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압박 면접이 아닙니다, ‘면접 성희롱’입니다

압박 면접이 아닙니다, ‘면접 성희롱

출처: SBS

청년 취업률이나 청년 실업과 관련하여 예전에 유행하던 단어가 ‘이태백’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 유행하는 단어는 ‘인구론(인문계 90% 이상이 백수)’ 또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입니다. 그만큼 청년층의 취업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문과의 취업률이 최악인 상황에서 가장 취업이 어려운 취업준비생은 ‘지방대’ ‘인문계’를 나온 ‘여성 대학생’이라고 합니다. 취업 서류를 매월 30개 이상 제출해도 면접 보러 오라는 기업은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처럼 여성 지원자는 서류 통과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면접 보러 오라는 문자 메시지만 받아도 기분이 좋아지고 어렵게 잡힌 면접을 위해서 많이 노력합니다.

압박 면접이 아닙니다, ‘면접 성희롱

출처: 한국경제

그런데 뉴스나 블로그 기사 등을 보면 어렵게 면접을 본 여성 지원자가 면접 과정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업무와는 상관이 없는 질문을 하는데 질문을 받고 나면 성적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압박 면접이 아닌 ‘면접 성희롱’

압박 면접이라는 미명하에 면접관들은 면접 보는 여성 지원자에게 성희롱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특히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그 정도와 빈도는 심각하고 피해 사례도 다수입니다. 취업 과정에서 절대적인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 지원자는 성희롱을 감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압박 면접이 아닙니다, ‘면접 성희롱

출처: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

심지어 뉴스에 나온 면접관의 성희롱 질문이나 발언 중에는 이런 발언도 있었습니다.

압박 면접이 아닙니다, ‘면접 성희롱

이런 면접이 진행되면 지원자는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내가 이런 대우를 받으려고 비싼 등록금 내며 대학 다니고, 매달 토익 응시료 내고 스펙을 쌓았나.’

결국 불쾌한 면접 후 지원자는 눈물을 흘리면서 면접장을 나가는 경우도 있고요.

면접 성희롱?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는 많이들 알겠지만 ‘면접 성희롱’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회성 만남일 수도 있는 면접 과정에서 성희롱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면접 성희롱’은 비일비재합니다.

 

먼저 ‘성희롱’의 법적 정의부터 보겠습니다. ‘성희롱’에 관하여 법률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 법 제2조 제2호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을 이렇게 규정합니다.

압박 면접이 아닙니다, ‘면접 성희롱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위 규정만 보면 직장인이 아닌 취업 준비생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위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위 법 제2조 제4호에서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로자”란 사업주에게 고용된 자와 취업할 의사를 가진 자를 말한다.

따라서 취업할 의사를 가진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을 했다면 이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어떤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어떤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는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 [별표1]’에 자세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은데요. 면접 과정에서 문제 되는 사항은 주로 언어적 표현 부분입니다.

압박 면접이 아닙니다, ‘면접 성희롱

그런데 위 기준도 추상적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판단은 쉽지 않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성희롱 행위 여부는 가해자의 의도 여부와는 무관하게 합리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해당 언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라고 판단(05진차1061, 06진차181, 07진차854)합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떨까요?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역시 명확하지 않습니다. 결국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정한 후 과연 그와 같은 발언으로 인하여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예컨대 위 영화 속 장면에서 “남자친구 있어요?”라는 질문은 부적절한 질문이기는 하지만 성희롱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연애한 게 언제에요?”라는 질문은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부장과의 사랑… 육체적 관계….”라는 질문은 100% 성희롱입니다.

압박 면접이 아닙니다, ‘면접 성희롱

출처: 동아닷컴

결론

문제 되는 발언의 법률적인 판단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더욱 문제 되는 것은 입증의 문제입니다. 취업준비생이 면접을 본 뒤 면접관을 성희롱으로 고소하거나 진정한 경우 면접관이 성희롱한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까요? 단체 면접이 아닌, 위 영화처럼 면접관 2명에 취업준비생 1명인 사례의 경우는 어떻게 입증해야 할까요?

 

참고로 고용노동부가 ‘면접 성희롱’의 대비 방법 또는 면접 노하우라고 알려준 내용을 소개합니다.

 

  1. 질문: “성희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2. 모범 답안: “최근 성희롱 관련 재판도 많고,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 사원에게 곤란을 당한 회사도 있습니다. 성에 대한 가벼운 말 정도라면 신경 쓰지 않겠고, 농담으로 잘 받아칠 정도의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너무 지나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상대방에게 완곡하게 대화하여 제 생각을 표현하겠습니다.”

 

이게 뭔지.

필자 유재민 (블로그, 페이스북)

중앙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공익법무관, 현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전문분야는 기업법무, 조세법, 형사법.

오늘의 실시간
BEST
ppss
채널명
ㅍㅍㅅㅅ
소개글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 pps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