영 기자]

열대온실은 잎 넓은 고무나무가 우거지고 나무고사리가 자라는 열대 우림을 재현한 공간이다.


바나나, 파파야, 망고스틴 같은 열대과일 나무들은 물론, 에티오피아 산악지대에 자라는 커피나무, 잎 크기가 2m가 넘는 군네라, 곤충을 잡아먹는 식충식물까지 볼 수 있다.


야자나무도 다양하다. 공작 깃 같은 잎이 달린 공작 야자, 잎이 생선꼬리를 닮은 생선꼬리 야자, 줄기가 대나무처럼 생긴 성탄 야자, 병 야자, 대추 야자…모두 다 난생처음 보는 식물들이다.


온실 내부에는 높이 5.5m의 데크길이 설치되어 있어 키 큰 나무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제법 긴 데크길은 전망대 역할도 한다. 길 한 가운데 서면 온실 내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굴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수와 수련이 떠 있는 인공 연못, 무성하게 잎을 드리운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니 숲에 온 듯한 느낌이 제법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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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온실 내 무성하게 자란 열대식물이 짙은 녹음을 선사한다. [사진/전수영 기자]

온실 초입에서 만나는 흑판수는 이곳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다.


열대온실의 높이를 32m로 지중해 온실보다 2m 높게 지은 것도 이 나무 때문이다.


학계 보고에 따르면 흑판수는 최장 32m까지 자란다고 한다.


주변의 다른 나무들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 심겨 있는 것은 거대한 뿌리 때문이다. 보이는 줄기보다 두 배 긴 뿌리가 땅속에 숨어 있다고 한다.


흑판수는 칠판과 연필의 재료로 사용된다. 그래서 흑판수라는 이름이 붙었나 보다.


악기를 만들기도 하고, 나무에서 나온 섬유를 이용해 껌을 생산하기도 하는, 이용 가치가 아주 큰 나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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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 32m까지 자라는 흑판수 [사진/전수영 기자]

조금 더 가니 파파야 나무가 큼직한 초록빛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채 서 있다.


흔히 보는 노란 열매 대신 붉은 열매를 단 '꽃바나나' 나무도 눈길을 끈다.


작고 붉은 바나나 열매가 위를 향한 채 거꾸로 달린 모양이 마치 꽃이 피어있는 모습 같다.


수련과 연꽃이 자라는 연못에서는 아마존 정글에 서식하는 아마존빅토리아수련을 볼 수 있다. 아쉽게도 꽃은 진 상태여서 커다란 둥근 잎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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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온실 내 인공연못에서는 아마존빅토리아수련을 볼 수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쟁반처럼 생긴 이 잎은 지름이 최장 180㎝까지 자라는데, 어린아이가 그 위에 앉아도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 크고 튼튼하다고 한다.


꽃은 딱 이틀만 피어 있다가 진다.


한밤중 순백색으로 피어나 둘째 날 분홍빛으로 물든 뒤 물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아 '밤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연못가 한쪽에 숨어 있는 '일랑일랑'도 반가웠다. 향수의 재료로 널리 쓰여 이름은 익숙한데 실제로 꽃을 본 것은 처음이다.


노란 꽃이 시들어가고 있는 상태였지만, 다가가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냄새를 맡으니 상큼한 향기가 물씬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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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장식에 비친 특별전시온실의 풍경 [사진/전수영 기자]

마지막 특별전시온실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정원 풍경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이번 겨울 시즌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민 '겨울, 상상의 정원' 전시가 2월 28일까지 이어진다.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포인세티아, 시클라멘 등 다양한 겨울꽃을 만날 수 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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