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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암사' 860년 느티나무와 도깨비도로

오래된 나무가 주는 느낌은 남다르다. 한겨울 빈 가지가 힘차다. 굵은 줄기에서 세월을 읽는다. 오래 보면 그 모든 게 그냥 편안하게 느껴진다. 비암사에 가면 860년 된 느티나무를 볼 수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것들 보다 그 나무 한 그루가 더 마음에 남는다. 돌아가는 길에 만난 도깨비도로는 착시라는 것을 알면서도 신비롭다.

비암사

세종시 북쪽 전동면 운주산(삼국시대 운주 산성과 주변 산책길, 전망대 등을 돌아보는 산책 코스가 잘 알려졌다.)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숨을 고르는 곳에 개미고개가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 초기에 밀물처럼 밀려드는 북한군을 미군이 며칠 동안 막아내면서 후방에 방어선을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개미고개에서 고도를 높이는 산줄기는 남쪽으로 흐르며 작성산, 금성산, 수디산을 차례로 세우고 잦아들며 비암사를 품었다.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다방리4(전의면 비암사길 137), 비암사는 남북국시대 통일신라 말기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나 확실치 않다. 창건 연대 또한 알려지지 않았다.

비암사 삼층석탑

절 마당에 고려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3층 석탑이 있다. 이 탑은 화강암으로 만들었다. 1960년 석탑 꼭대기에서 계유명전씨아미타불비상이 발견되어 국보로 지정 됐다. 탑 자체는 유형문화재다.

비암사에는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영산회 괘불탱화도 있다. 절에서 법회나 행사를 열 때 마당에 거는 큰 불교 그림을 괘불탱화라고 하는데, 비암사 괘불탱화는 석가모니불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탱화의 길이가 863㎝이고 폭은 486㎝나 된다. 이 괘불탱화는 1657년(조선 효종 8년)에 만들어졌다.

비암사 극락보전

극락보전에 봉안된 소조아미타여래좌상도 유형문화재다. 높이가 196㎝로 좌상 치고 큰 축에 든다. 17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이 불상이 있는 극락보전 또한 유형문화재다.

비암사 산식각 앞에서 본 풍경

860살 느티나무를 보다

비암사로 가는 길에 북풍한설 지나간 흔적이 역력하다. 길가 작은 숲 나무들 빈 가지 사이로 휑한 바람이 지나간다. 빈 논에는 잔설만 남았다. 들녘 뒤 낮은 산 아래 집 몇 채가 보인다. 뒷동산 겨울 숲 성긴 나무 사이도 희끗희끗하다.

860년 된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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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암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로 걷는데,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여행자를 반긴다. 860년 된 느티나무다. 사실 비암사 절이나 절에 있는 문화재들 보다 더 마음에 남는 게 이 나무였다. 그 나무를 처음 보았을 때의 감흥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 나무는 아주 오래 전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과 얽힌 옛 이야기를 품고 있다. 농사가 나라의 근본이었던 옛날에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에 잎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고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다고 한다. 새봄에 잎이 나무 아래부터 돋아나면 흉년이 들고, 나무 위부터 피어나면 풍년이 든다고 여겼다.

860년 된 느티나무가 비암사 담장 위로 우뚝 솟았다.

잔설 남은 절 담장 위로 느티나무 고목이 몸을 드러냈다. 대한민국과 조선시대를 관통하여 고려시대까지 올라가는 이 나무의 생(生, 살아있음) 하나로 비암사는 물론, 운주산에서 이곳까지 뻗어 내린 산줄기의 맥이 더 생생하게 살아난다.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 전설 같은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비암사 조망 포인트와 도깨비도로

비암사 주차장 한쪽에 있는 화장실 뒤 산으로 올라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경사진 산길에 놓인 계단을 밟고 고도를 높일수록 보이는 풍경의 느낌이 달라진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저절로 걸음이 멈춰졌다. 절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절을 품은 숲이 넓게 펼쳐졌다. 절은 그 숲에서 둥지처럼 아늑하다. 조망 포인트다.


860년 된 거대한 느티나무 고목이 절로 오르는 계단 옆에 장승처럼 서서 절을 지키는 모습이다. 몇 채 안 되는 절집과 삼층석탑이 있는 절 마당이 고즈넉하다. 간혹 불어가는 바람소리에 적막이 더 깊어진다.

비암사 샘 물방울이 만든 하트 모양

비암사 샘

다시 절로 내려가 절 마당을 거닐었다. 샘가에 얼음이 얼었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이 샘에 고인 물 표면에 파문을 일으킨다. 떨어진 물방울의 힘에 반작용으로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 시시각각 다른 형태다. 샘가에 쭈그려 앉아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음에 찰 때까지 셔터를 누르고 또 눌렀다. 일어서 보니 한 삼십 여 분 지나있었다. 그리고 촬영된 사진을 보다가 발견한 한 컷, 하트 모양의 물방울. 별 거 아니지만, 860년 동안 이곳을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 고목에 바치는 헌사라고 여기고 절을 나왔다. 

도깨비도로

절을 찾았을 때 제일 먼저 마중해주던 느티나무 고목의 배웅을 받으며 돌아가는 길, 또 하나의 신비가 여행자 앞에 나타났다. 도깨비도로였다. 제주도에서 보았던 도깨비도로가 이곳에도 있었다. 기어를 중립에 놓고 그대로 있는데 차가 제 스스로 오르막길로 올라가는 것이다. 물론 착시현상이지만 신비로웠다.


비암사

주소: 세종 전의면 비암사길 137

전화: 044-863-0230

비암사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비암사길 137

글·사진 장태동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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