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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ㅍㅍㅅㅅ

‘짤’에 대한 고찰: 세기말 감성에서 묻고 더블로 가기까지

아… 이제 저도 반칠십이 되었습니다. 물론 전 동안이라 종종 민증 검사를 받기도 하지만, 조금만 츄리닝 입고 나가면 바로 동네 바보 아저씨 느낌인지라 요즘 세월의 무게를 종종 느낍니다. 제 딴엔 웃기다고 쓴 짤들인데 세상 젊은 친구들이 보기엔 주름이 느껴지는 것들이죠.


주저앉는 비통한 심정을 뒤로한 채 도대체 뭐가 짤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더불어 30대의 짤에 대해서도 한 번 얘기해보죠.

눈물이 나서 글을 못 쓰겠네

우선 젊은 친구들의 감성은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 20대는 어떤 짤과 개그 감성을 지닌 건지 누가 좀 댓글로 달려주세요. 저는 30대 중반 감성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일단 짤이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되어 왔는지 한 번 보죠.

1세대: 짤의 탄생

일단 짤이란 건 오랜 한민족의 전통놀이입니다. 과거 커뮤니티가 갓 등장했을 무렵, 그러니까 특히 디씨인사이드에서 게시물을 올릴 때 나름 사진 커뮤니티였기 때문에 이미지가 첨부되지 않은 게시물은 짤리곤 했습니다. 헛소리 지껄임을 방지하기 위함이었죠. 하지만 우리 민족의 유쾌함을 막을 순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짤림 방지를 위해 아주 이미지나 넣기 시작했는데, 싸이월드 감성이 묻어나는 공들인 포토샵 이미지가 1세대였습니다.


그땐 주로 짤림방지, 짤방이라는 이름으로 귀여운 캐릭터와 블링한 폰트, 샤한 이미지를 합성해서 만들었고 주요 메시지는 댓글 달아 달라… 뭐 짜르지 말아달라… 이런 내용이 메인이었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우회로를 돌아가는 귀여운 꼼수의 느낌이었죠. 주요 포맷은 이미지와 GIF였습니다. 이때의 GIF는 빤짝이는 효과나 폰트의 블링함을 더해주는 정도였달까요.

2세대: 세기말 감성

뭐 이런 것들…(찾아보면서 소름)

2세대는 아주 작정하고 유행하는 밈(MEME)들을 편집해서 올리곤 했습니다. 2000년대 세기말 감성이 느껴지는 엽기코드… 그러니까 뷁, 개죽이, 취화선, 문희준, 오인용, KIN, 짱이다, 대박 등 생각해보면 상당히 반사회적이고 19금적인 요소와 더불어 본격적인 한글의 변형이 가득한 소재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짤에 대한 이상한 소문들도 있었죠. 뭐 팥죽송을 몇 번 들으면 죽는다느니, 서태지 음악을 거꾸로 돌리면 ‘피가 모자라’로 들린다느니 어떤다느니… 주요 포맷은 플래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3세대: 고자라니의 탄생

3세대로 넘어오면서 미디어를 활용한 합성 소스들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충만 생각해봐도 고자라니, 이명박, 코난, 궁예, 예나 선정이 딸이에요, 김치 싸대기 등… 공중파와 투니버스, 정치권 할 것 없이 온 우주가 흥미진진한 소스를 공급해주었습니다.

4세대: 트위터와 제목학원 레전드의 시작

4세대는 트위터에서 시작된 짤막한 텍스트 짤과 제목학원 식의 ‘생각해보면 빵 터지는’ 요소가 많았습니다. 당장 구글에 트위터 레전드나 제목학원 레전드만 찾아봐도 우르르 쏟아지는 그런 것들이죠. 그리고 개드립.net 등에서 태어난 수많은 움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SNS가 활발하게 발달하면서 한 장의 사진과 한 줄의 글의 조합이 중요해졌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이슈를 비꼬는 유머 코드가 생겨나면서 촌철살인 느낌이 가미되었습니다. 대충 떠오르는 건 일단 초딩 방학 짤, 박근혜 전 대통령 샤머니즘 설, 헬조선 드립, 아이폰은 어디까지 길어질까, 가즈아, 떡상떡락 등… 다양한 사회·정치·경제 이슈를 소재로 삼았죠.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주요 포맷은 텍스트나 이미지인데 SNS를 활용하게 되면서 포맷보단 채널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5세대: 아이언드래곤의 재평가

철용좌

5세대는 유튜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선 새로운 짤이 생성된다기보단 과거의 콘텐츠들이 재조명받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잊힌 영상이나 이미지들을 재생산해서 만드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사딸라나 허준 콘텐츠도 그러했고 최근의 곽철용과 인기가요 온라인탑골공원 등 다시 과거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부활하면서 콘텐츠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요 소비자층이 30대 이상인 브랜드에서도 이런 추억팔이 마케팅을 많이 활용했죠. 최근 핑클의 캠핑클럽, GOD의 같이 걸을까, 코요테의 콘서트 소식 등 과거의 가수들이 다시 부상하는 경우도 자주 보이곤 합니다.


여기까지가 짤의 진화였는데…

연령별 사용 짤

이게 현시대에 들어서 또 연령별로 사용하는 짤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졌습니다. 메신저를 통한 이미지전송과 온라인 콘텐츠 소비가 모든 세대에게 아주 쉬운 일이 되었기 때문이죠. 10–20대는 이제 카톡에서조차 멀어지며 틱톡(도 10대 초중반까지만…), 텔레그램 등으로 넘어가고 유튜브에도 잔존세력들이 머물러 있는 상태입니다.


30대는 한때 페이스북에 흠뻑 빠진 시기가 있었지만, 이도 호불호가 있었고 인스타와 페이스북, 트위터 그룹으로 분리되었다가 지금은 다시 인스타와 유튜브로 수렴되는 듯 합니다. 실시간 소통에 지친 일부 세력이 빠져나와 다시 네이버 블로그로 귀향하기도 했습니다.


40대 이상은 두 당파로 쪼개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젊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이미지 짤 사용자와 더 이상 이 나라를 두고 볼 수 없어 목소리를 내는 사용자가 그것이죠. 서서히 페이스북에서 ‘사랑합니다’와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아름답습니다’ 댓글을 남기기 시작합니다.


예전엔 이게 뭔 쓸데없는 추파인가… 내지는 아니 나이 먹고 왜 저러는 거야?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들 세계에선 나름의 예의더라구요. 이때부턴 다양한 정치권 페이지나 언론사 페이지에 가입합니다. 특히 SBS 페이지에선 다양한 짤을 구경할 수 있는데, 좀 과격해지기 시작합니다. 생계와 가족이라는 무거운 책임의 무게가 그를 투사로 만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50대 이상부턴 자연물과 수산물, 진경산수화가 펼쳐집니다. 주로 모란꽃, 장미꽃, 안개꽃과 원색의 조화가 아름다운 초창기 짤방 이미지가 많아지고, 아름다운 문구들이 주를 이룹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한가위 두둥실 소원을 이루는 밤’ 등.

이런 거

60대 할아버지 할머니분들의 커뮤니티 에너지는 엄청납니다. 뭐랄까… 이 감성은 아직 제가 범접할 수 없지만 네이버 밴드와 카카오톡을 통해 끝도 없이 생산되는 거대한 세계임은 분명합니다. 일전에 선거캠프에서 일할 적에 느낀 건데… 정말 요즘 젊은 친구들은 따라가지도 못할 정도의 격렬한 댓글과 응원, 예의와 공격성을 동시에 지닙니다.


아마 제 나이 대의 사람들의 짤에서 아재의 정취를 느끼는 이유는 다음과 같겠습니다. 딱 30대 정도는 20대와 40대 그 경계선에 존재하면서 나이 들어감을 부정하는 위치인 탓도 있겠고. 아마 이쪽에 서야 할지 저쪽에 서야 할지 애매한 불안도 한몫하겠습니다. 점점 트렌드에서 밀려나는 듯한 기분과 그럼에도 삶의 굴레를 완전히 벗긴 어려운 상태죠.

웃긴 짤에서 아재 짤로 넘어가는 과정

보통 웃긴 짤에서 아재 짤로 넘어가는 과정은 이러합니다.


1. 들어는 봤지만 경험하진 않은 미디어 콘텐츠. 야인시대나 궁예 짤, 허준 등의 활용을 즐겨하는 경우. 또는 과거의 애니메이션. 이누야사의 가영이 짤, 나루토 짤, 디지몬 어드벤처, 포켓몬스터 등 마니아나 투니버스와 애니박스의 애니를 돌려봤던 사람들이 아니라면 잘 모를 만한 콘텐츠를 활용하는 경우가 될 것 같습니다.


2. 정치색이 섞여 있거나 사회 풍자적인 노선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닙니다. 조커를 보며 한국의 일상을 겹치기 위해선 직장에서 좀 찌들고 마이너스통장에 시달려보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빚에 시달리는 정도가 아니라, 누구나 이 정도 빚 있는 거 아냐? 같은 진리를 깨달을 무렵에야 웃을 수 있는 콘텐츠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연륜이 맥락을 만들어주는 경우죠.

3. 요즘엔 움짤도 좀 아재 느낌이 있습니다. 움짤은 쓸데없이 데이터를 많이 잡아먹는 데다가, 맥락을 알지 못하면 노잼인 경우가 많달까요. 아직까지 살아남은 움짤은 대부분 동물 콘텐츠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양이의 젤리 발바닥과 인절미들의 공격은 언제봐도 귀여우니까요.

4. 마지막으론 그놈의 줄임말과 한 템포 느린 유행어의 사용이랄까요. 사실 느리다기보단 아직도 쓴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막 그런 거 있잖아요. 명존쎄, 가즈아, 급식체 이런 거. 생각해보면 불과 몇 달 전에 유행했던 것들인데 사용이 사그러들고 2–3달만 지나도 그건 ‘예전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요즘입니다. 아예 옛날 콘텐츠라면 레트로 감성이라는 이름이 붙지만, 어중간한 철 지남은 유독 고개를 가로젓게 하죠.


말줄임도 그렇습니다. 이상하게 나이를 먹을수록 언어유희를 즐기게 되는 것 같아요. 인천 밑에 가좌 표지판을 보고 ‘ㅋㅋㅋㅋ인천 가좌래.ㅋㅋㅋ’ 이런 포인트 말입니다. 왜 이럴까요. 누가 논문으로 연구 좀 해주세요. 개인적인 소견으론 앞뒤 맥락을 이해해야 하고 뭔갈 배워야 이해할 수 있는 2차 콘텐츠보다, 직관적이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자꾸 앞글자만 따서 뭘 줄이려고 하고, 삼행시를 지으려고 하는 것이죠. 같은 이름이나 글자 나오면 막 좋아하고.

아재 감성이 느껴지지 않는 짤을 사용하는 법

그렇다고 이런 걸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사실 어떻게 해야 아재 감성이 느껴지지 않는지도 잘 모르겠고… 아니 사람이 나이를 먹었으면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지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친해지려면 또 마냥 젊은 콘텐츠만을 소비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물론 시대와 세대를 넘나드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고양이는 귀여운 것이었습니다. 엄마아빠와 연관된 짤들은 누가 봐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 같은 국가적 이슈도 그렇죠.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위아래 플러스마이너스 3살 정도의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간직한 ‘세대적 통념’이란 게 존재합니다. 이는 시대의 한 구간을 상징하는 메타포이기도 하고,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교두보가 되어주기도 하죠. 이는 내가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동시대 사람들이나, 같은 업종, 커뮤니티 안에서 통하는 유머 코드를 끊임없이 찾게 되는 것이죠.


어떤 짤을 사용하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합니다. 결국엔 피식과 유쾌함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니까요. 오늘도 핸드폰에 유쾌한 짤들을 저장하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노잼보단 피식이 낫잖아요. 거기에 더해… 궁극적으론… 뭘 보내도 아재가 보내면 아재 같습니다.

필자 박창선 (블로그, 페이스북)

비즈니스의 비주얼 브랜딩을 기획/제작하는 1인 기업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의 대표입니다^^ 로고부터 브로슈어, 리플렛, 브랜드 가이드, 아이콘, 키 비주얼, SNS 템플릿, 제안서, 회사 소개서 등 회사에 필요한 모든 결과물의 비주얼 기획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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