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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파도· 바람이 빚은 보석…울릉도

한반도 육지, 제주도와도 다른 절경

연합뉴스

대풍감 절벽[사진/조보희 기자]

깊고 푸른 바다를 뚫고 수직에 가깝게 치솟은 해안 절벽이 장관인 울릉도. 암굴왕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 살았던 크리스토 섬도 이처럼 신비스럽고 환상적일까?


울릉도 경관은 한반도 육지의 그것과 뚜렷이 구분된다. 강원도의 수려한 동해안도 울릉도의 절경과는 견줄 수 없다. 울릉도와 제주도는 둘 다 화산 섬이다. 그러나 두 섬의 풍광은 같지 않다.

◇ 울릉도는 다르다

제주도의 지형이 어머니 품처럼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풍긴다면 울릉도 산세는 젊은 기백으로 넘쳐나는 듯하다. '울릉'(鬱陵)은 '숲이 울창한 언덕'이라는 뜻이다. 울릉도의 다른 이름 중에는 낙원, 별천지를 의미하는 '무릉'(武陵)도 있다. 지세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빼어난지 암시한다. "울릉도를 보지 않고는 한국 땅의 참모습을 다 봤다고 할 수 없겠구나"라는 감탄은 섬에 발을 내딛는 순간 여행자를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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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로 본섬과 연결된 관음도와 죽도(오른쪽 위)[사진/조보희 기자]

울릉도 비경에 숨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화산이다. 울릉도는 화산 활동이 만들고, 파도와 바람이 조각했다. 울릉도를 탄생시킨 용암은 제주도를 만든 용암보다 훨씬 끈적끈적했다. 점성과 밀도가 더 높았다. 그 결과 제주도의 경우 용암이 서서히 굳으면서 멀리 흘러 상대적으로 평평한 땅을 형성했다. 반면 울릉도는 용암이 빨리 굳고, 멀리 흐르지 못해 높고 뾰족한 절벽과 산을 만들어냈다. 울릉도의 지질이 한반도 육지나 제주도와 같지 않음을 아는 것은 한국의 땅, 역사, 문화 다양성을 이해하는 기초이다.

◇ 신비의 섬·숨겨진 이야기

울릉도는 섬 전체가 국가지질공원이다. 지형, 식생 등 섬의 자연은 때 묻지 않은 순수와 원시를 상기한다. 울릉도의 트레이드마크라면 송곳처럼 높이 치솟은 해안 절벽을 꼽을 수 있다. 울릉도에 있는 지질명소는 19개 소에 이른다. 성인봉 원시림, 알봉, 대풍감, 송곳봉, 도동해안산책로, 저동해안산책로, 거북바위, 봉래폭포, 죽도, 노인봉, 코끼리바위, 관음도, 삼선암, 버섯바위, 학포해안, 황토굴, 죽암몽돌해안, 국수바위, 용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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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분지[사진/조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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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986.7m에 달하는 성인봉과 나리분지는 울릉도에서 성지에 해당한다. 거대한 화산 폭발 후 화산 중심부가 함몰돼 나리분지가 만들어졌다. 분지를 병풍처럼 에워싼 산을 외륜산이라고 한다. 성인봉은 간두산(968m), 나리봉(816.1m), 미륵산(905.1m), 형제봉(716.8m), 송곳산(610.9m) 등 외륜산 중 최고봉이자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나리분지는 울릉도에 있는 유일한 평지이다. 동서 길이 약 1.5㎞, 남북 길이 약 2㎞이다. 분지가 형성된 뒤에도 크고 작은 화산 폭발이 일어나는데 약 5천년 전 울릉도의 마지막 화산 분출 때 만들어진 것이 알봉이다. 봉긋한 돔 형태인 알봉은 이중 분화구에 해당한다. 지구에 이중 분화구는 드물지 않지만, 알봉처럼 봉우리가 뚜렷이 관찰되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나리분지는 해발 500m이고 알봉은 해발 538m이다.


나리분지의 신비는 부석(浮石)에서 비롯된다. 나리분지는 화산 폭발 후에 분화구 일부가 함몰돼 생긴 칼데라 지형이다.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은 한반도의 대표적 칼데라이다. 나리분지는 칼데라이지만 물이 고이지 않는다. 부석 덕분이다. 물에 뜰 정도로 가벼운 부석은 강수량이 많은 우기에도 물이 고이지 않고 지하로 스며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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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폭포[사진/조보희 기자]

부석은 또 습기를 적당히 머금는다. 부석의 풍화로 만들어진 토양 때문에 나리분지에서는 밭농사를 할 수 있었고, 분지 주변에는 촌락이 형성됐다. 물이 고이지 않아 사람이 살 수 있는 분화구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성인봉 일대에는 오랫동안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은 원시림이 존재한다. 이도 부석 가루가 만든 두꺼운 토양층 때문에 가능했다. 나리분지에서는 투막집, 너와집 등 과거 울릉도 가옥 형태를 살펴볼 수 있다.


울릉도에는 물이 풍부하다. 물이 귀한 제주도와 다른 점이다. 지표로 솟아나는 지하수가 일일 2만t에 이르는 용출소, 유량이 하루에 3천t인 봉래폭포는 부석의 존재로 인해 생긴 지형이다. 투수율이 높은 부석을 통과한 물이 불투수층 암석에 갇혔다가 약한 지표를 뚫고 솟아오른 지형이 용출소, 봉래폭포이다.

◇ 해안을 수놓는 절경들

'바람을 기다리던 곳' 대풍감은 울릉도 서쪽 끝에 있다. 육지로 가는 배를 띄우기 위해 서쪽으로 부는 바람을 기다리던 곳이다. 박쥐가 양 날개를 펴고 있는 듯한 형상의 대풍감은 큰 바위 벼랑이다. 바위 틈새에 뿌리를 박고, 거친 바람을 이기며 자란 향나무들은 천연기념물이다. 대풍감의 시원스러운 조망은 한국 10대 비경에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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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봉[사진/조보희 기자]

용암 돔이 침식돼 뾰족한 봉우리만 남은 송곳봉은 해발 430m의 큰 암벽이다. 봉우리가 바다와 접해 있어 웅장하게 보이는 송곳봉은 울릉도의 또 다른 상징이다. 도동 해안산책로와 저동 해안산책로를 합한 행남 해안산책로는 초기 화산활동으로 생긴 집괴암 지역이다. 현무암질, 용암류, 조면암, 응회암, 부석, 기공, 암맥, 해안폭포, 해식동굴 등 다양한 화산암과 화산 구조를 볼 수 있다.


바다 위로 솟은 바위 3개를 일컫는 삼선암, 울릉도에서 세 번째로 큰 부속 섬인 관음도, 코끼리가 물속에 코를 담근 모습을 한 코끼리바위는 3대 해양 절경으로 통한다. 이 바위섬들은 모두 울릉도 본섬과 연결돼 있었다. 오랜 세월 파도와 비바람에 의해 침식돼 현재와 같이 분리됐다. 관음도에는 높이 약 14m인 동굴 2개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관음쌍굴이다.


울릉도의 가장 큰 유인섬인 죽도 역시 원래는 본섬과 붙어 있다가 침식에 의해 떨어져 나갔다. 독도와 가장 가까운 곳이 죽도이다. 독도와 죽도의 거리는 87.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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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선암[사진/조보희 기자]

◇ 독도는 울릉도의 형

울릉도는 유인도 4개, 무인도 40개를 합해 44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250만∼5천 년 전에 화산 활동에 의해 만들어졌다. 본섬의 둘레는 56.5㎞ 정도이다. 독도는 460만∼250만 년 전에 생성됐다. 먼저 태어난 독도가 형인 셈이다. 해수면 위에 드러난 섬의 크기는 울릉도가 훨씬 크지만, 물에 잠긴 화산체의 크기는 두 섬이 비슷하다. 한반도 육지가 2억 3천만 년 전에서 2억 1천만 년 전 사이에 형성된 것과 비교하면 울릉도는 육지보다 훨씬 젊은 지형이다.


동해는 한반도 육지의 약 4.6배에 해당할 만큼 넓고, 평균 수심이 약 1,600m에 이르는 심해이다. 동해에는 울릉도와 독도 말고는 섬이 없다. 망망대해에 외롭게 떠 있는 두 섬은 해양 생물들에게 휴식처와 서식처가 된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울릉군 해역은 동해 남쪽의 난수역과 북쪽의 냉수역이 만나는 곳이어서 시공간적으로 복잡한 해양 환경이 조성되고 회유성 어족이 모여들어 좋은 어장을 이룬다. 동해안 최초로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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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바위[사진/조보희 기자]

울릉도가 역사 기록에 처음 등장하는 때는 신라 시대이다. 신라 지증왕 13년(512년) 이사부 장군이 우산국(현재의 울릉도)을 정벌했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 숙종 시기에는 부산 출신 안용복이 두 차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어민들이 울릉도와 독도 해역에서 조업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따져 일본 정부에 자국민의 울릉도 도해 금지 명령을 내리게 했다.


고종은 1882년 이규원 검찰사에게 울릉도를 조사하게 한 뒤 개척령을 반포해 주민 이주를 장려했다. 140여 년의 개척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울릉도는 역사적으로도 젊은 섬이다.


울릉도와 포항 사이 항로에 2021년부터 2만t급 카페리가 투입됐다. 웬만한 파고에도 운항하기 때문에 1년 4계절 울릉도 관광이 가능해졌다. 울릉도에는 2025년 개항 목표로 공항 건설이 한창이다. 대형 크루즈에 이어 비행기까지 뜨면 관광객은 급증할 것이다. 울릉도가 고품격 여행지로서, 극동의 보석으로 오랫동안 빛나길 희망한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3년 6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현경숙 기자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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