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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류 시대에도 후진국형 방송사고는 반복

'화유기' 후 1년만에 '빅이슈' 참사…"특수효과 늘어도 제작환경은 그대로"

연합뉴스

'빅이슈' 방송사고 화면 [SBS 제공]

한류를 타고 국내 드라마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는 때에도 잊을 만하면 터지는 방송사고는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시청자는 물론 제작자들도 눈이 높아지면서 CG(컴퓨터그래픽) 수요와 분량은 날로 증가하는데 드라마 제작환경은 그를 뒷받침하지 못해 생긴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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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방송사고 화면 [SBS 제공]

◇ 미완성 CG에 내부메시지 노출…사고 수준도 날로 심각


전날 SBS TV 수목극 '빅이슈'에서는 그야말로 '역대급' 사고가 났다.


CG가 제대로 완성되지 못한 화면들과 내부 스태프 간 후반 작업을 위해 적어둔 스크립트가 다량 노출된 것이다.


병실 내 텔레비전에 덧씌울 화면이 프레임을 벗어나 따로 노는가 하면 '창 좀 어둡게',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다 지워주세요' 같은 작업 지시 사항과 컬러바가 그대로 전파를 타버렸다. 그러나 방송은 중단 없이 계속 이뤄졌고 시청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네이버 아이디 'choh****'는 "최종본 확인도 안 하고 방송을 내보내느냐", 'dodo****'는 "재밌게 보고 있는데 책임감 없는 실수라니", 트위터 사용자 '@blec******'는 "'화유기' 때도 그랬는데, 드라마 제작환경은 늘 그 정도인 건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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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방송사고 화면 [SBS 제공]

SBS는 방송 직후 22일 이른 오전 사과문을 내고 "시청자, 연기자, 스태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재발하지 않도록 촬영과 편집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나 극 후반부도 아닌 초·중반부 벌어진 대참사에 시청자는 물론 출연 배우들도 힘이 빠진 분위기다.


한 출연 배우 측 관계자는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라면서도 "장면이 많은 작품이라 촬영도 힘들고 후반 작업할 것도 많은 것으로 알지만 이런 사고는 당혹스럽다"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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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유기' 방송사고 화면 [tvN 제공]

이번 방송사고는 2017년 성탄 전야에 벌어진 tvN '화유기' 방송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화유기' 역시 판타지극으로 CG 분량이 많은 작품인데, 후반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CG를 입히지 않은 초록색 화면과 액션용 와이어가 그대로 노출됐다. 사고를 인지한 방송사는 방송을 일시 중단하고 자사 예능 예고편을 연이어 내보내며 시간을 벌다가 그래도 해결이 어렵게 되자 아예 드라마를 종료해버렸다.


이보다 앞서 같은 해 9월에는 파업 중이었던 MBC TV에서 드라마 '병원선'에서 방송 지연이 11분가량 발생한 일이 있었고, SBS TV에서는 인기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 사고가 터진 일이 수차례 발생했다. 2011년 '시크릿 가든'과 '싸인', 2015년 '펀치'가 빠듯한 촬영 일정에 미완성본을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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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방송사고 화면 [SBS 제공]

◇ "특수효과 수요는 느는데 제작환경은 그대로"


'화유기'와 '빅이슈'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최근 CG 미비로 인한 방송사고가 연이어 발생한다는 것은 그만큼 CG가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는 이야기이기 하다.


전문가들은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CG 분량을 점점 늘리면서도 제작 환경과 일정은 과거 그대로인 점이 결국 사고를 촉발했다고 지적한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드라마 특수효과 등이 점점 많아질 텐데 문제는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제작하다 보니 이런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으로 드라마 제작이 매번 생방송 촬영 수준에, 충분한 제작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하는 게 고질적인 문제"라며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방송사가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하고 있는 게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역시 "'초치기'로 찍는 시스템이 아니라면 이런 방송사고는 일어나기 어렵다"라며 "열차 액션 장면 등 '빅이슈'도 CG가 많이 쓰이는 작품인데, 이런 드라마일수록 완성도를 높이려면 사전 제작을 많이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송사고가 났다는 것은 결국 사전 검증을 못 한 것인데, 편성시간대 맞추는 데 급급해 완성되지도 않은 장면들을 내보낸 것이고 결과적으로 작품을 졸속으로 만들었음을 노출한 꼴이 됐다"라고 비판했다.


정 평론가는 또 이러한 방송사고는 작품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빅이슈'의 경우 시청률도 4%대 정도로 저조한 상황인데 이런 사고까지 터졌으니 작품에 대한 신뢰감 같은 게 많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절대 이런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송은경 기자 =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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