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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할퀸 부산 대형 산사태…토사 3m 아래 4명 매몰·시신 훼손

현재 매몰자 4명 중 2명 시신 발견

노부부 아내·아들 여전히 실종상태

“모두 찾는다” 심야 수색작업 전개

전문가 7명 동원… 원인 규명 속도

목격자, 검은물 콸콸 흐른 전조증상

이후 수천t 토사 400~500m 쏟아져

“산 정상에 군부대, 우면산 사태 유사”

서울신문

토사 뒤덮인 산사태 현장 -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관통한 3일 오전 부산 사하구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토사가 일대를 뒤덮고 있다. 부산소방본부와 경찰 등은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 주민 4명을 수색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9.10.3 연합뉴스

태풍 ‘미탁’이 할퀴고 지나간 부산에서 대형 산사태가 발생해 일가족 3명 등 4명이 토사 3m 아래에 매몰된 가운데 2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부산 소방당국은 수색 과정에서 세번째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으나 확인 결과 두번째 시신의 일부가 훼손된 채 발견됐던 것으로 확인돼 정정됐다. 사고 현장에는 남아 있는 매몰자들을 찾기 위해 야간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3일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신체 일부가 세번째 매몰자가 아니라 두번째 매몰자의 것으로 추정돼 발견자를 2명으로 정정했다고 밝혔다. 부산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DNA 분석을 의뢰한 상태로 정확한 결과가 나올 때 다시 알리겠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는 야간에 접어들며 어두워지자 곳곳에서 조명을 켠 채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강한 비바람을 몰고 온 태풍 ‘미탁’ 상황이 종료될 무렵인 이날 오전 9시 5분쯤 부산 사하구 한 공장 뒤편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인근 주택과 식당 등 2곳을 덮쳤다.


매몰된 주택은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이 파묻혔고 식당은 가건물로 된 천막 1개 동이 매몰됐다. 주택에는 사고 당시 일가족 4명 가운데 노부부와 아들 등 3명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는 현재 매몰된 장소로 주변으로 뜨고 있고 통화도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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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산사태 현장…4명 매몰 추정 -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관통한 3일 오전 부산 사하구 한 공장 뒤편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 토사가 인근 주택과 식당, 공장 건물 3곳을 덮쳐 주민 4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9.10.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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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해야 할 텐데’ -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관통한 3일 오전 부산 사하구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일대를 뒤덮은 가운데 부산소방본부와 경찰 등은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 주민 4명을 수색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9.10.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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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매몰자 수색 -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관통한 3일 오전 부산 사하구 한 공장 뒤편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사고 현장에서 119구조대가 수색하고 있다. 토사가 인근 주택과 식당, 공장 건물 3곳을 덮쳐 주민 4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9.10.3 연합뉴스

식당에서는 주인인 배모(65·여)씨가 매몰됐다. 배씨는 사고 7시간 만에 처음 발견됐지만 병원으로 옮겨져 검안을 받은 결과 ‘압착성 질식사’로 숨졌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어 일가족 매몰자 가운데 아버지 권모(75)씨 시신이 발견됐다. 권씨는 매몰된 주택에서 아내 성모(70)씨와 아들(48)과 함께 살았다. 권씨 역시 질식사했다는 검안의 소견이 나왔다.


두번째 발견자인 권씨는 무려 검은 토사 더비 3m 아래 묻혀 있었고 시신 일부가 훼손된 상태였다고 소방본부는 밝혔다.


소방본부 등 수색대는 남아있는 매몰자를 찾기 위해 수색 장비와 인력을 보강했다. 군·경찰·소방 등에서 3교대로 수색 임무에 참여하면서 수색인원도 1056명으로 늘었다.


현장에는 토목학회와 사면전문가 7명이 나와 조사를 벌였다. 매몰자 수습작업이 마무리되는대로 되면 사고 원인 조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토사 유실 사면과 토사 성분을 확인했고, 검토 의견을 4일 부산시에 전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정호권 사하구청 건설과장은 “전문가들이 둘러본 결과 무너진 사면 하부에서 용출수(지하수)가 많이 치솟았는데 지하에 있는 물이 토사를 밀어내 산사태가 난 것 같다고 추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던 군부대 배수시설에 대해서는 “배수시설은 다 마른 상태여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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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자 어딨나’…산사태 현장 수색 -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관통한 3일 오전 부산 사하구 한 공장 뒤편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토사가 일대를 뒤덮고 있다. 사고 현장에는 전신주가 쓰러져 있고 차량 일부가 흙더미에 묻혀 있다. 부산소방본부와 경찰 등은 매몰로 추정된 주민 4명을 수색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9.10.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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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자 어디있나’ 산사태 현장 수색 -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관통한 3일 오전 부산 사하구 한 공장 뒤편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토사가 일대를 뒤덮고 있다. 사고 현장에는 전신주가 쓰러져 있고 차량 일부가 흙더미에 묻혀 있다. 부산소방본부와 경찰 등은 매몰로 추정된 주민 4명을 수색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9.10.3 연합뉴스

석탄재로 연병장을 조성한 것과 관련해서는 “일반적으로 토사와 3대 7로 섞어 성토제로 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목격자들이 사고 전 석탄재로 연병장을 조성한 산 정상 부근 군 훈련장에서 검은 물이 콸콸 쏟아지는 전조 증상을 보인 뒤, 순식간에 수천t이 넘는 엄청난 양의 검은 토사가 400∼500m를 흘러 일대를 덮쳤다며 증언했었다.


경찰은 많은 비에 비탈 지반이 약화했거나 석탄재로 조성돼 지반이 약한 예비군훈련장 운동장에 물이 한꺼번에 흘러들면서 사고를 유발했을 가능성 등 원인을 살피고 있다.


사고 10여분 전 산사태 현장에 있었던 인근 주민 류모(68)씨는 “산사태 전에 댐이 폭발한 것처럼 검은 물이 줄줄 쏟아져 내렸다”면서 “위에는 댐이 없는데 생각하면서 깜짝 놀랐다”며 기괴한 사고 전조 증상을 설명했다.


정모(57)씨는 산사태 5분 전 인근 공장에 배달을 왔다가 사고를 직접 봤다. 그는 “갑자기 큰 소리가 나면서 정전이 되고 밖을 보니 먼지가 시커멓게 치솟고 스티로폼이 이리저리 날아다녔다”고 말했다. 정씨는 “어디 공장 폭발하나 싶어 밖에 나오지를 못했다”면서 “조금 있다가 나와보니 현장이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산사태 사고 원인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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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산사태 현장, 시신 수습하는 소방대원 - 3일 오후 부산 사하구 산사태 매몰 현장에서 구조대원이 2번째로 발견된 매몰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2019.10.3 연합뉴스

전문가는 사하구 산사태가 9년 전인 2011년 16명이 숨진 서울 우면산 사태와 닮았다고 지적한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 정상에 예비군훈련장이 있고 비탈에서 다량의 토사가 흘러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면산 산사태 때도 산 정상에 공군 부대가 있었고 배수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말했다.


그는 “예비군훈련장에 배수로가 있겠지만 한꺼번에 많은 비가 몰려 넘치면 경사진 비탈로 물이 넘쳐 토사가 흘러내릴 수 있다”면서 “비탈에 축대벽이 설치됐다면 피해가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 정상에 있는 사하구 예비군훈련장은 1980년 6월 산을 깎아 조성됐다. 산사태로 쓸려내려 온 토사는 훈련장을 조성할 때 쓴 ‘감천 화력발전소 석탄재’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물폭탄’을 퍼붓고 지나간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인한 사망·실종자 수는 14명, 이재민은 749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부산 산사태로 매몰된 4명 가운데 2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여서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 주택 1237곳, 농경지 1861곳 등 민간시설 3267건이 침수·파손됐고, 도로·교량 등 공공시설 359건 등 총 3626건의 피해를 입었다.


태풍 ‘미탁’은 지난 2일 오후 9시 40분 전남 해남군에 상륙해 밤사이 남부지방을 관통하며 곳곳에 기록적인 양의 비를 쏟아낸 뒤 이날 오전 동해로 빠져나갔다. 경북 울진에는 시간당 104.5㎜의 비가 내려 1971년 1월 이 지역 기상관측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제주도 고산과 강릉 동해도 시간당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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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강릉 경포호수 주변 상가 - 3일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강원 강릉에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경포호수 주변 상가가 물에 잠겨 있다. 2019.10.3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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