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속 '작은 영국' 국경 지나니 바위산 위용
⑫ 지브롤터
대서양과 지중해 잇는 전략적 요충지
300년전 영국령 돼 아직도 영유권 갈등
카탈란 만 휴양지선 지중해 보며 물놀이
골목 식당·상점사이 ‘피시앤드칩스’ 냄새
스페인 론다의 중앙거리, 야외 테이블이 줄지어 차려진 레스토랑 거리는 축제가 열리지 않는 시기임에도 세계 각국의 언어로 시끌벅적하다.
중앙거리를 따라 차려진 야외 테이블의 경계선은 모호하지만, 직원들은 각자의 구획에 따라 바쁘게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른다.
관광객들의 북적거림에 묻힌 론다의 밤거리에서 과거가 아닌 오늘의 활기찬 론다를 발견한다.
밤하늘에는 쏟아질 듯한 별들과 환한 달이 조명처럼 빛나고 있다.
다음 날 아침, 절벽 위에 위치한 호텔은 여전히 아름다운 풍광에 물든다. 옛 시청을 개조해 만든 호텔은 아침 산책을 즐기는 관광객들과 투숙객들 모두에게 최적의 장소이다.
조식으로 준비된 아몬드 수프와 현지 음식들을 즐기며, 누에보 다리의 아름다움과 아쉬운 작별을 한다.
디저트로 제공된 전통 꿀 팬케이크와 아몬드 치즈가 절벽 위 도시 론다의 맛으로 기억에 스며든다.
놀라운 자연환경에 결합된 아랍풍의 희고 붉은 도시, 론다를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페니키아와 로마시대 유적지를 지나니 올리브 숲과 포도밭이 펼쳐진다. 그 너머로 푸른 바다가 맞이한다. 해안가를 따라 2시간을 달리니 목적지인 지브롤터가 나타난다.
지브롤터는 대서양에서 지중해로 들어가는 입구로, 이베리아 반도 남부에 있는 영국의 해외 영토이다. 맞은편 아프리카까지 좁은 곳은 14km 정도에 불과할 만큼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지브롤터는 1704년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에 참가하였던 영국군이 이곳을 점령한 후 1713년부터 영국령이 되었다고 한다. 스페인은 지브롤터의 반환을 요구하며 1969년 국경 봉쇄 및 경제 봉쇄를 단행하기도 했다. 완전한 국경 재개는 1985년에야 비로소 이루어졌지만 스페인은 여전히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스페인으로 귀속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론다의 밤 풍경. 야외 테이블이 줄지어 차려진 레스토랑 거리는 축제가 열리지 않는 시기임에도 세계 각국의 언어로 시끌벅적하다. 관광객들의 북적거림에 묻힌 론다의 밤거리에서 과거가 아닌 오늘의 활기찬 론다를 발견한다. |
스페인은 매일 지브롤터를 드나드는 차량에 대해 검문을 철저히 하는 방식으로 통과 시간을 지체시킨다고 한다. 운전자들에게 최대한의 번거로움을 주는 작은 보복인 셈이다. 걸어서 국경선을 통과하는 사람들과 함께 차량들은 더디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늘어선 차량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국경선 너머에 위치한 지브롤터 공항 때문이기도 하다. 지브롤터의 이름은 이슬람에서 기원했다. 711년 ‘타리크’가 무어인을 거느리고 이곳을 점령했고, 이곳을 거점으로 하여 스페인으로 쳐들어갔다. 이때부터 타리크의 산, 즉 자발타리크라고 부른 것이 지브롤터가 된 것이다.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니 그 이름처럼 지브롤터 바위산이 눈앞에 위용을 자랑한다.
지브롤터 관광은 지브롤터 공항 활주로에서 시작된다. 동서로 놓인 활주로 한가운데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와 그 위를 걸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활주로로 안 쓰일 때에는 도로로 사용하고 비행기의 이착륙을 위해서만 도로를 차단한다고 하더니 금세 차단된 도로에 비행기가 내려앉는다. 근접한 거리에서 이착륙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놀랍다. 머리에 큰 물체가 닿을 듯한 아찔함은 세계에서 가장 이색적인 공항이라는 타이틀답다.
지브롤터. 대서양에서 지중해로 들어가는 입구로, 이베리아 반도 남부에 있는 영국의 해외 영토다. 맞은편 아프리카까지 좁은 곳은 14km 정도에 불과할 만큼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지브롤터는 1704년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에 참가하였던 영국군이 이곳을 점령 후 1713년부터 영국령이 되었다고 한다. |
아찔한 공항에서 한참을 넋 놓고 비행기 굉음을 들으며 올려보고서야 지브롤터임을 실감한다. 국경선인지 공항인지 아수라장 같은 도로를 빠져나와 호텔로 향한다. 호텔이 위치한 카탈란 만(Catalan Bay)은 지브롤터 반도 동쪽에 있는 휴양지로, 지중해를 바라보며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해변과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이다. 도로인 호텔 뒤편으로는 지브롤터 바위산이 웅장하게 버티고 있어 멋진 경관을 자랑한다. 호텔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체크인을 하려니 지역 전체가 정전이어서 당장 체크인이 어렵다고 한다. 일단 짐을 맡겨놓고 지역 관광에 나서기로 했다.
지브롤터 공항. 동서로 놓인 활주로 한가운데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와 그 위를 걸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활주로로 안 쓰일 때에는 도로로 사용하고 비행기의 이착륙을 위해서만 도로를 차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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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만명의 지브롤터는 길이 5㎞, 너비 1.3㎞, 면적 5.8㎢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80%에 불과하다. 걸어서도 반나절이면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지역이지만 군사적 전략적 가치는 매우 높다. 2차 대전 당시에도 연합군의 주요 기지로 활용됐으며 이곳을 둘러싼 독일군의 폭격도 치열했다. 지금도 영국군 함대가 주둔하고 있으며 지역 전체가 군사적 요새로 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알헤시라스 만 동쪽의 바다에서 솟아나 스페인 본토까지 연결되어 있는 ‘지브롤터의 바위’는 유럽에서 유일한 바바리 원숭이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바바리 원숭이를 보기 위해 케이블카를 따고 바위산에 오르면 지중해를 넘어 아프리카도 보인다고 한다. 케이블카는 높이 673m의 바위 정상까지 한 번에 3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이동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전으로 케이블카는 운행하지 않았다.
호텔이 위치한 카탈란 만(Catalan Bay). 지브롤터 반도 동쪽에 있는 휴양지로 지중해를 바라보며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해변과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이다. 도로인 호텔 뒤편으로는 지브롤터 바위산이 웅장히 버티고 있어 멋진 경관을 자랑한다. |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시내로 나선다. 바위 정상에서의 멋진 경치를 놓쳤지만 지브롤터 중심 거리 역시 매력적이다. 시내 중심부에 구불구불 이어지는 쇼핑거리는 크고 작은 상점들이 자리해 있다. 면세 구역인 이곳은 관광객은 물론 이웃 스페인에까지 인기가 있어 각종 화장품과 향수, 금은보석 세공품 등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매장들도 쇼윈도의 불이 꺼지는 등 정전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작은 건물 사이로 아기자기한 상점을 지나 식당을 찾는다. 다닥다닥 붙은 상점 사이로 고소한 피시앤드칩스 냄새가 퍼져 나온다. 마치 스페인 음식에 익숙해 있던 관광객에게 이곳이 영국 땅임을 웅변하는 듯하다.
지브롤터 시내. 인구 3만명의 지브롤터는 길이 5㎞, 너비 1.3㎞, 면적 5.8㎢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80%에 불과하다. 걸어서도 반나절이면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지역이지만 군사적 전략적 가치는 매우 높다. |
지브롤터 시내 레스토랑. 정전으로 케이블카를 탑승하지 못하고 뒤늦게 불 켜진 레스토랑의 식당 야외 테이블에 자리한다. |
보석이 진열되어 있지만 전등이 꺼진 매장들을 지나 레스토랑의 식당 야외 테이블에 자리한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본인들도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며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인 듯싶다. 예상치 못한 정전 속에서 지브롤터의 저녁을 맞이한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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