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매일 밤 11시, 글쓰기가 시작되는 시간'
『밥보다 일기』를 펴낸 서민 교수
글 잘 쓰는 비결은 매일 쓰는 힘이라고 주장하는 서민 교수의 특별한 글쓰기 책이자 일기 쓰기에 관한 책 『밥보다 일기』. 그는 오늘도 밤 11시가 되면 어김없이 펜을 들고 일기를 써 나간다.
이전에 내신 교수님의 글쓰기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밥보다 일기』를 다시 권하는 이유가 있으시다면요? 혹 똑같은 얘기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을 위해서요.^^
네, 그런 질문이 나올 수 있지요. 하지만 두 책은 많이 다릅니다. 이전 책은 제가 글을 잘 쓰려고 고군분투한 무용담이 주를 이루죠. 그 책을 통해서 ‘원래 잘 쓰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노력하면 잘 쓸 수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주고자 했습니다. 반면 이번 책은 방법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매일 글을 쓰는 장르 중 대표적인 것이 일기인데, 일기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심난해 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일기는 ‘이렇게 쓰면 된다’며 예를 들어 설명해 주지요. 제가 이런 말씀 드리기 좀 쑥스럽지만 그 설명과 예시가 어찌나 찰진지, 이 책을 읽는다면 ‘오늘은 뭘 가지고 일기를 쓰나?’라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밥보다 일기』에서 교수님은 서른 즈음부터 일기를 쓰셨다고 했는데, 궁금한 것이 매일 30분, 정말로 일기를 쓰고 계신가요? 그리고 주로 어느 때 일기를 쓰시는지요?
제가 지금처럼 뜨기 전의 일인데요, 술을 많이 마신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제가 컴퓨터 앞에서 일기를 쓰다 잠이 든 겁니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그 혼란스러운 와중에 일기를 쓰려고 한 거예요. 기특하지 않습니까? 제가 이렇게 강박적으로 일기를 썼답니다. 지금은 그때보단 제가 좀 바빠지는 바람에 신문이나 잡지에 보낼 글을 쓰는 것으로 그날 일기를 대체하는 경우가 있지만, 어찌됐건 매일 밤 11시부터 글을 쓰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일기 쓰기는 어떻게 보면 나만 보고 끝내 버리는 글이 될 수도 있는데요. 일기 쓰기가 타인에게 공유하는 공적인 글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지,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글을 읽게 하려면 셋 중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첫째,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경험을 알려주거나, 둘째, 자기 생각을 바꿔주거나, 아니면 재미있어야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어려울 수 있지만, 첫 번째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이 겪은 일은 그 자체로 고유한 것이니까요. 근데 이게 공적인 글로 승화되려면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야죠. 하루 종일 잠만 잤다는 것도 멋진 글이 될 수 있습니다. “자고 자고 또 잤다. 대략 15시간을 잤다.”이 글이 좀 더 고유한 글이 되려면 과거의 경험을 끄집어내야죠. “내가 가장 오래 잔 기억은 19살 때인데 무박 3일 여행을 다녀온 뒤 이틀간 내리 잔 것이다.” 이러면 사람들이 공감을 하죠. ‘나도 이틀간 잔 적이 있는데’ ‘난 사흘도 잤어.’처럼요.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려면 ‘사람은 얼마 동안 연속해서 잘 수 있을까?]’같은 걸 쓰면 되겠지요. 이런 식으로 마음먹기에 따라 그날 한 일 모두가 공감 가는 소재가 될 수 있어요.
『밥보다 일기』에서 글쓰기에 가장 중요한 ‘자기 생각’을 갖기 위해 소설 읽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개된 책 이외에, 꼭 읽기를 권하는 소설을 포함해 3권만 더 추천해 주신다면요?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최근 읽은 책이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라 이걸 가지고 얘기해 볼게요. 우선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를 추천합니다. 억울한 일을 당해서 고소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가 마땅치 않아서 거의 평생 고소를 하게 된 여인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책을 읽었다면 훗날 자신이 비슷한 처지에 놓였을 때 이 책 생각을 할 것이고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겠지요. 다음으로 『책에 빠져 죽지 않기』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유명 서평가인 로쟈 이현우 선생이 쓴 독후감 모음집인데요, 이 책을 읽는다면 우선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서평이야말로 일기의 소재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이 책에 나오는 서평을 토대로 앞으로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를 수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검사내전』을 추천합니다. 원래 우리가 일기에서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경험을 재미있게 쓰는 것이잖아요? 이 책은 ‘솔직함’이야말로 재미있게 쓰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교수님은 『밥보다 일기』에서 가지고 다니는 노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교수님만의 노트 사용법이라든지, 메모의 기술에 관한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뭔가가 생각이 났을 때 잽싸게 쓰려면 노트가 가장 효율적이에요. 그래서 노트와 펜은 항상 가지고 다닙니다. 저만의 노하우라면 펜을 대략 열댓 자루 가지고 다닌다는 겁니다. 한 자루만 가지고 다니면 잃어버릴 수도 있고, 어디다 뒀는지 모를 수도 있거든요.
교수님은 시간 관리도 철저하실 것 같은데 하루를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일기 쓰기 비결만큼 궁금합니다.
원래 글은 부지런해야 쓰는 거예요. 그런데 제 책을 읽는 분들은 전업작가가 아니라 글쓰기를 취미로 하려는 분들이거든요. 자기 일을 하는 것만도 힘든 와중에 글쓰기를 한다는 게 쉽진 않습니다. 오늘의 글쓰기를 내일로, 또 모레로 미루고픈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오늘 분량의 글을 꼭 써야 한다는, 강제적인 뭔가가 필요해요. ‘올해 세 번 이상 글쓰기를 빼먹으면 난 사람이 아니다’ 같은 자신과의 약속이 그 강제가 될 수도 있고, ‘하루 빼먹을 때마다 배우자에게 1만 원의 벌금을 낸다’는 식의 장치를 해 놓을 수도 있지요. 제게 있어서 그 강제는 출판사와의 약속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주제에 대해 책을 낸다고 계약을 해버리면 나중에 혼날 게 두려워서 글을 쓸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책을 계속 내게 됩디다.
이 책 마지막 내용에서는 아버지와의 일화를 공개하셨는데 뭉클했습니다. 일상에 최선을 다하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에게 일기 쓰기에 대한 격려의 말씀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장성한 자녀에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울부짖는 아버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자녀가 “어떻게 키우셨는데요?”라고 물어보면 말문이 막히죠. 하지만 우리가 일기를 썼다면 어떨까요? 굳이 자녀에게 알아달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그 일기를 보는 것만으로 자녀들은 아버지가 자신을 어떻게 키웠는지 알게 됩니다. 그 추억에 웃음 짓기도 하고, 자기 잘못으로 아버지가 속상했다는 것을 알고 미안해할 수도 있겠지요. 일기가 쓰는 이로 하여금 보다 나은 삶을 살게 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글을 통해서 기억될 수 있습니다. 자녀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울부짖으시렵니까, 아니면 ‘아버지가 이런 사람이었구나’라고 스스로 느끼게끔 하시겠습니까?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서민 저 | 책밥상
글 좀 써본 사람들은 물론이고 글 한 번 써보지 않았던 ‘글쓰기 초짜’ 에게도 콕콕 박히고 술술 따라할 수 있을 효율적이고도 쉬운 글쓰기를 제안합니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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