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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꿀은 왜 상하지 않을까?

[리얼푸드=박준규 기자] 꿀은 인간이 오래 전부터 자연으로부터 얻었던 천연 식재료였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꿀을 모으고 식용했다는 내용이 담긴 기록이 많습니다.


레이첼 로던이 쓴 ‘탐식의 시대’에는 꿀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요리한 음식을 ‘성스런 불로 정화한 음식’이라고 믿었던 페르시아 사람들은 꿀도 성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익충인 벌이 ‘요리한’ 것이라는 이유에서죠.


오늘날 꿀을 성스런 음식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달콤한 천연 감미료의 지위는 여전히 누리고 있습니다. 특히 벌로부터 얻은 ‘천연꿀’은 귀한 식재료이자 약재로 활용됩니다. 

▶꿀의 성분 = 벌꿀은 말 그대로 꿀벌이 꽃으로부터 채밀한 꿀을 말합니다. 벌들은 수도 없이 꽃을 옮기면서 꿀을 모아둡니다.


국내에선 천연꿀은 다시 ‘토종꿀’, ‘양봉꿀’로 나뉩니다. 천연꿀은 야생의 재래종 꿀벌이 채밀하고 숙성한 것입니다. 양봉꿀은 서양산 벌꿀을 활용해 양봉농가들이 인위적으로 생산한 것을 말하죠. 재래종 꿀벌의 개체수가 줄고, 채집이 어려워지면서 시중에서 토종꿀을 구하긴 어려워졌죠.


통상 벌꿀은 80%의 설탕성분(40%의 포도당, 40%의 과당)과 18% 정도의 수분으로 구성됩니다. 설탕과 수분의 비율은 꿀의 종류나 기후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꿀을 구성하는 나머지는 적은 양의 단백질, 소화효소, 아미노산 등입니다.


보통 천연꿀 1㎏를 모으려면 꿀벌은 무려 560만개의 꽃을 옮겨 다니며 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벌이 힘겹게 모은 꿀을 인간이 가져가 소비하는 건 ‘약탈’이라는 이유에서 완벽한 채식주의자(비건)들은 육류와 마찬가지로 꿀 역시 섭취하지 않습니다.


▶왜 상하질 않나? = 천연꿀은 어지간해선 상하지 않습니다. 수분 함량은 적고 설탕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를 지닌 덕분입니다. 게다가 벌의 소화효소까지 꿀 속에 섞여있어서 각종 박테리아가 성장하기 어려운 조건이 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렇습니다.


설탕 함유량이 높으면 삼투압 현상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꿀 속에서는 수분이 미생물의 세포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식으로 삼투압 작용이 이뤄집니다. 이 때문에 부패의 원인인 미생물이 번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꿀에는 기본적으로 약간의 수분이 들어있습니다. 이 때문에 박테리아가 번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별히 꿀 속의 수분은 설탕 분자와 달라붙어 있어서 활성도가 낮습니다. 다시 말해 미생물이 꿀에 든 수분을 끌어와 번식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더구나 꿀의 밀도는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때문에 산소가 스며들기도 어렵습니다. 이래저래 미생물이 자라기 어려운 조건인 셈이죠.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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