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값으로 빌딩 지분 매입… 부동산투자 대중화 열 것”
핀테크 ‘카사’ 이끄는 예창완 대표
디지털수익증권 댑스 통해 소액 투자
회사가 아닌 건물 상장… 분기마다 배당
지분도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아
역삼런던빌 시작… 3회 공모 모두 완판
1년 사이 누적거래 수 250억원 넘겨
투자자 비중 3040 많고 50대도 증가
싱가포르 라이선스 획득… 2022년 진출
전 세계 곳곳의 상업빌딩 카사에 상장
투자하고 싶은 빌딩 고를 수 있게 할 것
금융 핀테크 ‘카사’의 예창완 대표는 “전 세계 상업 부동산을 카사에 상장해 세계인들이 소액으로 상업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카사 제공 |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캠퍼스 인근 집값이 너무 비쌌거든요. 졸업하면 기숙사에서 나가야 하는데 월세가 평균 500만원 정도였으니 현지에서 취업해 살 수 있을까 걱정됐죠. 그때부터 막연히 건물주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카사’ 사무실에서 만난 예창완 대표(31)는 ‘부동산 투자를 주식처럼 한다는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018년 설립돼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본인가를 획득한 핀테크 카사는 ‘누구나 빌딩에 투자할 수 있는 대중플랫폼’을 표방한다. 소수의 고액자산가만 투자할 수 있는 도시 빌딩을 ‘디지털 수익증권’ 댑스(DABS)를 통해 소액 단위로 투자할 수 있게 했다. 현재 1댑스가 5000원대이니 ‘커피 한 잔 값’으로 강남빌딩의 건물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음원 저작권, 그림 등 실물 자산 조각투자 플랫폼과는 다르다.
주식투자에 빗대면 카사 플랫폼은 유가증권시장이며 회사가 아닌 건물이 상장된다. 투자자들은 카사 내 상장된 빌딩 중 원하는 곳에 연 2000만원까지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고, 지분을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투자자들은 보유한 지분에 따라 임대수익 등 해당 건물을 운용해 거둔 이익을 분기마다 배당받으며, 건물 매각 시 수익도 나눠 받는다. 기존의 부동산 간접 투자 방식인 리츠보다 직접적인 투자로 볼 수 있다.
예 대표는 “주식시장보다 변동성이 적은 부동산, 그중에서도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이라며 “20년간 서울 오피스 빌딩 가격은 연평균 7%씩 올랐기 때문에 배당금까지 더하면 단순 계산했을 때도 연평균 10% 이상 수익률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카사는 지난해 12월 1호 건물인 ‘역삼 런던빌’ 공모를 시작으로 올해 7월 ‘서초 지웰타워’, 9월 ‘역삼 한국기술센터’까지 완판시켰다. 투자자들은 분기마다 3∼6%씩 배당금을 받았다. 불과 1년 사이 누적 거래 수는 250억원, 앱 사용자는 13만8000명을 넘겼다.
평균 투자금액은 100만원가량이지만, 100만원 이상 투자자들의 평균 투자금액은 400만원이다. 투자자 비중은 3040이 가장 많고 50대 이상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50대 이상 투자자들은 2030과 비교해 투자금이 10배로 크다.
예 대표는 “50대 이상은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투자처가 필요한데, 이런 분들이 카사에 진입하고 투자금액을 늘려가고 있다는 것은 카사가 신뢰를 잘 쌓아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물론 향후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예 대표는 그러나 장기적인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그는 “상장할 빌딩을 선정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며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세에 따라 그동안 침체되어 있던 호텔, 리테일 등이 다시 주목받는 등 수요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카사는 금융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안전성과 신뢰를 최우선으로 한다. 상장 건물의 선정부터 공모와 청약관리, 상장 이후 증권거래 및 수익지급까지 모든 과정을 전문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인증한 두 곳의 대형 감정평가기관을 통해 상장 신청 건물의 가치를 평가하며, 부동산, 투자, 자산, 플랫폼 등 각 영역의 전문가로 구성된 상장심의위원회를 거쳐 적합성을 판단한다. 이후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승인 절차를 거친 후 공모 청약을 시행한다. 투자자의 예치금 및 계좌는 하나은행에서 특정금전신탁 방식으로 관리해 투자자산의 당일 청산과 수취를 지원한다.
예 대표는 민족사관고등학교와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만큼 블록체인 기술, 해킹방지 기술, 플랫폼 장애 방지 기술 등에 전문가 집단과 협업하며 최상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초기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강남빌딩을 잇따라 상장한 카사는 점차 지역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예 대표는 “내년 초 상장할 4호 빌딩은 강남이 아닌 곳”이라고 귀띔했다.
한국에서 이제 막 이름을 알려가고 있는 카사는 내년에 싱가포르에도 진출한다. 지난 9월 싱가포르 통화청으로부터 수익증권 공모와 2차 거래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국내외 투자자에게 열려 있는 싱가포르 시장을 발판으로 주요 국가에 연이어 진출할 계획이다.
예 대표는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 투자하기 때문에 부동산도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투자를 선호한다.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라며 “우리의 목표는 전 세계 곳곳의 상업빌딩을 카사에 상장하고 세계인들이 자신이 투자할 빌딩을 고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다. 열심히 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