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 부모 “7억 요구 등 거짓 주장한 유튜버 고소”…유튜버 “허위 사실? 불쾌하다”
고 김민식 군 아버지 김태양씨, 14일 입장문 내고 해당 유튜브 영상 등 반박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도 너무 괴롭고, 불쌍한 민식이와 가족이 노리개가 된 것 같다”
해당 유튜버 15일 영상에서 “내가 어떤 허위사실 말했나”
고(故) 김민식 군 어머니 박초희 씨와 아버지 김태양 씨. 연합뉴스 |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가 ‘가해자에게 7억원을 요구했다’ 등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생각모듬찌개’ 운영자 최모씨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 같은 소식에 운영자 최씨는 “거짓은 단 하나도 없다”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민식 군 부모 14일 입장문 “영상은 모두 거짓…왜 극심한 고통을 주는가”
민식 군의 아버지 김태양 씨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유튜브 채널 ‘생각모듬찌개’ 운영자 최모씨 등을 충남 아산경찰서에 고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씨는 이 채널에 올라온 영상 관련 내용을 기사화한 모 인터넷 언론사와 기자에 대해서도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와 손해배상을 신청하는 언론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문제의 민식이법 관련 영상 내용은 모두 거짓”이라며 “무슨 목적으로 우리 민식이와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극심한 고통을 주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인격 살인이자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의 범죄”라고 비판했다.
앞서 최씨는 지난 12일 유튜브 채널에 ‘정말 충격입니다. 민식이법 가해자, 지인통화 내용’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최씨는 교통사고 가해자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제보자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제보자는 통화에서 ‘김군의 부모가 사고 가해자의 보험사에 7억원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으며, 최씨는 다음날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며 대전지법 천안지원에 접수된 사건 번호를 공개하는 영상도 게재했다.
지난 12일 유튜브 채널 ‘생각모듬찌개’에 올라온 ‘정말 충격입니다. 민식이법 가해자, 지인통화 내용’이라는 제목의 영상. 유튜브 채널 캡처 |
“위자료 7억원 요구는 사실무근…사람들 입방아 올라 ‘생지옥’ 느껴”
김씨는 이러한 사태와 관련 “모 언론사가 유튜브 방송 내용을 사실 확인 없이 기사화해 음해가 일파만파 퍼졌다”며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가짜뉴스가 끝도 없이 양산될 것”이라고 법적 대응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각모듬찌개’ 채널 등이 다룬 민식이법 관련 논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씨는 유족이 직접 가해자의 보험사에 위자료로 7억원을 요구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를 잃은 슬픔에 생명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어려워 (위자료 관련 합의는) 손해사정사에게 모두 맡겼다”며 “합의가 성립하지 않아 소송에 들어갔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소송액(위자료)이 7억원으로 진행된 것은 변호사를 통해 알게 됐다”며 위자료가 오른 것은 해당 사고가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서 일어났고, 어머니 등 일가족이 사고를 목격한 점 등이 반영된 결과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족이 경찰서장 집무실을 찾아가 강력히 항의한 탓에 가해자가 구속될 상황이 아닌데도 구속됐다’는 인터뷰 속 주장을 놓고는, “저는 경찰서장이 누구인지 모르며 서장실 근처에도 간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사고 직후 국내에서 손꼽히는 교통 전문 변호사부터 선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가해자 측 보험사와 합의를 보지 못하자, 나중에 손해사정사의 권유로 변호사를 선임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가해자의 지인을 자처한 제보자가 해당 인터뷰에서 민식 군의 부모를 ‘일진 출신’, ‘불륜 관계로 지내다 결혼한 사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모욕적인 거짓말”이라고 김씨는 주장했다.
김씨는 쏟아진 누리꾼의 비난을 보며 ‘생지옥’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도 너무 괴롭고, 불쌍한 민식이와 가족이 노리개가 된 것 같다”며 진실을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
‘생각모듬찌개’ 운영자의 반박 “어떤 허위사실 말했나”
민식 군의 부모가 자신을 고소했다는 소식에 최씨는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씨는 15일 오전 ‘생각모듬찌개’에 올린 ‘민식이아빠 보세요. 고소에 대한 저의 입장입니다’라는 제목의 2분여 분량 영상에서 “어떤 허위사실을 말했는지 묻고 싶다”며 “불쾌하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저를)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는데, 보험사와 7억에 소송 중이라는 것도 확인했다”며 “(영상에) 거짓은 단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허위사실 유포가 아닌)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바꿔달라”며 자신을 고소한 명목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최씨는 ‘소송액이 7억원으로 진행된 것은 변호사를 통해 알게 됐다’는 민식 군 부모 입장에 대해 “변호사가 금액을 책정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저도 대응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한편,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올 3월25일부터 시행된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단속카메라나 과속방지턱, 신호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개정한 도로교통법 그리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관련 규정을 말한다. 지난해 9월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차량에 치여 숨진 민식 군(당시 9세)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민식이법을 두고 ‘과거 처벌 대상이 아니었던 교통사고를 처벌 대상 범죄로 만든다’, ‘악법이니 폐지 또는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