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반바지 입고 출근하면 안되나요?"
남자 직장인 복장 규제 논란
“왜 남자 직장인은 반바지를 못 입게 하는 건가요. 깔끔하고 단정하게 입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여름엔 비도 많이 내려서 바짓단도 구두도 다 젖는데... 남자 직장인들에게 반바지를 허락해주세요.”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자 셔츠와 정장 바지, 재킷과 구두를 챙겨 입어야 하는 남성 직장인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
이들은 ‘예의’와 ‘단정함’을 강조하는 기업들이 여성 직원에게는 치마와 정장 반바지를 허용한 반면 남성 직원에게는 여전히 긴 정장 바지만 강요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정장을 입는 남성도, 그것을 지켜보는 여성도 복장규제가 풀려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만 복장은 최소한의 예의라며 무조건적인 자율 복장을 우려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입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정장에 숨 막혀”
매주 금요일에 자율복장이 허용된 회사에 다니는 이모(31)씨는 “지난해 장마철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다가 얼마나 눈치를 받았는지 모른다”며 “말이 자율이지 정장바지가 아닌 긴 면바지를 입을 수 있는 날일뿐”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그러면서 “아직 우리 사회는 남자 직장인의 반바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 있다”며 “기성세대들의 인식이 변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2015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반바지 출근을 허용한 바 있지만, 반바지는 단정치 못하고 예의가 없어 보인다는 인식이 여전한 탓에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회사의 복장규제 때문에 사시사철 셔츠, 정장 바지, 구두를 챙겨 입어야 한다는 회사원 안모(33)씨는 “바지도 문제지만 셔츠가 더 문제”라며 “단정해보여야 한다는 이유로 셔츠를 바지 안에 넣고 넥타이까지 하면 숨이 막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가벼운 피케셔츠만 입게 해줘도 훨씬 나을 것 같다”며 “복장규제를 두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일의 능률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남자 직원들보다 복장이 자유롭다는 회사원 김모(31‧여)씨는 “여직원들은 여름에 샌들을 신고 다니지만, 남직원들은 발이 꽉 막힌 구두를 신고 다니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며 “입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좀 더 편안할 수 있도록 복장규제를 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복장 청원 ‘봇물’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직장인들에게 금기시되는 반바지를 허용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성 평등을 주장하는 평범한 여자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 A씨는 지난 18일 남자 회사원들이 반바지를 입는 분위기를 조성해달라는 청원글을 남겼다.
A씨는 청원글에서 여름철에 여성들은 블라우스와 짧은 치마를 입는데 남성 대부분은 회사에서 반바지를 입지 못하게 한다며 “(나는) 에어컨을 세게 튼 지하철에서 춥지만, 출근하는 남자들의 복장을 보면 덥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썼다. 그는 그러면서 “(반바지를 못 입게 하는 것도) 차별받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단정한 반바지는 허용하는 문화로 바뀌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에는 ‘여름에는 남성들도 여성들처럼 시원한 복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 B씨는 청원글에서 “여성들은 짧은 하의와 샌들을 신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 반면, 남자는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면 비난의 말과 편견의 시선을 받아야 한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는 그러면서 “남성들도 답답한 복장문화를 벗어나, 일을 능률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자율복장을 할 수 있으면 한다”며 “고정관념과 편견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고 청원했다.
“복장은 최소한 예의…직군에 따라 정장해야” 반론도
사람을 대할 때 복장은 최소한의 예의라며 더 이상의 자율 복장은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인사팀장으로 근무하는 박모(45)씨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많은 부분에서 복장이 자유로워진 상황”이라며 “예전에는 여름에도 긴팔을 입었다. 현재 반팔도 허용했고, 색상에도 자유를 줬다. 더 이상의 자유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일할 때 편한 복장이 중요하긴 하지만, 회의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재킷까지 갖춰 입는 것이 예의”라며 “기본적으로 공적인 자리가 많거나 영업 등 상대를 많이 대하는 직군이라면 정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천의 한 금융회사에 다니는 이모(38)씨는 “회사는 일만 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공간”이라며 “사람을 상대할 때 단정한 복장은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조건적인 자율복장은 회사 질서를 어지럽힐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