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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월간산

‘한국의 그랜드캐니언’ 가을 감상법

극심한 굽돌이가 무수한 반복되는 불영계곡에도 가을의 모습이 보인다.

극심한 굽돌이가 무수한 반복되는 불영계곡에도 가을의 모습이 보인다.

불영계곡은 통고산~진조산~백병산에 이르는 낙동정맥의 명산들에서 시작돼, 동해로 흐르는 약 40km의 소하천 불영천을 말한다. 특히 울진군 근남면 행곡리에서 서면 하원리까지 15km에 이르는 구간은 그 자체가 국가지정문화재(명승 제6호)로 지정됐을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비단 금錦자를 덧붙여 ‘금계천錦溪川’으로 이름한 걸 보면 옛사람들도 불영계곡의 아름다움을 찬미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수식어에서 연상되듯 불영계곡은 지표면에서 U자형으로 움푹 패어내려 간 국내에서 보기 드문 깊은 계곡으로 20억 년 전에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계곡 양쪽으로는 비바람에 다듬어진 흰색 화강암 절벽이 불끈 솟아 있다. 그 바위 위로 뿌리를 박고 늠름하게 서 있는 소나무들의 자태는 한 폭의 산수화다. 또한 계곡물은 이리저리 꺾이며 곳곳에 짙은 옥빛의 소를 군데군데 만들어 놓았다. 


계곡 암질이 다소 무르고 하상의 흐름이 급격한 탓에 불영천은 철원 한탄강처럼 평지에서부터 움푹 꺼져 들어간 듯한 독특한 지형이다. 하상에서부터 36번국도까지의 높이가 70~80m에 이르는 곳이 많고, 대개는 내려다보기 두려울 만큼 어찔한 수직단애를 형성하면서 심한 굽돌이가 무수히 반복되는 곳이 불영계곡이다. 금강산이나 설악산의 유명 계곡을 좀더 확대한 듯한 절경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불영계곡은 깊은 계곡 사이로 기막힌 절경을 군데군데 빚어놓았다.

불영계곡은 깊은 계곡 사이로 기막힌 절경을 군데군데 빚어놓았다.

15㎞, 그 절경의 파노라마

이 절경을 향한 인기는 여름에 절정을 이룬다. 도로 바로 아래는 깨끗한 자갈밭이고 강 건너는 검은 절벽이며, 그 사이로 청류가 흐르는 곳이 지천으로 널렸는가 하면, 수온이 여느 계곡들보다 높아 심장마비 같은 돌발적인 사고가 드물기로 유명하다. 불영계곡은 봄ㆍ가을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여름에는 계곡 피서지, 겨울에는 최고의 설경을 연출하는 곳으로 사계절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여름의 불영계곡이 동적인 매력을 가진다면 단풍 아름답기로 유명한 가을의 불영계곡은 깊은 사색의 공간을 연출한다.


불영계곡에서 불영사佛影寺를 빼놓을 수 없다. 홍수라도 지면 거대한 수로로 변할 것 같은 협곡에 절집이 들어앉아 있을까. 불영사가 앉은 자리는 실로 절묘하다. 물의 위협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둔덕이면서도 깊은 협곡 안이어서 모진 바람의 입김도 미치지 못할 자리다. 신라 진덕여왕 때 의상대사가 이 자리를 찾아 절을 앉혔다. 해질 무렵이면 부처 모습을 한 뒷산 바위가 절 마당 연못에 비친다고 하여 불영佛影이라 이름 지어진 비구니 사찰로 구석구석 스님들의 정성스런 손길로 가꿔진 정갈한 도량이다.


불영사는 1397년(태조 6년)에 화재로 타버린 것을 소운小雲이 중건했고 그후 다시 소실돼 1500년(연산군 6년) 양성법사養性法師가 중건, 임진왜란 때 병화를 입어 또다시 잿더미가 됐으나 응진전應眞殿만은 피해를 면했다. 그 후 1609년(광해군 1년) 진성법사眞性法師가 재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응진전(보물 제730호), 대웅보전(보물 제1201호) 등의 법당은 단아함이 넘치고, 영산회상도(보물 제1272호)가 절집의 격을 한층 높여 주고 있다. 불영계곡은 깊은 계곡 사이로 기막힌 절경을 군데군데 빚어놓았다.

협곡에 자리잡은 불영사 전경.

협곡에 자리잡은 불영사 전경.

절묘하게 들어앉은 절집의 위치

일주문에 붙어 있는 편액이 멋지다. ‘천축산불영사天竺山佛影寺’라고 쓴 일주문을 들어서면 곧장 짙은 숲속으로 너른 임도가 나 있다. 우거진 숲 속에 훌쩍 자란 적송赤松들의 모습과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세속의 찌든 눈과 귀를 씻는다. 처음 만나는 다리가 ‘불영교’. 교각에 돌로 만든 연꽃 조형물이 예사롭지 않고, 뒤쪽에 보이는 밤나무에 붉게 물들어 가는 밤송이가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인적이 드문 숲길에는 가을이 오는 소리마저 조용하고 간간이 날아가는 산새가 속인俗人을 딴 세상으로 인도하는 듯하다. 길옆 숲속에 ‘불영사부도’와 부도비가 나온다. 조선시대 불영사 주지를 지낸 양성당養性堂 혜능선사惠能禪師(1621~1696년)의 사리를 모신 탑. 앉은 채로 입적入寂했다는 설명과 함께 세워진 부도비에 선사의 행적이 기록되어 있다고 하지만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고 오래된 유적으로 경북문화자료 제162호로 지정돼 있다.


불영사에서 자급자족하는 텃밭에는 고추와 가지, 고구마 등 갖가지 채소가 익어간다. ‘불영사’의 뜻이 담긴 ‘불영지佛影池’에 때늦은 연꽃이 수줍은 듯 피어 있다.계곡과 절집 나들이 후에는 울진의 명품온천에서 피로를 푸는 것도 좋다. 


[온천]

▲백암온천=국내 유일의 방사능천으로 PH9.35의 알칼리성 온천수. 이 온천은 신라시대 한 사냥꾼이 창에 맞은 사슴을 쫓다가 상처 입은 사슴이 누워 있는 곳을 발견하고서 다가가보니 그곳에서 뜨거운 샘물이 용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온천에는 나트륨 염소 불소 칼슘 등이 함유돼 있으며, 피부병 위궤양 류머티즘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덕구온천=덕구계곡을 따라 4㎞쯤 올라가면 응봉산 중턱에 수온 42℃의 알칼리성 온천수가 솟고 있는데 피부병에 신기한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4년까지는 국내유일의 노천온천장이 있었으나 장마로 붕괴된 뒤 계곡 입구에 송수관을 통해 온천수를 끌어와 온천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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