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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품격을 높여주는 깔끔한 한 잔

제주는 양파와 같은 섬이다. 결마다 미처 몰랐던 놀라움이 숨어 있다.

제주의 보석 같은 전통주를 음미했다. 제주처럼 깊고 맑다.

이시보 오리지널 막걸리.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다.

이시보 연화막걸리, 아름다운 색감

이시보 막걸리를 대표하는 듀오

제주 원물을 활용한 전통주
양조장 이시보

제주 양조장 ‘이시보‘는 제주의 서쪽 대정읍의 밭 사이 좁은 길가에 자리한다. 최근 신성처럼 떠오르고 있는 양조장이니, 당연히 유동인구가 많은 길가나 전망 좋은 바닷가에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 짐작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평범한 외관에 내부는 사무실과 작은 공장 하나가 전부다. 소박한, 그야말로 정말 ‘양조장’이다. 제주에서 이시보 양조장을 운영하는 ‘부경철 대표’는 1993년생이다.


이시보 양조장, 부경철 대표의 모습

이시보(25)는 술이 가장 잘 익는 온도를 의미한다.

이시보 양조장의 내부 모습

양조장을 운영할 정도면 지긋한 나이에 최소 반백은 되어야 할 것이라는 편견도 여지없이 깨졌다. 단지 삼성혈을 뚫고 나온 고. 양. 부 성씨 중 하나이기에 제주 출신일 거라는 추측만이 맞아떨어졌다. 이시보는 숫자 ‘25’를 의미한단다. 25도는 술이 가장 맛있게 익는 온도다. 직관적이면서 의미 있는 이름이다. 이시보 부경철 대표는 우선 강술 한 수저를 먹어보라 내게 권했다. ‘강술’이란 이름도 생소했지만, 떠먹는 술이라니. 정체가 궁금해졌다.

이시보 양조장, 전통주를 만드는데 쓰이는 장비

이시보의 탁주가 맛있게 익어가는 공간

발효를 거치고 있는 이시보 양조장의 막걸리 누룩

강술, 떠먹는 술이다.

누군가에 영감을 주는 막걸리, 이시보

노릇하게 구워진 전과 환상 궁합을 자랑하는 이시보 막걸리

양조장 ‘이시보’는 2022년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던 부경철 대표는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술 만드는 일이었다. 음악가들이 감성의 자극을 받는 것 중 하나가 술이라는 데서 모티브를 얻었다. 사실 부경철 대표는 증조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린 시절, 전통주를 만들어 사람들을 대접했던 장면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어쩌면 재능을 물려받았는지도 모른다.

'산디‘라 불리는 밭벼는 이시보막걸리의 재료이자 상징적인 의미다.

산디라고 불리는 밭벼를 수확하는 모습

이시보 오리지널 막걸리의 아름다운 자태

가양주연구소와 주류면허센터의 제조아카데미를 수료한 것을 제외하면 그는 거의 독학으로 술을 공부했다. 제주 원물을 활용한 전통주를 시대에 맞게 복원하겠다는 신념도 생겨났다. 밭 사이에 양조장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화산섬인 제주는 비가 내려도 물이 고이지 않는다. 논 농사할 수 없으니 밭에서 벼를 소량 재배했는데 그것이 바로 ’산디‘라 불리는 밭벼다. 밭벼는 이시보막걸리의 재료이자 상징적인 의미다. 극히 짧은 경력에도 불구 ‘2021 예비창업패키지’로 선정된 까닭도 그것이다. 

강술의 재림

강술은 ‘말테우리(목동)’가 들로, 농부가 밭으로 나갈 때 호박잎이나 연잎에 싸서 다니던 제주 전통주의 일종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일반 술처럼 액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계곡물을 떠서 풀어 마셨다. 된장처럼 걸쭉하고 무른 상태의 강술은 이 때문에 오래 보관할 수 있었고 이름처럼 매우 독했다. 이시보는 강술을 재현했다. 대신 문헌에서 전해지는 것보다 도수를 낮춰 9도에 맞췄다. 한 수저를 떠먹으면 녹진하고 묵직한 식감사이로 달큰하고 구수한 풍미가 전해진다. 부경철 대표는 물보다는 일반 막걸리에 타 먹기를 권했다. 술과 술의 조합이라니 의아하다. 강술을 탄 막걸리는 그 끝을 모를 정도로 깊고 진한 맛이었다. 이시보 양조장의 모든 라인업을 구매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농부가 밭으로 나갈 때 호박잎이나 연잎에 싸서 다니던 제주 전통주의 일종, 강술

강술은 물에 풀어 마시는 술이다. 굉장히 걸쭉한 느낌

오리지널 막걸리는 누룩과 물, 찹쌀, 멥쌀만으로 만든다.

이시보 오리지널 막걸리는 누룩과 물, 찹쌀, 멥쌀 외에 별도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흔하게 쓰이는 아스파탐조차 없다. 이토록 순수한 막걸리는 뽀얀 요구르트 색을 띠고 있다. 크라운 병뚜껑을 따고 동봉된 술잔에 따르는 순간부터 방안 가득 누룩 향이 퍼진다. 그리고 한 모금, 걸쭉하다. 단맛 대신 기분 좋은 산미가 느껴진다. 해남의 명물 해창막걸리를 연상시키는 품격 있는 맛이다.

연화막걸리는 백년초 베이스라 색이 빨갛다.

사발 대신 작고 예쁜 글라스 잔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연화막걸리

한편, 연화막걸리는 백년초 베이스다. 식탁에 올려놓는 순간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을 정도로 색이 곱고 화려하다. 이쯤 대면 막걸리도 거나하게 취하도록 마시는 술이 결코 아니다. 사발 대신 작고 예쁜 글라스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행복한 막걸리 타임, 오늘은 새우전으로 페어링하고 애바캐시디의 <night bird> 앨범을 들어볼 예정이다. 무언가와, 또 누군가와 어울려 즐기고 싶은 술, 그것이 진짜 맛있는 술이 아닐까. 이시보 양조장의 술은 같이 즐기고 싶은 맛이다.

이시보 양조장의 대표 상품들

이시보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도원남로158번길 36 이시보양조장 

찾아가는 양조장
고소리 술 익는 집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선정한 우리나라 ’찾아가는 양조장’ 55곳 중 2곳이 제주에 있다. 그 중 하나가 제주 성읍민속마을 내에 있는 ‘고소리 술 익는 집’이다.

성읍민속마을의 전경

성읍민속마을, 이곳에 고소리 술 익는 집이 있다.

이곳 양조장에서는 제주 고유의 술로 전해져 내려오는 발효주인 ‘오메기맑은술’과 증류주인 ‘고소리술’을 직접 만들어 판다.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된 고소리술 기능보유자, ‘김을정 할머니’에 이어 전며느리 ‘김희숙 대표’가 성읍민속마을에 머물며 3대째 내려온 전통방식으로 술을 빚고 있다.

고소리 술 익는 집의 외관

고소리 술 익는 집의 김희숙 대표

이곳에서는 제주 고유의 술을 양조한다.

기다림의 미학 오메기맑은술 & 우리나라 3대 증류주 고소리술 

땅이 척박했던 제주는 예로부터 쌀이 귀했다. 대신 좁쌀을 밥을 지어먹고 술을 담갔다. 오메기떡은 좁쌀을 원료로 만든 둥근 모양의 떡이다. 오메기떡과 누룩 그리고 물을 이용해 술을 빚고 윗부분의 청주만을 따로 떠낸 것이 ‘오메기맑은술’이다. 좁쌀의 특성상 발효를 길게 해야 하므로 기다림의 정성 또한 필요하다. 고소리는 ‘소줏고리’의 제주 방언이다. 고소리술은 개성소주, 안동소주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증류주로 평가받아 왔으며 2017, 2021년 한국 주류대상을 받았고 2019년에는 한국 칠레 정상회담의 만찬용 술로도 쓰였다. 그리고 최근 외국인에게 한국의 술을 소개하기 위해 제작된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의 영문 단행본 ‘한국의 숨겨진 매력’에서 ‘영혼까지 달래주는 술’로 소개되기도 했다. 좁쌀과 보리를 재료 해서 고소리로 내려 빚은 고소리술은 3년 이상 저온 항아리에서 숙성한 후 그 맛을 선보인다. 당연히 향이 강하고 그윽하며 목 넘김 또한 좋다.

고소리 술 익는 집의 내부, 감성이 넘친다.

고소리는 ‘소줏고리’의 제주 방언이다.

과거 술을 만들던 도구들

‘고소리 술 익는 집’은 ‘찾아가는 양조장’답게 제주 전통미에 현대적 감각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잔디가 깔린 전원적인 뜰에 체험장까지 갖추고 있으며 판매장은 분위기 있는 카페를 연상시킨다. 이곳에서는 시음도 가능하다. 직원에게 부탁하면 성의껏 준비해준다. 제주 전통주에 다가가기 전에 술맛을 보고 공간을 즐기며 멋진 인증샷을 남겨봐도 좋다.

과거 술을 만들던 도구들

오메기술은 오메기떡과 누룩, 물로 만든다.

다양한 잡지에 소개된 고소리 술 익는 집


고소리술은 우리나라 3대 증류주로 평가받는다.

이곳에서는 고소리술을 시음해볼 수 있다. 깊고 향기가 맑다.

제주 고소리 술 익는 집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Editorㆍ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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