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화내는 방법은 따로 있다
화를 내기엔 너무 과하고 그냥 넘어가자니 짜증나는 순간들,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현명할까?
감정을 멈춰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행동 패턴이 있다. 첫 번째는 수동형 표현방식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에도 상대방이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는 사람들이 그렇다. 이들은 원치 않는 상황에 닥치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회피해버린다. 두 번째는 수동공격형 표현방식이다. 앞에서는 조용히 있지만 뒤에서는 뒷담화를 하거나 이상한 소문을 내는 경우가 많다. 직접 불만을 말할 용기가 없기 때문에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직장 상사를 도마 위에 올리고 물어뜯으며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드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세 번째는 공격형 표현방식으로 폭언이나 고성을 이용해 자신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분노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다. 오히려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화가 났을 때 가장 좋은 분노 조절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분노 조절은 결국 어떻게 상대방과 소통하는가의 문제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화가 나기 시작했을 때 감정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전두엽이 활성화되면서 이성적인 사고 판단이 가능하고, 충동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감정은 어떻게 멈출까?
첫째, 가상 STOP 버튼을 누른다.
화가 날 때 사람마다 반응하는 신체 부위가 있다. 손이 떨린다거나 뒷목이 싸늘해진다거나 배 속에서 묵직한 것이 올라오는 등의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반응으로 이 순간에 스스로 ‘멈춰!’라고 되뇌며 감정을 조절한다.
둘째, 냉수와 온수로 신체 온도를 유지한다.
화가 나면 신체 온도 또한 올라간다. 몸이 뜨거울수록 더 많이 화가 나기 때문에 우선 찬물을 마셔 온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이후 따뜻한 물로 신체 온도를 유지하면 분노의 감정이 멈춘 상태로 지속된다.
셋째, 심호흡을 한다.
교감신경계는 긴장 반응을 하고 부교감신경계는 이완 반응을 한다.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내쉬면 이완 반응이 활성화되어 분노의 감정이 진정되는 효과가 있다.
넷째,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
감정은 본능적인 반응이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면 뇌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거치기 때문에 서서히 분노의 감정은 멈추게 된다.
원하는 것을 요구하라
감정을 멈추었다면 이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화내는 방법이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모두 전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화가 나지 않았더라도 목소리를 키워 화가 난 척할 수 있고, 화가 났더라도 냉정한 척할 수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사의 막말을 들었을 때,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말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갑질을 할 때 죄송하다고 고개 숙일 것이 아니라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은 어렵지만 이렇게 대처하다 보면 상대방의 존중을 얻어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계속 억압하면 감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분노를 느꼈다면 재빨리 상황을 파악해 개선하고 소통을 통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감정 조절이 그리 쉽지는 않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일명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 있다. 언제나 어딜 가나 일정 수의 또라이가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또라이처럼 대화가 통하지 않는 대상을 만났을 때에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날씨를 선택할 수 없지만 날씨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은 바꿀 수 있다. 직장 상사를 선택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직장 상사와의 소통을 통해 상황을 개선할 수는 있다. 우리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화가 나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
글 차희연(감정조절코칭연구소 소장) 일러스트 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