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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시작했습니다" 자영업자가 배달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제를 살리는 게으름뱅이

인간의 7대 죄악 중 하나가 '나태'입니다. 나태함을 몸소 실천하는 이들을 '게으름뱅이'라고 부르는데요. 요즘은 조금 더 친숙한 단어인 '귀차니즘', '귀차니스트'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손 하나 까딱하기 싫어하는 게으름뱅이들이 경제를 살리고 있다니, 이게 무슨 아이러니일까요?

영화 <엑시트>

나태해 보이는 그들은 시장에서 '최고의 손님'으로 불립니다. 현대의 시장은 게으름뱅이를 중심으로 분주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게으름뱅이와 개념이 살짝 다른데요. 소득과 시간의 가치가 변한 시점에 게으름뱅이 경제가 나타났습니다. 시간의 가치가 돈의 가치를 넘어서면서 절약에 흥미를 잃고 간편함과 시간을 돈으로 사고, 그 시간을 자기 계발에 투자하는 거죠. 한마디로 신 소비자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으름 경제의 대표주자는 뭐니 뭐니 해도 '음식 배달 문화'입니다.

배달 없이 못 살아!

게으름뱅이 경제와 모바일 배달 앱으로 승승장구하던 배달 시장. 거기에 코로나19사태가 더해졌습니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멀리하게 되면서 외식업 계도 큰 타격을 입었죠. 울상 짓는 식당과 달리 함박웃음을 짓는 곳들도 있습니다. 바로 '배달'을 하는 식당입니다. 한 배달 어플 조사 결과, 국내에서 코로나19사태가 본격화된 2월 1일부터 23일까지 주문 건수는 전월 동기 대비 12% 증가했으며, 작년에 비해서는 2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수치로 보니 늘어난 배달 수요가 더 확실하게 다가오는데요. 앞으로 배달 시장은 어떻게 전망되고 있을까요?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언택트 소비가 자리 잡았다. 홀 매출은 떨어진 반면, 배달 서비스 이용은 확실히 늘었다." 원래부터 배달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만들어져있는 서비스가 코로나19사태를 맞으며 새로운 이용자가 늘고 확실하게 뿌리내린 것뿐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소비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그전의 소비 형태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코로나가 해결되더라도 언택트 서비스의 편리함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거죠. 때문에 대형 프랜차이즈는 물론, 자영업자들이 배달 시장에 발 빠르게 배달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배달하는 사장님들께

배달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꼭 알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배달 음식이 매장에서 먹는 음식보다 맛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오프라인 음식점은 인테리어나 분위기, 조명 등 시선을 빼앗길 거리가 많습니다. 비교적 음식 맛이 좋지 않아도 다른 것들에서 심리적 만족을 느낀다면 재방문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배달 음식은 오로지 맛으로만 승부해야 합니다. 맛이 없으면 재주문은 물론이고 가혹한 리뷰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힘듭니다.

별점으로 나뉘는 식당

두 번째로 리뷰 관리입니다.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좋은 리뷰'입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배달 어플을 사용해 음식을 주문하는데요. 배달 어플을 통해 높은 평점 순으로 식당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연령층이 젊을수록 리뷰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배달이 지연됐을 때는 사과하는 쪽지를 넣는다든지, 서비스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세 번째는 적극적인 마케팅입니다. 배달로 성공한 식당의 공통점은 '사업 초기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였다는 건데요. 적극적인 홍보로 가게를 알려 고객층이 형성되고, 리뷰가 많이 달렸다면 서서히 마케팅에 쏟았던 비용과 노력을 줄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신 맛과 고객 관리에 더 힘을 쏟는 거죠. 주의할 점은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마음이 급해 마케팅을 먼저 시작하지 않아야 합니다. 한 번 구축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돌리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배달 음식 어디까지 먹어봤니?

오픈서베이가 20~59세 남녀 소비자 1,500명을 대상으로 '배달 앱 이용 실태'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집에서 먹는 일상적 식사'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습니다. 그 뒤로 '야식이 먹고 싶을 때', '집에 혼자 있을 때'가 꼽혔는데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날 먹는 특별한 음식이었던 배달 음식이 일상적인 식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스마트폰의 보급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배달 앱의 보급이죠. 처음엔 생소했던 배달 앱이었지만, 클릭 몇 번으로 언제든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간편함에 이용자는 급속도로 늘어났습니다. 거기에 대가족에서 핵가족, 1인 가구로 인구가 재편된 영향도 큰데요. 혼자 사는 경우, 스스로를 위한 요리를 해먹기엔 귀찮고 한 번 먹고 나면 재료가 너무 많이 남는다는 것도 배달음식이 일상식이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음식점들도 1인 혹은 2인을 위한 메뉴로 재편성했고, 굳이 다 같이 모여 즐기지 않더라도 한 끼를 간편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된 겁니다.

배달 음식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짜장면이나 치킨, 피자처럼 전통적인 배달 메뉴만 떠오른다면 요즘 배달을 많이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배달 음식이 일상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배달 음식이 보편화되면서 기존에 배달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음식들이 등장했습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을 꺼리게 되고, 당연히 맛집을 찾는 고객도 감소했는데요. 변화를 발 빠르게 포착한 맛 집들이 음식 배달에 나섰습니다.

배달을 시작한 뉴욕의 피터 루거 스테이크 하우스

최근 배달 어플을 켜보면 '와, 여기도 배달을 시작했구나'하는 식당들이 눈에 보입니다. 파스타, 딤섬, 쌀국수 등 집에서 먹지 못하는 음식은 이제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외식을 할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죠.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맛집이 배달을 시작한 건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뉴욕의 대표적인 맛집 '피터 루거 스테이크 하우스'도 문을 연지 133년 만에 처음으로 픽업과 배달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이 식당은 오로지 현금만 받던 콧대 높은 곳이었기 때문에 소비자와 관계자들은 이런 변화가 더욱 놀랍다고 말합니다.

맛집만 배달에 나선 건 아닙니다. PC방도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요즘 PC방 음식이라면은 물론 덮밥, 떡볶이, 햄버거, 볶음밥 등 가능한 건 모두 다 팔고 심지어 맛도 있다는 건 유명한 사실인데요. '음식도 다양하겠다, 손님도 줄었겠다 배달이라도 해서 매출을 올리자'싶은 PC방 사장님들이 배달 음식에 뛰어들었습니다. 굳이 PC방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예상외로 많은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A 씨는 "PC방에서 삼겹살, 폭립, 떡볶이 등 음식을 만들고 있고 24시간 운영하는데다 이용 고객도 주민"이라며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배달을 시작했는데요. 놀랍게도 PC방 매출보다 배달 매출이 2배를 넘었습니다. 배달 대행업체를 이용해 인력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고, PC방 손님이 뜸한 새벽 배달이 많아 유리해 배달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집에서도 카페처럼 즐길 수 있는 요즘 배달 문화

맛집에서 PC방까지 배달 업체가 다양해진 것도 있지만, 배달 음식도 다양해졌습니다. 식사 외에도 빵이나 커피, 과일,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도 주문해 집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배달 앱에 등록된 카페와 디저트 주문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6%나 올랐는데요. 이제 더 이상 배달 음식으로 못 먹는 것도, 못 팔 것도 없는 시대가 온 거죠.


비용보다 시간에 더 가치를 두는 현대 사회. 스마트한 세상에 태어난 이들이 커갈수록 다양한 서비스가 주는 혜택이 기본치가 될 거라는 추측이 많습니다. 한 사람당 1대씩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핸드폰 요금을 내는 것이 당연해진 것처럼 말이죠. 배달 문화도 기본이 될 서비스 혜택 중 하나입니다. 배달이 일상이 되면서 배달 음식도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배달음식 하면 떠오르는 '건강에 나쁜 이미지'를 탈피하고, 건강하고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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