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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좋은 덴마크를 떠나 한국서 살아요?" 묻는 분들께

인-잇

에밀 라우센 | 한국인 아내와 가정을 꾸리고 15년째 한국서 살고 있는 덴마크 남자


15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왜 그 좋은 나라 덴마크를 떠나 한국에서 살아요?" 그리고 덴마크 사람들처럼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나에게 묻는다.


하지만 잘못된 전제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덴마크에서의 내 삶이 행복 그 자체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사실 나는 덴마크에서 암과 종양, 그로 인한 우울증으로 10년 넘게 투병 생활을 했다. 일상의 행복은 나와 전혀 관계없다고 느끼던 때도 있었다. 이 어둠을 지나 행복을 되찾기까지, 그 여정은 나에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칠흑 같은 어둠을 경험한 덕분에 나는 오히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게 됐다. 돌이켜보면 고통 속에서 보낸 투병 기간도 무의미한 시간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덴마크에서 산다고 행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비율도 매우 높다. '행복지수 1위 국가'라고 불린다고 해서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오해는 덴마크라는 나라에 대해서만 있는 게 아니다. 행복의 의미에 대해서도 사람들 사이에 과장된 오해가 많은 것 같다. 나는 행복의 비결을 찾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우선 행복에 대한 과장된 오해를 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대단하고 특별한 게 아니다.


행복의 거짓 잣대 버리기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답이 다를 수 있겠지만, 분명한 건 덴마크식 행복은 많은 돈이 필요하거나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덴마크에선 행복해지기 위해 남'보다' 돈이 많거나 남'보다' 화려하고 멋질 필요가 없다.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내가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혹시 비교를 통한 우월감을 행복감이라고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나 눈에 보이는 것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진 않을까.


소중한 이들에게 사랑 표현하기


행복해지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안부를 묻고 사랑을 주는 것이다. 내 행복의 시작점을 나에게서 찾지 않고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면 어느새 행복이 나에게 찾아와 있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비결이다.


또 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크게 관심이 없다. 대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 그래서 아내는 나의 가장 큰 관심이 대상이다. 늘 아내의 느낌과 생각이 궁금해서 질문을 하고 대화를 한다.


바빠도 틈이 나는 대로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잘 지내는지 묻고 나는 어떤 하루,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렇게 짧게라도 목소리를 듣고 안부를 확인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면 행복하다. 나에게 행복의 출발점은 아내와 딸, 나의 가족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 때문에 후회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원망의 대상을 찾아 화를 내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현재 내가 함께 하고 있는 사람, 내게 주어진 것, 내가 이룬 것의 가치를 알고 누리며 더 아름답게 가꿔가는 것. 어려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보고 배운 이 행복의 비결은 내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행복해지기 위한 삶의 자세


덴마크에서 우리는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웃음의 중요성을 배운다. 삶에 대한 자세이다. 살면서 심각한 어려움을 만난다면 일부러 그 상황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면서 심각하지 않은 문제처럼 얘기하고 웃어 버린다. 돌이켜 보면, 10대 시절 나의 암흑기도 이런 방식으로 견뎌낼 수 있었다.


동시에 웃음만큼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울음이다. 나는 힘들었던 시절을 통해 눈물이 나면 울어도 되고 슬프면 슬퍼해도 괜찮다는 사실도 배웠다. 인생의 암흑기를 겪어보지 않고서 어떻게 즐거움과 기쁨을, 일상의 소중함을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한국 사람들은 나에게 자주 덴마크식 행복 '휘게'가 무엇이냐고 묻지만, 휘게는 멀리 덴마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내 유민과 딸 리나의 손을 잡고 집 주변을 함께 걸으며 들꽃을 보고 새소리를 들었던 순간이다. 같이 쓰레기도 줍고 깨끗해진 동네를 보고 함께 좋아했다.


행복은 조건과 크게 상관없고 또 사는 곳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다짐했다. 내가 어느 곳에 있든지 어떤 환경에 처하든지 매일 행복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하기로 말이다. 행복은 특별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덴마크식 행복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인-잇 #인잇 #에밀라우센 #덴마크이야기

SBS

※ 이 원고는 인-잇 편집팀의 윤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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