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6937만원?… 택배기사는 정말 고연봉자일까?
팩트체크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연봉 분석
평균연봉 6973만원…개인사업자 평균연봉 4290만원보다 훨씬 웃돌아
세금·유류비 등 공제하면 5200만원 안팎
배송밀집도 높고 배송 물량 많아 타사에 비해 수익 높은편
일각에선 대리점이 걷는 수수료 미포함 지적도
CJ 대한통운이 지난달 28일 자사 1만2000명 택배기사들의 평균연봉을 공개했다. 이들의 연봉은 연평균 6937만원으로 통계청이 조사한 국내 개인사업자 연평균 사업소득 4290만원을 훨씬 웃돌았다. 연봉 1억원이 넘는 택배기사도 559명(4.6%)에 달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 택배기사들의 ‘반전’ 연봉이 화제가 됐다. 반면 택배기사 노조는 “실제론 CJ의 발표보다 매달 100만원이 적다”고 반발했다. 과연 대한통운의 발표대로 택배기사는 고연봉 직종일까?
2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기사가 얻는 수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물건을 고객에게 배송할 때 발생하는 배송 수수료 수입이고 다른 하나는 고객으로부터 배송할 물건을 받는 집화 수입이다. 배송 수수료는 물건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개당 700~800원 수준이고, 집화는 물량에 따라 배송료의 10~30%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집화는 기사가 영업을 직접 따올 수 있어 배송을 많이 이용하는 기업을 거래처로 확보한다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이들 수익은 모두 건수로 계산된다. 맡은 지역과 배송 숙련도, 경력에 따라 기사별 수입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17 화물운송시장 동향’에 따르면 택배기사의 2017년 월평균 수입은 평균 347만원(연 4164만원) 수준이었다. 택배기사 1명이 수도권의 경우 하루 평균 258건(배달 191건, 집화 75건)을 처리했으며 상대적으로 물량이 적은 광주권은 하루 143건(〃 139건, 〃 9건)을 처리했다. 택배기사는 보통 지역 대리점과 개인적으로 계약을 맺어 물건을 배송한다. 배송에 대한 수익을 받고 유류비(유가보조금 혜택 포함), 통신료, 보험료, 차량 관리비 등을 개인적인 비용으로 처리한다. 업무관련 월평균 지출액은 94만8000원 수준이다. 택배기사의 업무시간도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을 상회했다. 이들의 평균 집배송업무 시간은 하루 평균 8.2시간이었지만 서류작업과 영업 등 집배송 외 업무 평균시간을 포함하면 12시간15분까지 늘어났다.
그렇다면 CJ 대한통운이 발표한 연봉 평균 6937만원은 사실일까? 대한통운 측은 사내 회계시스템에 의한 통계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라고 설명한다. 대한통운은 여기서 유류비, 통신비, 세금 등 택배기사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비용을 공제하면 5200만원 안팎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물량이 많은 지역을 맡은 택배기사의 경우 개인적으로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면 그만큼 비용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회사의 경우는 어떨까? 한 택배회사의 관계자는 “CJ 대한통운이 배송밀집도가 높아 다른 택배사에 비해 배송 건수가 많고 배송 물량이 많다”며 “임금을 따로 조사한 적이 없지만 대한통운 택배기사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택배시장 85.5%를 5개 대형사(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등)가 점유하고 있다. 그중 CJ 대한통운의 점유율은 2017년 기준 45.5%로 2,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롯데(12.6%), 한진(12.2%)과 격차가 크다. 배송 물량이 많다보니 다른 택배사에 비해 기사들의 수익이 높을 수밖에 없다.
CJ 대한통운 제공. |
일각에서는 CJ 대한통운이 발표한 연봉에 각 대리점이 개인 택배기사에게 운영비 명목으로 걷는 수수료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택배연대노조 측 관계자는 “대한통운이 다른 택배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대리점이 걷는 수익의 5~30% 수수료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택배기사가 실질적으로 사측의 지시를 받고 있음에도 회사는 특수고용에 따른 개인사업자라는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나온 부풀려진 결과”라고 주장했다. 반면 CJ 대한통운 측 관계자는 “대리점이 걷는 수수료는 유류비, 차량 등 개인 택배기사를 지원하는 수준에 따라 다르게 측정된 것”이라며 “대리점 80~90%가 수익에서 10~15%를 수수료로 걷고 있는데 30%대라는 노조 측 주장이 지나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택배기사가 연봉이 낮고 열악한 직종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그런 편견을 깨기 위해 임금을 공개한 것”이라고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