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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러닝머신… 1초라도 멈추면 죽는다”… 지쳐가는 유튜버들

무한경쟁에 번아웃… “나, 일시 멈춤 하고싶어!”

구독자 떠날라… 추천 알고리즘서 밀릴라

“끊임없이 콘텐츠 생산해야” 압박감

일상에 영향… 정신적 피로·우울감 느껴

일부, 활동 중단·축소 선언 잇따라

“휴식기 가져도 부정적인 영향 없다”

유튜브 CEO, 직접 나서 권장하기도

일반인들, 너도 나도 “유튜버 꿈”

“겉으론 화려… 살아남기 쉽지 않아”

세계일보

#1. “새해에는 유튜브를 쉴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개인 유튜버 기준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퓨디파이’는 지난 16일 돌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주로 게임 관련 영상을 올리며 리액션, 논평 등을 전하는 그의 채널은 구독자 수가 1억명이 넘는다. 엄청 많은 구독자 수만큼이나 유튜브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그는 최근 “매우 지쳐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년에 잠시 떠나 있을 것이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미리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2. 국내에서 여행을 주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해피새아’는 최근 자신의 채널을 통해 유튜버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유를 꼬집었다. 그는 ‘유튜버들이 쓰러지면서까지 일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유튜브에서 잊히거나 도태되지 않기 위해, 성장궤도를 유지하기 위해 유튜버들은 쉴 수가 없다”며 “언제까지 호황이 유지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쉬지 않고 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동떨어질까 두려워”, “일상에 영향 줘”

유튜브가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고 수익과 영향력 등을 노린 유튜버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기력과 우울감을 느끼는 ‘번아웃’(burn-out) 증상을 호소하는 유튜버가 늘고 있다. 그동안 유튜버는 낮은 진입장벽과 자유로운 제작 환경, 인기에 비례한 수익성 등을 이유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유망직종으로 꼽혔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심적 압박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는 이용자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제작자에게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건강한 생태계’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콘텐츠 경쟁에 뛰어든 유튜버에게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누구에게나 진입이 허용된 만큼 경쟁자가 많은 세상에서 다른 유튜버와의 차별화를 통해 알고리즘에 노출되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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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들이 번아웃 등 정신건강을 이유로 활동 충단이나 축소를 선언한 사례는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퓨디파이에 앞서 코미디 듀오로 유명한 쌍둥이 형제 이선 돌런과 그레이슨 돌런은 지난 10월 활동 축소 계획을 알렸다. 이들은 지난 5년간 매주 화요일마다 올린 영상 게재 횟수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돌런 형제가 활동을 줄이게 된 것도 정신건강이 이유였다. 그레이슨은 “우리는 (사람들로부터) 동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쉴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며 “엄마를 보러 집에 갈 수조차 없다”고 호소했다.


일본에 거주하며 매일 하루에 1개의 영상을 올리던 한국인 유튜버 JM은 더 이상 영상을 주기적으로 올리지 않기로 했다. 그는 “유튜브를 하느라 회사일에 소홀해지는 것을 느낀다”며 “퇴근 후에도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느라) 할일이 많다 보니 늦게 자고 종일 피로가 쌓인다”고 털어놨다.

‘알고리즘 추천’ 못 받을까 전전긍긍

유튜버들의 심리적 압박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꼽힌다. 상당수 유튜버가 채널을 성장시키려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많이 올려야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한 노출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에 웃음을 유발하는 영상을 주로 올리는 유튜버 리지 캐프리는 “더 오랫동안 동영상을 안 올릴수록 (동영상을 본) 수는 더 떨어질 것”이라며 “둘 사이에는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구독자 수가 26만8000명인 유튜버 드레이크 맥훠터는 2016년 한 달 정도의 휴식기를 가진 뒤 이전 수준의 조회 수를 회복하는 데 1년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튜브는 러닝머신”이라며 “1초라도 멈춰 서면 곧 죽는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일부 유튜버는 유튜브 알고리즘 노출을 위해 영상을 매일 업로드하는 ‘1일 1영상’을 전략으로 삼기도 한다. 최근까지 1일 1영상을 해온 국내 한 유튜버는 “1일 1영상이 독이 든 성배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구독자 수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소재 발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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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유튜브 CEO(최고경영자) 수전 워치츠키는 유튜버들에게 ‘쉬고 싶을 때 쉬어도 된다’고 권장하기도 했다.


유튜브는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유튜버가 갖는 휴식이 조회 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워치츠키는 “수백만 개 채널의 휴식 기간을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크리에이터(유튜버)가 휴식을 취하기 전보다 복귀했을 때의 조회 수가 더 높았다”며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팬들은 이해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너도 나도 유튜버, 피상적 접근 피해야

유튜버들이 번아웃을 호소하는 이면에는 유튜버에 대한 직업적 이해가 부족한 점도 꼽힌다. 최근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유튜버가 유망 직종으로 거론되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피상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영국의 매체 바이스는 지난 1월 ‘어린이들이 유튜버가 되고 싶은 진짜 이유’라는 기사에서 어린이들이 유튜버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라고 진단했다. 여기서 어린이들이 말하는 좋아하는 일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보다 게임이나 놀이인 경우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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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 등이 나서 노년층을 대상으로 ‘실버 유튜버’가 되라고 권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은퇴 후 인생 제2막을 설계하라’거나 ‘남는 시간 부업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상당수 일반인이 유튜버에 대해 갖는 인식과 상통하는 부분으로, 유튜버의 겉만 보고 판단해 생긴 성급한 일반화라는 지적이 높다.


최승원 덕성여대 교수(심리학)는 “많은 분이 유튜버를 직업으로 인지하기 보다 남는 시간을 활용해 도전해볼 만한 일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며 “오히려 방송보다 시장 동향에 민감하고 구독을 쉽게 취소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유튜버가 받는 심적 압박은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유튜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꼽히는 자유로운 업무 환경 역시 실상과 다르다는 게 현업 유튜버들의 의견이다. 해피새아는 “유튜브는 내가 노력한 것에 비례해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구조로, 영상을 많이 올릴수록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며 “퇴근이 없는 유튜버는 삶 속에서 자신을 혹사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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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유튜버가 겉으로 보기엔 연예인처럼 화려하지만, 실제로는 방송에서 배우와 감독이 하는 일을 혼자서 감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유튜브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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