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올림픽 이후의 경기장

국가들은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힘을 쓴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으며, 국가를 홍보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목적인 만큼,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면 그 나라의 정부는 신설 경기장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다. 2020 도쿄 올림픽 같은 경우 경기장 건설에 약 3.6조 원을 사용했고, 2018 평창 올림픽을 위해서 대한민국 정부는 약 8600억 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경기장 건설에 지출했다. 많은 개최국들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퀄리티 높은 경기장을 새로 짓는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이후 많은 경기장에선 뜨거웠던 올림픽 열기는 온데간데없이 쓸쓸한 기운만 감돌아,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많은 국가들은 올림픽 개최를 위해 경기장을 새로 짓고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도 그 경제적 효과를 명확하게 느끼기 힘든 까닭에 유치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경제학에선 이렇게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한 뒤,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마땅히 활용할 곳이 없는 시설물을 ‘하얀 코끼리’라 표현한다. 
하얀 코끼리를 피하기 위한 해결책은 분명히 존재한다. 보편적으로 올림픽이 끝나면 경기장을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첫 번째, 본래의 용도를 살려서 선수들의 연습 공간, 또는 일반인들의 스포츠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보수, 개조 공사를 통해 본래의 용도와는 다르게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주로 관광, 그리고 공연장으로 활용된다. 마지막으로 향후 관리 비용을 책정한 뒤 손해가 큰 경우 철거하는 방법까지 있다. 최근 올림픽에서 하얀 코끼리를 피한 사례들을 알아보자.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파크

2012 런던 올림픽은 유산의 사후 활용과 도시 다방면에서 성공한 올림픽으로 평가받는다.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기저에는 런던올림픽위원회(이하 BOA)가 올림픽 개최를 위해 내건 ‘유산 계획’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BOA는 낙후된 인프라를 되살리자는 목표를 가지고 올림픽 사업에 임했다. 그 결과 런던 동쪽 공업 지역에서 작업하기 시작했고 2012년 그곳엔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파크(구 올림픽 파크)가 새롭게 탄생했다. 이 공원에 런던 스타디움(육상 경기), 올림픽 빌리지, 올림픽 미디어 센터, 올림픽 수영장 등 여러 경기장이 한곳에 모여 있다. 올림픽 이후 BOA는 이 공원에 있는 건물을 활용해 올림픽 빌리지는 일반 아파트로 탈바꿈했고, 수영장, 복싱장, 배구 경기장 등은 일반 시민들이 접근하기 쉽게 공사를 마쳐 연간 3천만 명 넘게 이곳을 방문한다. 이 외에도 공원 내에선 각종 행사, 푸드 페스티벌, 교육 프로그램 등이 주기적으로 열려 올림픽이 끝난 지 10년 후인 현재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런던 올림픽의 개막식, 폐막식, 그리고 육상 경기들이 진행됐던 런던 스타디움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이곳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런던 북동부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지였다. 낙후된 인프라를 개발하고자 BOA는 이곳에 주 경기장 건설허가를 받았고, 올림픽공원 유산 회사*(이하 OPLC)는 사후 경기장 활용 방안을 바탕으로 올림픽 경기장 소유 및 운영 주체를 모집했다. 이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FC가 낙찰받았으며, 올림픽이 끝나고 추가 공사를 거친 뒤 영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규모의 축구 구장으로 재탄생해 축구 역사를 나날이 담아내고 있다. 이 외에도 런던 스타디움은 다목적성 경기장의 특징을 살려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 개최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2017년에는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가, 2019년에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메이저리그 경기가 치러지기도 했다. 더군다나 2016년에는 밴드 AC/DC의 콘서트가 여기서 열리기도 했으며, 런던 스타디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스포츠 외에도 많은 행사들이 예정된 것을 알 수 있다. 
*OPLC : 2009년 5월에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이 ‘올림픽 종료 후 경기장 활용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다.

평창 올림픽의 경기장

2018 평창 올림픽에서도 경기장의 사후 활용 문제는 항상 화두에 올라와 있었다. 주로 산악지대에 위치한 동계 올림픽의 특성과 평창의 적은 인구수 때문에, 하얀 코끼리 문제에 대한 우려는 유치 확정부터 시작됐다. 그 결과, 올림픽 직후 막대한 적자를 맞이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강원도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사후활용 사업을 폐막 4년 만에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다고 발표했다. 강원도는 현재 관리하고 있는 13개의 경기장을 필두로 올림픽 경기장 사후 활용과 올림픽 레거시 사업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핵심 키워드인 ‘다기능 사업’을 토대로 단순히 스포츠 공간을 벗어난 스포츠,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가득한 공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 같은 경우 국가대표 훈련시설 및 국내외 대회 유치 장소로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강원도는 경기장의 사후활용을 위해 약 2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강릉 하키센터 디지털 공연장’은 첨단 기술과 아이스링크 경기장이 융합된 디지털공연장으로, 지역 관광·문화 사업과 연계한 지역 관광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에 활용되고 있다. 2024년에는 동계 청소년 올림픽이 강릉 경기장에서 개최되는 만큼 올림픽 경기장은 쉴 틈 없이 운영될 예정이다.

경기장이 다기능 복합 스포츠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강원도는 올림픽 폐막 이후 3년 사이(2019년~2021년 8월) 경기장 수익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강원도의 시설 운영 현황에 따르면 소유 올림픽경기장 6개(스피드 스케이팅·하키센터·슬라이딩센터·스키점프센터·크로스컨트리센터·바이애슬론센터)의 수익금이 2019년 약 1억 2600만 원에서 2020년 11억 9000만 원으로 10배 가까이 뛰었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사용 인원은 매해 7만 명이 넘는 등 성공적으로 변신해 하얀 코끼리를 완전히 피했다고 볼 수 있다.

미래의 올림픽

버려지는 경기장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앞서 올림픽 경기장의 사후활용방안에 대해 신경 많이 써달라고 당부한 바가 있다. 이를 고려해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사용했던 경기장을 모두 활용해 새로 짓는 경기장 하나도 없이 올림픽을 개최할 계획이다. 선수촌 또한 미국의 명문 UCLA의 캠퍼스를 임시적으로 빌려 별도의 큰 건설 비용 없이 선수들의 숙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2032 브리즈번 올림픽도 전체 경기장의 84%를 기존 시설로 이용하겠다는 비용 절감 계획을 내세워 버려지는 경기장에 대한 우려 없이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세계의 축제인 올림픽. 다 같이 스포츠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무언가 낭비되거나 버려져선 안된다. 이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은 더 깊어져야 하며, 미래에 있을 이벤트도 이러한 문제를 초래해선 안된다. '하얀 코끼리'라는 말이 더 이상 들리지 않도록, 다가오는 올림픽들의 유산 계획이 성공적이길 바란다.

​​[시스붐바= 글 이민서 수습 기자, 사진 ABC,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제공]​

오늘의 실시간
BEST
sisboombah
채널명
시스붐바
소개글
연세대 운동부의 소식을 전하는 스포츠 매거진 시스붐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