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의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 한우 먹어보고 깜짝 놀란 이유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영향으로 수입산 소고기마저 가격이 뛰어 많은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 발표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육류 가격이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고 알려졌는데요. 그중 미국산과 호주산 소고기의 가격은 모두 평년 대비 10% 이상씩 상승했습니다.
수입산 소고기는 국산 한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가집니다. 반대로 한우의 가격은 외국인들에게 ‘두 눈을 의심하게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높죠. 이른바 ‘소고기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 호주에서 온 외국인들은 가격뿐만 아니라 한우의 맛에 한 번 더 충격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그들이 한국산 소고기에 깜짝 놀란 이유를 다양하게 담아보았습니다.
마블링의 차이에서 나타난 외국인 반응
한국의 소고기 식당을 찾은 외국인들은 한우의 맛에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 거주 중인 영국인에 의하면 한국의 소고기는 비싸서 자주 사 먹지는 못하지만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훌륭하다고 전했습니다. 한우는 미국산, 호주산 소고기와 달리 ‘마블링’으로 불리는 근내지방이 많아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기 때문이죠.
또한 소고기를 숙성하는 기간 및 방식에도 차이가 존재합니다. 숙성의 목적은 도살 직후 질긴 상태의 고기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죠. 보통 수입산 소고기는 유통거리가 멀어 그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숙성된 상태입니다. 반면 한우는 인공적인 숙성 과정을 바로 거칠 수밖에 없는데요. 습식 및 건식 숙성에 진공 포장술 등이 더해지며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잘 숙성된 한우는 신선도는 물론 풍미를 더하는 효과가 나타나죠.
‘말도 안 된다’ 해외 소고기 가격
세계 최대 소고기 생산국인 미국과 호주에서는 소고기 가격이 매우 저렴합니다. 일반 마트에서는 300g을 약 3천 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공개되며 새롭게 주목받은 국가도 있었는데요. 바로 ‘사람보다 소가 더 많다’고 불리는 아르헨티나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소고기 1kg가 1달러(한화 약 1100원)에 판매되기도 한다며 놀라운 가격을 호가했죠.
중국에서는 소고기와 더불어 돼지고기 값도 저렴한 편입니다. 그 이유는 2018년 이래로 중국에서는 양고기 가격이 ‘양귀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값이 상승했기 때문인데요. 중국 매체에 따르면 5년간 양고기 가격이 30% 상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내 소고기 수요량이 늘면서 과거에 비해 소고깃값도 크게 상승하긴 했지만 1kg에 약 70위안(한화 약 1만 2천 원)에 거래되는 정도입니다. 이 역시 한우에 비해선 저렴한 편이죠.
유독 한우만 비싼 ‘진짜’ 이유
같은 소고기여도 가격은 천차만별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흔히 생각하기 쉬운 이유는 방목 면적의 차이입니다. 한국은 산지가 많아 방목이 어려운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호주, 아르헨티나의 경우 대규모 초원에서 소를 방목해 키우는 것이 대부분인데요. 이러한 목초사육우는 사룟값이나 인건비의 비중이 낮게 잡히게 됩니다. 이는 수입산 소고기가 저렴할 수 있는 원인으로 작용하죠.
그러나 한우의 가격이 유독 더 높은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요. 한우는 농가에서 소비자까지 일반적으로 총 7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매 단계마다 마진이 붙어 가격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죠. 수입 소고기의 경우 가공부터 공급까지 동일 업체가 담당하거나 각각의 공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에 비해 한우는 2~3배 더 많은 유통단계를 가지고 있어 비쌀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우에 쏟아지는 비난과 비판
사실 한우는 비육농가에서 자란 소로 움직임이 적어 흔히 좋은 품질로 생각하는 ‘마블링’이 많습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마블링을 품질 기준으로 삼아 한우의 등급을 매기곤 합니다. 등급 상향에 따라 가격 상승폭도 큰 편이죠. 하지만 미국, 호주 등 현지에서 먹는 소고기와 한우의 맛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지방, 마블링이 적은 방목육의 품질도 우수하게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품질은 비슷하지만 높은 가격과 등급으로 한우를 고급화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일부 사람들은 ‘한우가 맛있다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그보다 맛있는 소고기가 널려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미국소 광우병 사태 등을 이용해 국산 한우 소비를 촉구하는 광고는 ‘애국심 마케팅’, ‘감성팔이’ 등의 비난을 받기도 하죠.
이처럼 한우와 수입산 소고기는 축산 환경, 소비량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 맛과 품질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데요. 이에 전문가들은 질 좋은 한우가 널리 알려지지 못하는 원인에는 한국의 유통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우가 여전히 국내에서만 높이 평가받고 있는 데에는 일각의 비판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