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민기자의 ‘드라이빙’] 벤츠 11세대 E클래스, 극찬할 정도로 좋을까

11세대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10세대 E클래스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파주=제갈민 기자

11세대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10세대 E클래스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파주=제갈민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의 11세대 모델이 지난달 국내 출시를 알렸다. 앞서 10세대 벤츠 E클래스는 2016년 한국 시장에 출시된 후 지난해까지 8년 연속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링 모델 1위’에 올랐다.


다수의 완성차 업계에서는 “한국인 소비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한국 시장이 제일 어려운 곳”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전 세계에서 통한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사실상 완성차 업계가 제일 꺼려하는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수입차’, 그것도 8년 연속 왕좌에 오른 벤츠 E클래스는 ‘최고의 찬사’를 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출시된 신차 11세대 더 뉴 E클래스도 이전 모델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디지털’에 진심인 벤츠, 사소한 부분에는 소홀

11세대 벤츠 E-클래스의 외관 디자인은 우아한 느낌이 돋보인다. / 파주=제갈민 기자

11세대 벤츠 E-클래스의 외관 디자인은 우아한 느낌이 돋보인다. / 파주=제갈민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달 31일 신형 E클래스의 미디어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해 직접 시승을 하며 느껴본 벤츠 더 뉴 E클래스는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시승 모델은 고급스러움이 강조된 ‘E300 4매틱 익스클루시브’ 트림이다.


외관 디자인은 벤츠의 아이덴티티(정체성)와 헤리티지를 잘 녹여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외관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독특한 모양의 헤드램프와 벤츠의 ‘삼각별’을 심은 스타로고 형상 리어램프, 마차휠 등이다. 문손잡이는 ‘팝업식(히든 도어 캐치)’을 채택해 미끈한 디자인에 포인트를 더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벤츠답다’, ‘고급스럽다’라는 느낌이다.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와 큼지막한 센터 터치 디스플레이, 동승석 대시보드에 탑재된 ‘MBUX 슈퍼스크린’은 벤츠가 지향하는 디지털화를 잘 표현한 요소이며, 고급 가죽 소재를 사용한 시트 및 콘솔박스 커버, 그리고 일부 우드 소재와 도어트림부터 프런트글라스(전면 유리) 라인을 따라 대시보드를 휘감는 앰비언트 라이트 등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부분이다.

11세대 벤츠 E-클래스는 센터페시아 부분의 물리버튼을 최소화하고 동승석 대시보드에까지 터치스크린을 탑재했다. / 파주=제갈민 기자

11세대 벤츠 E-클래스는 센터페시아 부분의 물리버튼을 최소화하고 동승석 대시보드에까지 터치스크린을 탑재했다. / 파주=제갈민 기자

그러나 아주 사소한 부분들에서 원가 절감에 힘쓴 모습은 벤츠 E클래스와 어울리지 않았다. 먼저 대시보드와 동승석 앞 글러브박스 커버 마감재는 가죽이 아닌 우레탄을 사용하고 색상을 실내 가죽소재와 최대한 동일하게 맞춘 것으로 느껴졌다. 여기에 앞뒤 문 안쪽의 도어트림 아랫부분과 1열 콘솔박스 뒤쪽 마감재, 1열 시트 후면 덮개 등에는 플라스틱 소재가 적지 않게 사용됐다.


특히 일부 플라스틱 소재의 색상이 주변의 가죽이나 우레탄 소재 색상과 약간 차이를 보여 통일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 A·B필리 및 천장(루프) 마감 소재가 직물인 점도 차량 가격이 9,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또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외부에서 트렁크를 여는 손잡이 부분을 플라스틱 소재로 마감했는데 분위기를 깨는 요소다.


‘사소한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는데, 벤츠 E클래스는 사소한 부분을 소홀히 한 모습이다.

2열 등받이는 세워져 있고, 레그룸은 좁아… 수납공간은 어디?

11세대 벤츠 E-클래스에는 디지털 스크린이 3개나 탑재됐다. 그러나 이와 달리 콘솔박스 후면부 공조기를 감싸는 부분의 마감재는 저가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색상이 주변 가죽 색상과 차이가 있다. 1열의 컵홀더에 음료수를 보관 중이라면 스마트폰을 무선충전패드에 넣고 빼기가 약간 불편하다. / 파주=제갈민 기자

11세대 벤츠 E-클래스에는 디지털 스크린이 3개나 탑재됐다. 그러나 이와 달리 콘솔박스 후면부 공조기를 감싸는 부분의 마감재는 저가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색상이 주변 가죽 색상과 차이가 있다. 1열의 컵홀더에 음료수를 보관 중이라면 스마트폰을 무선충전패드에 넣고 빼기가 약간 불편하다. / 파주=제갈민 기자

실내 수납공간도 많지 않아 단점으로 꼽힌다. 도어트림·글러브박스 공간을 제외하면 벤츠 E클래스의 실내 수납공간은 운전석과 동승석을 나누는 센터터널 위쪽의 컵홀더 및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가 설치된 부분과 콘솔박스가 전부인데, 이마저도 협소하다. 또 앞쪽 컵홀더에 음료를 보관 중이라면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에 휴대폰을 넣고 빼기도 약간 불편한 감이 있다.


2열에서도 수납공간의 부재가 아쉽다. 2열 시트 중앙의 등받이를 앞으로 젖히면 팔걸이(암레스트)로 사용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별도의 수납공간이 없다. 컵홀더는 C클래스와 동일하게 팔걸이 앞쪽 부분을 2번 누르면 나오는 팝업식으로 설계됐다. 그나마 1열 콘솔박스 후면 송풍구 아래에 작게나마 수납공간을 마련했지만 실용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국내에 출시된 11세대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 파주=제갈민 기자

11세대 벤츠 E-클래스는 2열 공간이 다소 좁으며, 2열 암레스트는 팝업식 컵홀더 때문인지 수납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른쪽 위 사진은 1열 조수석을 약간 앞쪽으로 당겨 앉았을 때 2열 레그룸이며, 아래 사진 2개는 1열 조수석 시트포지션을 편안하게 조작한 후 레그룸 비교 사진이다. 1열 시트 위치에 따라 2열 탑승객 무릎 앞쪽으로는 주먹이 1~2개 정도 들어가는 정다.  / 파주=제갈민 기자

2열 공간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신장이 180㎝인 성인 기준, 1열 시트를 편안한 정도로 조작한 후 2열로 옮겨 타면 레그룸이 다소 좁게 느껴진다. 1열 시트 후면과 2열 탑승객의 무릎 사이는 주먹 하나가 들어가는 정도다. 1열 탑승객이 공간을 조금 좁게 당겨 앉으면 겨우 시트와 무릎 사이에 주먹 2개가 들어가는 공간이 확보된다.


또한 1열 시트 아래로 발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사실상 없다시피 설계돼 다리를 뻗는 것은 불가능하다. 후륜구동 모델이라는 특성상 2열 가운데 바닥이 높게 솟아오른 점도 조금 아쉬운 점이다. 2열 등받이 각도도 약간 세워져 있는 느낌이라 장시간 탑승하고 먼 거리를 이동한다면 피로도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헤드룸 공간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다. 파노라마선루프가 탑재됐지만 차체 강성을 보강하기 위해서인지 B필러에서 약간 뒤쪽 천장에 가로로 빔(beam·들보)이 설치돼 개방감이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다.

고속주행 일품, 과속방지턱 넘을 땐 “탱”… 슈퍼스크린 작동은 오락가락

11세대 벤츠 E-클래스는 고속주행 안정감이 뛰어나고 주행 간 외부 소음 유입이 크지 않다. / 파주=제갈민 기자

11세대 벤츠 E-클래스는 고속주행 안정감이 뛰어나고 주행 간 외부 소음 유입이 크지 않다. / 파주=제갈민 기자

100㎞/h 이상의 고속주행에서도 안정감이 뛰어나고 속도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 빠르게 달리고 있음에도 불안함이 없다. 또한 고속주행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음(풍절음)이나 노면소음이 크지 않다. 방음처리에 신경을 쓴 모습이다.


다만 서스펜션은 약간 하드한 느낌이라 평가가 갈릴 것으로 보이는 요소다. 30∼40㎞/h 정도의 속도로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특히 뒷바퀴가 넘어온 직후 충격이 다소 크게 느껴졌다. 2열 탑승객이 살짝 떴다가 떨어지는 정도다. 부드러운 승차감과는 거리감이 있다고 느껴졌으며, 이는 2열에 탑승한 동승자도 아쉬운 점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11세대 E클래스는 주행모드를 에코·컴포트·스포츠로 변경할 수 있지만, 주행 모드별로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디지털화를 거치면서 물리버튼을 최소화하고, 큼지막한 터치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점은 세련됐다는 느낌도 들지만 반대로 주행 중 기능을 조작할 때는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벤츠 역시 이러한 불편을 의식한 것인지 음성조작 기능을 탑재했다.


음성조작 기능은 ‘안녕, 벤츠’를 부른 후 ‘공조기 온도 19도로 설정해줘’, ‘선바이저 열어줘·닫아줘’ 등 명령어를 말하면 작동된다. 특히 동승자가 ‘안녕, 벤츠’를 부르고 공조기 온도 조절을 음성으로 요청하면 동승자의 위치만 온도가 바뀌는데, 아주 매력적인 포인트다.


유튜브 동영상이나 비발디 웹브라우저를 사용할 수 있는 MBUX 슈퍼스크린도 동승자 입장에서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장치다. 보통 동승자가 유튜브 등을 보려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고개를 숙인 자세가 일반적인데, 동승석 앞 대시보드에 마련된 슈퍼스크린은 시트에 편안하게 앉아 영상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차량이 주행하고 있을 때 동승자가 슈퍼스크린에서 유튜브나 비발디 앱을 작동하려 터치를 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벤츠코리아 측에서는 “우리가 테스트를 해봤을 때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으나, 실제로 고속 주행을 하는 동안에는 유튜브와 비발디 앱이 열리지 않고 검은 화면만 나타났다. MBUX 슈퍼스크린을 포함한 옵션 가격은 300만원이 넘는데, 유료로 비용을 지불하고 작동이 오락가락하는 기능을 사용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제갈민 기자

오늘의 실시간
BEST
sisaweek
채널명
시사위크
소개글
솔루션저널리즘의 새 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