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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퇴근 후, 제주도로 여행을 간다

『나는 제주도로 퇴근한다』 신재현 저자 인터뷰

신재현 저자 

퇴근을 하고 바로 제주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삶일까? 실제로 그 꿈같은 삶을 누리고 있는 『나는 제주도로 퇴근한다』의 신재현 작가와 만남을 가졌다. 서울에서 부장 교사였던 그는 교감 그리고 교장까지 탄탄대로가 보장되어 있는 삶을 포기하고 제주도로 이주하였다. ‘성공보다는 행복’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그가 꿈꾸던 삶이 제주도에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는 오늘도 아침에 한라산을 보며 출근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제주도의 해안도로를 달리며 퇴근했다고 한다. 

『나는 제주도로 퇴근한다』는 작가님의 첫 책인데요. 어떻게 집필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교대를 나와서 초등 교사가 되었지만, 작가에 대한 꿈은 놓지 않았습니다. 현직 교사는 대부분 교육대학원에 진학하는데, 저는 교사로서는 드물게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습니다. 석사를 졸업하고 박사 과정에 진학할 정도로 문학에 대하여 진지한 태도를 가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글이 잘 써지지 않았어요. 대학원에서 동화를 전공하고 신춘문예로 등단도 하고, 몇 번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은 했지만, 동화를 쓰는 것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글 쓰는 일이 내 길이 아닌가? 내가 작가로서 능력이 없나?’라고 생각할 때, 제주도로 이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제주살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브런치 작가가 된 지 5개월 만에 조회 수가 65만을 넘어서고, 사람들에게서 글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았을 때, ‘아, 이제는 책을 출간해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제주도가 제게는 운명이지 않았나 싶어요.


원래는 서울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 이주를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서울에서 근무를 할 때, 제대로 번아웃이 왔어요. ‘이대로 살다가는 내가 죽겠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지요.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학교가 교육부 소속의 연구 학교였는데, 그곳에서 부장 교사로 일했어요. 밤 9시 이전에 퇴근을 해본 적이 거의 없던 것 같아요. 그 학교에서 점수 가득 채워서 공립학교로 나오면 바로 승진할 수 있는데, 어느 순간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며 사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며 환멸을 느꼈어요.


제 인생의 목표는 교감도, 교장도 아닌데 ‘왜 이러고 사나!’ 싶었어요. 10년 후 교장이 된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더니 아무런 감흥이 없었어요. 반대로 제주도에 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뛰고 행복했어요. 그때부터 제주살이에 관한 책을 읽고, 제주도 이주를 준비했어요. 힘든 직장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제주도 이주를 상상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지요.


제주도 이주를 결정한 이유 중에 자녀의 영향도 있었어요. 아들과 딸 모두 아토피가 있었는데, 제주도에서 한 달 살이를 할 때마다 증세가 호전이 되더라고요. 아이들도 제주도를 좋아하고 살고 싶다고 하니 더욱 제주살이에 대한 열망이 커졌지요. 작은 학교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며 지내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자 가족 사진


제주도 이주를 결심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주변에서 걱정은 안 하시던가요?


별 얘기 다 들어본 것 같아요. “멘탈이 약하다.”, “장담하는데 1년 안에 올라온다.”, “자기 생각만 하냐?” 등등. 사실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었는데, 제주도 이주를 결심한 시점에 아버지께서 많이 아프셨어요. 결국 제주도로 이주를 하고 얼마 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그렇게 일찍 돌아가실지 몰랐어요. 제주도로 이주하는 바람에 아버지 임종도 보지 못한 불효자가 되었어요. 그것이 아직도 마음속에 지울 수 없는 한이 되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울 지상주의가 강한 것 같아요. 서울에서 지방으로, 더군다나 제주도와 같은 섬으로 내려오면 무슨 어두운 사연이 있어서, 일이 잘 안 풀려서 내려온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처음에는 주위 시선이 신경 쓰이기도 했는데, 워낙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잘 사니까 지금은 다들 부러워해요. 요즘 서울에 사는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부럽다.”에요. 제주도에 한 번 살아보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실제로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드물어요. 그런 점에서 용기가 대단하다고 부러워하는 것 같아요.


부제목이 참 마음에 듭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여행 가는 제주살이 이야기'인데 보통 퇴근하시면 어떻게 보내시나요?


저도 이 부제목이 마음에 들어요.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에 살지만 정작 도민이 되면 육지에 사는 것이랑 다를 것이 없어요. 출근하고 퇴근하고, 직장 생활하고, 사람들 만나고. 그런데 도시와 다른 것은 퇴근 후의 삶이에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바다나 오름을 보러 갈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가족은 항상 해안도로로 갔어요. 해안도로를 달리면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풀려서 오더라고요. 그런 점이 육지와는 다른 것 같아요.


특히 제주도에서의 주말은 환상이에요. 육지에 사는 사람들은 주말이나 휴일에 어렵게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내려오잖아요. 제주도에 살면 그러지 않아도 돼요. 제주도에서 금요일 퇴근할 때면 현지인 모드에서 관광객 모드로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바뀌어요. 가성비 좋은 제주도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고, 멋진 풍경이 있는 곳으로 캠핑을 하러 가요. 그것도 아니면 마당에 텐트 치고, 불 피우고, 아이들과 강아지랑 놀고, 이웃이랑 바비큐 파티를 해요. 과장하지 않고 그렇게 살고 있어요. 도시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삶이지요.


제주의 초등학교와 서울의 초등학교의 느낌은 많이 다른가요? 교육적인 환경에 차이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제주도의 초등학교를 보고 놀란 것은 커다란 천연 잔디 운동장이었어요. 학교는 전교 6학급의 소규모 학교인데 운동장은 대학교 운동장만큼 커다란 운동장을 가지고 있어요. 운동장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교육환경은 최고인 것 같아요.


제가 서울에서 근무할 때 현장 학습을 가려고 하면 장소를 물색하느라고 고생했어요. 대부분 과학관, 박물관, 키자니아 등을 갔는데 이마저도 수용 인원이 한계가 있어서 제때 날짜를 잡기가 힘들었어요. 제주도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현장 학습으로 수국이 핀 종달리길을 가고, 가까운 오름에 오르고, 여름에는 바닷가를 가고, 도내에 있는 수많은 박물관을 가면 되니까요. 현장 학습비도 교육청 지원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학부모 부담도 적지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곳이라 그런지 제주도 아이들은 도시의 아이들에 비해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것 같아요. 그런 아이들을 대하는 교사들도 훨씬 포용적이고, 자유롭게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어요. 제주도에는 이주민들이 많은데, 제주도에 이주한 학부모님들의 생각이 좋은 학원 보내고, 사교육 많이 시켜서 좋은 대학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실 거예요. 그래서인지 이곳의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자연을 누리며 지내고 있어요. 어릴 때 이러한 경험들이 아이들의 인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제주도는 여행지로 오기에 가는 곳이 한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현지인이 제주를 즐기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저희도 관광객으로 제주도에 왔을 때는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가려고 했어요. 유명하다는 관광지와 박물관을 가겠다고 새벽부터 움직였고, 이름난 맛집을 찾아 제주도를 훑고 다녔지요. 현지인이 되니 급할 것이 없어요.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오늘 못 가면 내일 가면 되니까요. 그리고 관광객들이 가는 장소는 잘 가지 않아요. 특히 사설 박물관이나 체험관은 가지 않아요. 입장료만 비싸고 볼 것도 많지 않아요. 제주 도민이 되어 좋은 점이 있는데, 바로 도에서 운영하는 유명 관광지는 무료라는 것이에요. 천지연 폭포, 성산일출봉과 같은 곳은 제주 도민들은 신분증만 보여주면 그냥 들어가거든요. 그리고 대부분의 박물관이나 관광지도 도민 할인이 있어서 저렴하게 즐길 수가 있답니다.


저희 가족은 캠핑을 자주 가는 편이에요. 제주도에는 좋은 시설을 갖춘 캠핑장도 많고, 어디든 차를 세우고 텐트를 치면 멋진 뷰의 캠핑장이 되니까요. 요즘은 차박에 빠져있는데, 풍경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하룻밤 자고 오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제주도는 역시 자연이잖아요. 제주도에 있는 300여 개의 오름을 하나씩 찾아다니고, 마음이 답답하면 가까운 해안도로로 드라이브를 해요. 아내는 제주도에 와서 호캉스에 푹 빠졌어요. 제주도 호텔에 가면 제주 도민들이 많아요. 여기 사는 도민들은 그들만의 방식대로 제주도를 누리며 살고 있어요.


제주도 이주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주 도민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관광객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해요. 제주 도민이 되면 제주도는 삶의 현장이 되는 것이지요.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다면 상관이 없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제주도에 내려오면 분명히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어요. 전국에서 평균 임금이 가장 낮은 곳이 제주도라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이곳이 관광지여서 단기 일자리는 많지만,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많지 않아요. 내려오시기 전에 어떤 일을 해서 경제적인 수입을 얻을지를 꼭 고민하셔야 해요.


그리고 제주도는 섬이에요. 제주도가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섬이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아요. 병원, 학교, 학원, 편의시설은 모두 제주 도심에 몰려 있고, 외곽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병원 하나 찾기 어려워요. 멋진 자연환경만 생각해서 너무 외진 곳으로 들어가면 분명히 후회하실 거예요. 제주도에 살면 교통, 난방, 택배 등 불편한 것이 많아요. 이러한 것들을 각오하고 입도를 하셔야 해요.


제주도 이주를 결심하셨다면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내려오시기 보다는 ‘한 달 살이’를 먼저 경험해 보시고 여유 있게 제주 이주를 준비하실 것을 권장해요. 차분히 준비를 잘하고 내려오신다면 제주도에서의 삶이 행복하실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주도 이주를 꿈꾸는 많은 분들이 저처럼, 아니 저보다 더 행복하셨으면 해요.

*신재현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해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다. 신춘문예를 통하여 동화 작가로 등단하였다. 부장 교사로 근무하며 열심히 살았지만, 치열한 경쟁의 환경에 회의를 느껴 제주도 이주를 결심하였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제주도 임용 고시에 도전하여 합격하였다. 바다가 보이는 애월에 살며 제주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며 제주도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있다.

지금 매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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