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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스타투데이

특급 아닌 모텔급 ‘강변호텔’

한현정의 직구리뷰

홍상수X김민희, 매력적 변주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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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봐왔던 홍상수표 예술 세계의 중간 지점, 혹은 그 아래 어딘가에 있는 듯하다. 기대했던 ‘변주의 미학’은 썩 매력적이질 못하고 흩어진 발상들은 단단하게 봉합되지 못한다. 그의 세계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특유의 울림과 여운, 위트가 반감 되니 진부하고도 지루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천재도 기복이 있음을 증명하는, 홍상수 감독의 신작 ‘강변호텔’이다.

“너도 금방 죽어. 그걸 잊지마”

시인 영환(기주봉)은 우연히 알게 된 강변호텔 사장의 권유로 호텔의 남는 방에서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그러던 중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이 죽을 거라는 기분이 들어 아들 경수(권해효)와 병수(유준상)을 부른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강변호텔로 달려온 두 아들. 장남인 경수는 차마 자신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영화 감독인 병수는 그저 아버지가 안쓰럽고 불안하다. 아버지가 너무 어렸을 적에 집을 나간 바람에 엄마에겐 ‘괴물’ 같은 존재지만 이들에게 아버지는 마음에 쌓인 응어리도 짓눌러 버릴 만큼 그립고 복잡한 존재다.


영환은 자신이 집을 나온 이유로 “미안함만으로 평생 살 수는 없다. 사람은 다 죽는다. 너도 금방 죽는다. 그렇기에 그렇게 살 수만은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오랜 만에 마주한 부자는 속 이야기를 나누며 잊지 못할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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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사람이 너무 불쌍해. 너무 머리를 많이 써서 가슴이 얼어붙은 것 같아.”

강변호텔에 머물고 있는 또 다른 투숙객,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왼손에는 화상을 입은 여인 상희(김민희)다. 그녀는 힘든 마음을 위로를 받고자 선배 언니인 연주(송선미)를 부르고 그녀와 함께 까치도 보고 눈도 본다. 그리고 시인 영환과도 만난다.


연주를 버린 남자는 가정이 있는 사람. 그녀를 버리고 가족에게 돌아간 남자를 향해 연주는 나쁘다고 욕하지만, 상희는 그를 이해하며 불쌍하다고 한다. 그리곤 “나는 잃은 게 없어요. 그냥 너무 힘들 뿐이지”라는 대사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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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강변호텔에 등장하는 이들은 하나 같이 사는 게 힘들다. 이들의 이곳에서의 하루는 하루가 다인 양 하루 안에서 계속 시작하고 있고 서로가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다. 역설적이면서도 꾸밈 없이 ‘죽는 것’에 대한 멜랑 꼴리와 두려움을 홍 감독 만의 방식으로 그려냈다.


그간 그가 얘기해온 사람들의 본질에 대해 탐구보단 저마다의 답을 찾기 위해 갈만한 곳을 ‘강변호텔’로 설정해 재창조해낸다. ‘죽음’에 관한 두려움을 말하기 보단, 누구도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으로 보고, 유한한 시간 안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해 찾고 용기를 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근원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진 못한다. 양 갈래로 배치한 두 에피소드가 여전히 ‘불륜’ ‘사랑’ ‘이별’ 등 뻔한 소재인데다 그것을 다루는 방식 역시 과도하게 뻣뻣하다. 흩어진 인물들의 이야기가, 대사가, 메시지가 유기적으로 촘촘하게 맞물리질 못해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유준상을 제외하고는 늘 봐오던 배우들의 반복되는 연기 패턴, 진부한 톤과 늘어지는 전개 때문에 길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드럽고 명상적이며 헛덧하고도 직설적인, 홍상수의 뻔한 세계가 펼쳐지지만 익숙함 속의 장점보단 깊은 웅덩이에 빠진듯 답답함이 느껴진다. 높은 기대는 여실히 독이 됐다. 해외 영화제로부터 얻은 호평 후광이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3월 27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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