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 코로나19 진단 키트명을 ‘독도’로?..韓 청원글에 日 부들부들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수출용 코로나19 진단키드 이름을 독도로 해달라는 청원. 32만 5500여명이 동참했다. |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수출용 코로나19 진단키드 이름을 독도로 해주세요’라는 청원이 게재됐다. 이 청원은 31일 12시 30분 기준 32만 5511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을 앞두고 있다.
이 소식을 뒤늦게 접한 일본의 극우 성향 언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국제 공조가 중요한 방역 분야에 일본과의 영토 분쟁을 꺼내 찬물을 끼얹은 형태”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의 우수한 대응과 한국 코로나19 진단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으면서 세계 81개국에서 한국산 진단키트 지원 요청이 쇄도하자 ‘독도 진단 킷’ 수출을 우려해 국제 공조를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또 올림픽 연기 후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한국 진단 킷이 필요할 경우 명칭이 독도로 정해지면 수입 사용이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진단 킷 명칭과 관련해 청와대 답변을 앞두고 있지만 현재로선 진단 킷이 독도라는 이름을 달 가능성이 없진 않다.
◆日산케이 “한국산 코로나19 진단 킷 ‘독도’ 명칭 사용 청원에 32만명 이상이 동참”
이 청원 소식을 일본 사회에 전달한 건 산케이신문이다.
신문은 30일 한국산 코로나19 진단 키드의 명칭을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인 ‘다케시마(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명칭)’의 한국 명칭 ‘독도’를 붙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청와대 청원글 일부를 소개하며 한국의 코로나19 대응과 진단 킷의 우수성을 한국 등 외신을 인용해 보도하면서도 ‘한국 정부가 자화자찬한다’는 엉뚱한 주장을 펼쳤다.
신문은 “한국은 한때 코로나19 감염염이 급증했지만 6시간 이내에 감염을 판정할 수 있는 진단 키트로 신속한 검사를 진행해 코로나19 억제에 일정 부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100개국 이상에서 진단 킷 등 방역 물자의 수출 및 지원 요청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며 세계적인 표준이라고 자화자찬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22일 일본 시마네현 미쓰에시에서 '다케시마(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명칭)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사진=산케이신문 캡처) |
◆“청원,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동참했을 것”
산케이신문은 이같이 전하면서 근거 없는 추측도 서슴지 않았다.
신문은 “청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이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청원 동의에는 일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 정부 지지자들이 꾸며냈다는 식의 억지스러운 주장이다. 우리 국민들이 독도에 대한 높은 관심과 야욕을 버리지 못하는 일본을 향한 규탄 등은 관심조차 없다.
정부의 공식 답변을 앞둔 상황에서 신문은 “(코로나19) 국제 공조가 중요한 방역 분야에 찬물을 끼얹은 형태”라고 강조하며 우리 정부가 ‘독도’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하고 있다.
불량률 높은 중국산을 쓰자니 꺼려지고 우수성은 확인됐지만 ‘독도’라는 명칭이 찍힌 한국산 키트 사용은 불편한 모양이다.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가 25일 오후 도쿄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던 중 '감염폭발 중대국면'이라고 쓴 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교도/연합뉴스) |
◆발등에 불 떨어진 일본..코로나19 누적 감염자 2701명
일본 내 코로나19는 확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도쿄를 중심으로 70여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감염 속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31일 NHK 보도에 따르면 30일 단 하루 동안 94명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이 확인됐다.
이날 새벽에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 2명을 포함해 일본의 누적 확진자는 2701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도 4명 늘어 70명이 됐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 712명을 제외한 지역별 확진자는 도쿄도 443명, 오사카시 216명, 홋카이도 176명, 아이치현 170명, 지바현 158명 순이다.
일본 코로나19 확진자는 오는 7월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이 연기된 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급증한 코로나19 확진에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지사는 앞선 25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의) ‘오버슈트(감염자의 폭발적 증가)’ 우려가 커졌다”며 “감염 폭발(확산)의 중대 국면이다.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도시 봉쇄 등 강력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일본은 코로나19 검사를 대량, 신속 처리하는 한국과 달리 제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수만 놓고 보면 일본이 한국보다 적은 것으로 보이지만 인구 5000만여 명인 한국은 39만 4000명 이상을 검사했고 한국보다 인구가 2배 많은 일본은 단 2만 8000여명을 대상으로 4만 8000여건의 검사를 진행했다.
이에 일본 내부에서도 의문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림픽 연기 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검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확인되지 않은 감염자가 더 있을 수 있고 이들이 지역사회에 확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속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진단 킷이 필요한 상황 한국에서 진단 킷 명칭을 ‘독도’로 하자고 주장하니 적지 않게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또 독도라는 이름으로 세계 80여개국에 수출되면 독도가 한국 영토임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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