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파시겠습니까? - 뮤지컬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황금 주머니와 그림자를 바꾼 사나이의 최후를 그린다.
알앤디웍스 제공 |
빈털터리가 된 페터 슐레밀은 마지막 남은 희망으로 도시 최고의 부자 토마스 융을 찾는다. 화려한 궁전에서는 매일 파티가 열린다. 토마스 곁에는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있다.
페터는 토마스에게 돈을 빌려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하지만 토마스는 그에게 관심이 없다. 화려하고 이상한 궁전을 뒤로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페터 앞에 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난다. 남자는 페터에게 아무리 써도 황금이 줄지 않는 주머니를 내밀며 그림자를 팔 것을 제안한다.
그림자 없이는 태양 아래 설 자격이 없다
눈앞에서 황금 주머니를 본 페터는 고민하지 않는다. 살면서 그림자를 신경 쓴 일은 없지만, 황금이 없어서 고생한 날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선뜻 그림자를 내주고 황금 주머니를 손에 넣은 페터는 마을로 향한다. 낡은 옷을 집어 던지고, 새 삶을 꿈꾸는 그를 보며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한다.
그림자가 없다고 페터가 변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그림자 없는 것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그림자가 없으면 악마이거나 괴물, 태양 아래 설 자격이 없는 사람이 된다. 그에게는 ‘시민’이 될 기회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자격도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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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주머니가 있지만, 그림자가 없는 상태에서는 돈을 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컴컴한 호텔 방에 숨어 하인을 찾던 그에게 벤델 호프만이 나타난다. 벤델은 페터의 명령에 따라 회색 옷을 입은 남자를 찾지만, 1년 뒤에 나타나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는 사실을 알린다. 남자를 만날 때까지 페터는 세계를 떠돌며 산다. 벤델은 사람들 앞에 오랫동안 나설 수 없는 페터가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어디에서나 파티를 열 수 있도록 돕는다.
악마와 거래를 한 남자의 최후를 그린다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가 1814년 발표한 소설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가 원작이다.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는 프랑스 혁명으로 독일에 망명한 프랑스 귀족 출신으로 이방인인 자신의 정체성을 그림자를 판 사나이로 묘사했다.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악마에게 그림자를 판 남자라는 원작의 설정은 그대로지만, 갈등을 고조시키는 사건이나 결말 부분이 다르게 전개된다. 뮤지컬의 특성에 맞춰 각색된 이야기와 무대 위에서만 볼 수 있는 연출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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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그림자를 표현하는 앙상블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의 그림자처럼 사람들과 꼭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안무로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악마가 ‘이렇게 순수한 그림자는 처음 봤다’며 감탄한 페터의 그림자는 현대무용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년 만에 만난 악마는 페터에게 두 번째 거래를 제안한다. 이번에는 그림자와 영혼을 바꾸자고 한다. 한 번 크게 당한 페터는 두 번은 속지 않는다. 영혼을 팔지 않았어도 악마는 페터를 가만두지 않는다. 돈 때문에 공경에 빠지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며 ‘재미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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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페터의 불행을 모두 악마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그림자 하나가 없다고 페터를 손가락질한 것은 악마가 아니라 사람들이었다. 모두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벗어나 숲으로 간 페터는 진정한 편안함을 얻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2월 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 이수연 사진 | 기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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