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 자글한 불고기에 회막국수 한 그릇이면 세상 뭐 있나 - 양양 남애면옥
그러니까, 8월 중순을 지난 즈음의 여행이었다. 삼척과 동해를 지나 강릉도 넘어서 양양에 왔으니 거리로 본다면 참으로 기나긴 여행이다. 그 여행의 끝을 적당히, 정말로 적당히 마무리 짓고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차, 마지막 떠나는 걸음 전에 이 푸른 바다에서 배라도 채우고 떠나기로 했다.
마침 이 쪽 바다는 해파랑길에 대한 답사, 취재 등으로, 그래도 전국의 여느 곳보다는 조금은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나 이 남애항과 남애해변은 많은 추억이 담긴 곳이다. 남애해변에 서서 주변을 검색해보니 동해안에 왔으니 꼭 먹고 떠나야 할 '막국수'와 '옛날식 불고기'를 파는 곳이 눈에 띈다. 조용히 바다를 보며 식사할 수 있는 그 곳, '남애면옥'을 찾아가 본다.
남애면옥의 외관. 남애해변에 자리하고 있다. |
동해안 바닷가에 인접한 식당 치곤 가격이 참 좋다. |
여행의 마무리라 가격 생각은 접었는데 예상외로 착한 가격에 눈길이 간다. 옛날불고기... 나를 이 곳으로 잡아끈 그 단어. 황동 불판에 불고기를 얹고 육수가 찰박찰박 채워질 것이다. 그 불고기를 가득 품은 육수에는 버섯도, 당면도 모두 어울린다. 그저 밥에 그 육수만 수저로 몇 번 부어 비벼도 풍미가 그득할 것이다. 그게 옛날식 불고기에 대한 나의 발칙한 상상이다. 옛날불고기 2인분에 동해안까지 왔으니 회막국수를 하나 시킨다.
2인분이라지만 양이 꽤 많다. |
역시 황동판에 찰박찰박한 육수! 당면까지! |
잘 익어간 고기의 육즙은 그대로 육수와 섞인다. |
예상을 적중시키는 차림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고기의 색깔도 좋다. 약한 양념으로 선홍색이 살아있다. 간장 양념에 절여져 굽기도 전부터 거무튀튀한 자태를 보여주던 불고기들은 이만 사라져라! 동판 가장자리의 육수도 넉넉하다. 불에 달아오른 동판, 그 안에서 슬슬 온도를 높여가는 육수는 달디 단 향기를 풍긴다. 푸욱 끓어가는 육수를 한 입 입에 넣어본다. 어디선가 '달지 않다!'는 말을 봤는데, 무슨 소리! 아주 달다! 간이 세다!
그런데 그게 불고기 맛이고 옛날 불고기 맛 아닌가? 불고기 육수가 달착지근해야지, 매콤하면 안되지! 기대를 배반하지 않은 육수, 고기 맛도 즐거운 상상의 적중이다. 푸짐하게 한 입 넣고 그 뜨거움에 후우...하는 추임새까지, 무릇 고기는 들어갈 때 입 안이 미어터져야 한다.
회막국수 |
명태식해가 푸짐하게 들어간 회막국수 또한 별미 중 별미다. 그 푸짐한 양과 맛에도 놀라지만 부산스럽지 않으면서도 화려함을 잃지 않은 담음새에 더 눈이간다. 혹자는 '진정한 막국수' 운운 할지 몰라도 내 압맛에 맞는 음식이 가장 즐거운 맛이고 행복한 맛이다. 그런 면에서 이 막국수는 참 즐거운 맛이다. 적어도 여행의 마무리로는 제격인 행복한 맛이다.
식사를 하고 있는 중간에, 바로 앞 남애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던 이들이 몇이나 와서 "냉면 되냐"고 묻곤 "한동안 막국수만 한다"는 말에 쓸쓸히 되돌아선다. 냉면도 유명한 집이렷다! (그러고보니 차림표에 가려져 있던 부분이 냉면 자리인 듯 하다.) 기분좋게 식사를 마친다. 시종일관 밝게 웃으며 손님의 한 마디에 두 마디를 더 보태는 주인 어르신의 넉넉한 인심과 친절함도 마음의 주머니에 챙겨본다.
그 바다를 마지막으로 눈에 담는다. |
돌아가는 길, 건물을 나와 남애해변의 풍경을 다시금 눈에 담는다. 이제는 영원히 만날 일이 없을 2020년의 여름, 그 끝자락에서 여름을 잘 떠나보낼 수 있는 여행을 했다. 거기에 후회없이 석별의 만찬까지 더했다. 그럼에도 몇번이고 되돌아본다. 놓고 온 것이 없는데도 못내 아쉬운 마음이다.
참 못났다. 그 미련이. 정말 못났다. 그 미련함이.
남애면옥
- 위치 :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동해대로 280
- 전화 : 033-671-6688
- 메뉴 : 옛날불고기 1인분 13,000원, 물막국수 /회막국수 8,000원, 메밀왕만두 6,000원
- 영업시간 : 10:00 ~ 20:00
- 주차가능
장재원 darkthrone@roadpres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