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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시사위크

직접 지은 ‘귀농의 로망’ 전원주택, 3년 동안 살아보니

처음 귀농해서 빈집을 얻어 살았던 우리는 2021년 집을 짓고 새

처음 귀농해서 빈집을 얻어 살았던 우리는 2021년 내집마련의 꿈을 이뤘다. / 청양=박우주

2021년, 우리는 귀농의 첫 번째  꿈이었던 집이 생겼다. 직영으로 내가 직접 설계부터 자재까지 다 계획해 주문했고, 완벽한 집이라고 생각하며 집을 지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정말 잘했다 싶은 점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귀농하면 빼놓을 수 없는 전원주택에 대해 참고하면 좋을 나의 경험을 이야기해본다.


먼저, 천장에 다는 실링팬은 지금도 너무 만족하며 사용 중인 ‘추천템’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모두 사용하기 좋다. 특히 여름에 에어컨과 실링팬을 함께 사용하면 정말 행복 그 자체다. 겨울에도 역회전을 활용해 따뜻한 공기가 돌게 해줄 수 있는 등 모든 계절에 공기순환용으로 유용하다.


우리의 실링팬을 보고 부모님과 친구들이 따라 설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실링팬을 사용하려면 층고가 좀 높은 게 좋은데 전원주택은 보통 층고를 높게 짓기 때문에 딱이다. 세련된 디자인도 있고 빈티지 스타일 실링팬도 있으니 취향에 맞게 골라서 사용하면 된다.


우리가 집을 지은 뒤 또 가장 만족한 요소는 바닥재다. 찾아온 사람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리석 모양이어서 보는 사람들마다 예쁘고 대리석이랑 똑같다며 칭찬을 많이 했다. 바닥재를 결정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시공사례를 참고했다. 보통 강화마루나 강마루, 장판, 대리석 등을 많이 쓰는데, 우리는 두꺼운 5.5T장판으로 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강화마루나 강마루는 시간이 지나면 습기 때문에 들뜨고, 색이 변하고, 촉감도 별로라 선택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2년이 지나고 나니 장판이 울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더운 여름에 집에 강한 햇빛이 들면서 장판이 열을 받은 게 문제였다. 예쁘다고 칭찬받던 거실은 장판이 울면서 보기 싫게 돼버렸고, 장판을 자른 뒤 장판용 본드를 발라 붙이면 되는 거라 셀프로 수리를 하고 있다.


혹시나 장판 시공을 생각 중인데 햇빛이 많이 드는 곳이라면 햇빛을 적당히 가려줄 커튼 등을 함께 준비하는 걸 추천한다. 장판이 두꺼우면 울지 않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5.5T도 꽤 두꺼운 장판인데 울었다.

천장에 설치한 실링팬은 사계절 유용하게 사용 중인 ‘추천템’이다. 처음 집을 짓고 많은 칭찬을 받았던 바닥재는 시간이 지나니 울어버렸다. / 청양=박우주

집을 지어 이사를 오기 전 빈집을 얻어 살 때는 정말 많은 동물들과 함께 살았다. 개미, 지네, 곱등이, 돈벌레, 바퀴벌레, 청개구리, 쥐 등을 모두 만나봤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이 부분을 정말 많이 신경 썼다. 결과적으로 2년 동안은 집에서 벌레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나자 개미가 발생했다. 원인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살펴보니 창문 옆 바닥에 크랙(갈라짐)이 생긴 게 문제였다. 크랙 사이로 개미가 들어와 우리와 마주하기에 이른 것이다. 원인을 찾았으니 개미약으로 1차 방제를 한 뒤 크랙을 메웠고, 이후 개미는 사라졌다.


애초에 전문가가 지은 집이 아닌 내가 직접 지은 집이다보니 완벽할 수 없었고, 어느 정도 수리는 각오하고 있었다. 전원주택에 살면 아무래도 틈틈이 수리를 할 일이 많기도 하다. 크랙도 그 중 하난데 습도와 온도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발생하곤 한다. 농촌에 있는 전원주택은 습도가 굉장히 높은 환경이다. 새벽이면 사방에서 물안개를 볼 수 있을 정도라 제급기가 꼭 필요하다. 습도관리를 잘하면 크랙과 곰팡이를 예방할 수 있고 건강에도 좋다.


습도도 습도지만, 전원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는 ‘단열’을 꼽는다. 우리는 빈집을 얻어 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을 지을 때 단열과 층고를 중점적으로 신경 썼다. 우선, 단열은 기준치보다 더 두꺼운 자재를 사용했고, 층고는 보통의 아파트가 2m40cm인데, 2m70cm로 했다. 지금도 만족하고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전원주택에서 단열을 꼼꼼히 챙겨야하는 이유는 보통 층고가 높기 때문이다. 층고가 높은데 단열이 부족하면 겨울에 웃풍이 굉장히 심하다. 즉, 층고를 높이려면 단열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시골은 겨울이 길고 유독 더 춥다. 단열만 잘 챙겨도 돈을 번다. 우리가 가깝게 지냈던 이장님은 겨울이 되면 난방비로 두 달에 약 100만원을 쓰신다. 어르신들이다보니 더 따뜻하게 지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열이 부족한 점도 난방비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반면, 우리는 겨울 내내 2드럼으로 충분하다. 1드럼에 100리터, 25만원이니 50만원으로 해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 조금 돈을 들이더라도 단열에는 아끼면 안 된다. 참고로 집을 지을 때 석고보드라는 것을 붙이는데 우리는 보통 1장 붙이는 것을 단열을 위해 2장 붙였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2배지만 단열에 효과적이라서 그렇게 했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에어컨을 조금만 틀어도 시원하다. 귀농해서 전원주택을 짓는다면 단열을 첫 번째로 신경 써야 한다.

우리는 외부 바닥에 파쇄석을 깔았는데 엄청나게 많이 깔아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 청양=박우주

정말 집을 예쁘게 짓고 관리하는 사람들은 외부 바닥을 잔디와 조경으로 꾸미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전원생활의 로망이기도 할 거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로망보단 농사일이 바빠 뭐가 좋을지 고민하다 저렴하고 관리하기 편한 파쇄석으로 덮었다. 우리가 자주 놀러가는 지인의 농원이 바닥을 전부 파쇄석으로 깔아 잡초 없이 않고 깔끔한 걸 보고 참고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만 해도 잘 몰랐다. 참고했던 농장처럼 하려면 파쇄석을 엄청 많이 깔아야한다는 것을. 파쇄석 층의 두께가 10cm정도는 돼야 잡초가 안 올라온다. 우리도 파쇄석을 까는데 200만원 넘게 들였지만 한참 모자라다.


차라리 시멘트로 바를 걸 하는 생각도 든다. 파쇄석 사이사이로 잡초들이 엄청 올라오는데 그걸 관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제초제를 뿌리거나 손으로 뜯고, 이따금씩 파쇄석을 더 사서 모자란 곳에 덮어주고 있다. 알아보니 파쇄석을 깔 때 바닥에 먼저 잡초방지매트나 부직포를 깔고 파쇄석을 덮으면 잡초관리가 편하다고 한다. 이 글을 본 사람들은 우리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란다.


집을 짓는 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당연히 좋다. 하지만 여건이 안 되거나 의지와 계획이 있다면 우리처럼 직접 집을 짓는 것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은 집을 점점 완벽하게 바꿔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는 지금도 정원을 꾸며나가고 있다. 심심한 시골살이에서 하나의 취미가 생긴 것이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청양=박우주 sisaweek_c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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