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 3권
지난해 10월 3일에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 속 형사 역을 맡은 마동석, 조선족을 연기한 윤계상과 진선규의 말투가 유행어가 됐다. 그리고 <범죄도시>는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책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미국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콜럼바인>, 소설가 김영하가 추천한 <인 콜드 블러드>까지. 영화 <범죄도시>를 재밌게 봤다면 이 책들도 궁금할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 3권을 소개해본다.
1. <콜럼바인>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 재학생 에릭과 딜런은 폭탄과 총을 가지고 등교한다. 곧 참사가 벌어진다. 소년들은 학교 곳곳에 폭탄을 터트리고 도망가는 친구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난사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13명이 죽고 24명이 다쳤다. 그들은 경찰이 포위해오자 주저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왜? 왜 그들은 친구들을 향해 총을 겨눠야 했을까?
이 책은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 발생 전후를 빠짐없이 기록했다. 2만 5천 페이지가 넘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정리했고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그렇게 10년이란 시간 동안 이 책을 쓰기 위해 시간을 쓴 것이다.
<콜럼바인>을 읽으면서 놀란 점은 세월호 참사 때와 사건 전후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는 점이다. 에릭과 딜런이 친구들에게 총을 쏘며 학교를 헤집을 때 경찰은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조차 못 했으며 학생들을 구해야 할지, 용의자들을 사살해야 할지 우왕좌왕했다. 학생들의 생명이 경각에 달한 급박한 순간에 하늘에선 방송국 헬기가 생중계하기에 바빴으며 도망쳐 나온 학생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사실 검증도 하지 않은 채 방송과 기사로 내보냈다. 그야말로 모든 게 아수라판이었다.
저자는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에릭과 딜런이 왜 그런 짓을 벌였는지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히고 있다. 그들은 소문대로 왕따도 아니었으며 이상한 종교에 빠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는데도 막지 못한 충격적인 전말까지 공개한다. 실제 사건이지만 마치 한 편의 소설 같았다.
2. <인 콜드 블러드>
1959년, 평화롭던 캔자스의 한 시골 마을, 한적한 농가에서 일가족 4명이 엽총으로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원한이나 금전에 의한 살인이 아니었기에 사람들의 충격은 더 컸다. 이 사건은 캔자스는 물론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소설가 트루먼 커포티는 이 사건에 큰 의문을 가지고 친구 하퍼 리와 함께 사건 현장을 찾는다. 그들이 체류하는 중 두 명의 범인이 체포된다. 잔인하게 일가족을 살해한 범죄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흉행을 저지른 것인가. 커포티는 경찰보다 집요하게 범죄자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신문이나 뉴스에서는 다루지 않은, 아니 다루지 못한 일가족 살인사건의 전말은 커포티의 방대한 인터뷰 내용을 통해 전해진다. 범죄자의 내면까지 풀어낸 새로운 르포르타주 형식의 소설 <인 콜드 블러드>는 사실이 담아내지 못하는 진실까지 비추며 사건을 재구성한다.
일가족을 살해한 범인들은 교수대에 올랐지만, 그들에게 엽총을 들게 한 진실은 해소되지 않았다. 커포티는 하나의 살인사건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범죄자 인터뷰라는 방법을 통해 세밀하게 써 내려간다. 조용한 시골 마을 이면의 그림자가 벗겨지는 순간이다. 이기심과 위선으로 가득한 마을의 그림자는 커포티의 작품이 아니고서는 누구도 알지 못했을 진실이다.
커포티의 집념이 완성한 이 르포르타주는 인간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데 탁월한 힘을 보여준다. 무라카미 하루키, 김영하 작가 등 당대 유명 작가들이 커포티를 최고의 작가로 꼽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3.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이 책의 저자 수 클리볼드는 1999년 4월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이다. (위 <콜럼바인> 내용 참고)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이 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꼽히는 이유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10대 학생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친구들이었을 그들은 순식간에 피해자와 살인자가 되었고, 친절한 이웃이었을 부모는 피해자 가족과 가해자 가족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경계로 나뉘어버렸다. 피해자 가족의 슬픔과 분노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가해자 가족에게 남겨진 수치와 불안, 죄책감과 슬픔의 굴레도 크다.
수 클리볼드는 아이를 잃은 슬픔보다 더 큰 가해자 가족이라는 손가락질 속에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왜 나의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일까 하고. 우울증이었다는 전문가의 소견은 그녀의 가슴을 더 후벼팠다. 그녀는 자신이 몰랐던, 알 수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을 아이의 병, 정확히는 아이 뇌의 병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콜럼바인이라는 호된 시련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나누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생각하고 이 책을 내게 되었다.
이 책은 콜럼바인 사건이 나기 16년 전부터 사건이 벌어진 후 16년, 도합 34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첫 장을 읽으면서 놀란 사실이지만 그녀는 절대 가해자 가족이 겪은 피해와 상실을 어필하거나 피해자들에게 글로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 면피하려는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담백하고 담담하게 사건을 나열하는 그녀의 글은 피해자들에게 말로 다 하지 못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내재된, 그러면서도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떻게든 애쓰고자 하는 어머니의 심정이 절절하게 전해졌다.
필자 김도윤
부지런히 읽고 쓴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나폴레옹, 그리고 술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