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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민주주의: 왜 자꾸 바보들이 선거에서 승리할까?

※ 이 글은 가디언에 실린 「Democracy v Psychology: why people keep electing idiots」를 번역한 것입니다. 칼럼 저자인 딘 버넷( @garwboy)은 “민주주의는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완벽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치인’이란 직업은 그다지 이미지가 좋지 않습니다. 물론 자업자득인 경우가 많지만, 모든 정치인이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 사회가 완전히 무너지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정계에는 분명 수많은 바보들이 존재합니다. 사라 페일린이나 테드 크루즈 같은 자들이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8년 간 대통령을 지낸 자의 바보같은 언행을 모아 찍은 달력이 잘 팔릴 정도인 미국은 이 분야의 대표 주자입니다. 영국이라고 뭐 사정이 더 나은 것도 아닙니다. 마이클 고브, 크리스 그레일링, 그랜트 샵스, 제레미 헌트 등 수많은 예가 있고, 노동당의 멍청한 짓이나 극우 정당인 영국독립당이 활개치는 것을 보면 상황은 자명합니다.

 

당장 수도 런던의 시장인 보리스 존슨만 해도 어설프고 엉뚱한 언행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많은 분들이 존슨 시장은 사실 광대 흉내를 낼 뿐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이고 그래서 위험하다고 지적하실 겁니다. 하지만 이는 곧 아주 똑똑한 사람도 바보 행세를 해야 정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줄 뿐이죠.

 

세상이 도대체 왜 이런 것일까요?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똑똑한 사람이 대표자가 되어 최선의 해결책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일텐데 말이죠. 그러나 현실은 많은 사람들이 의심스러운 지적 수준을 가진 자들에게 끌린다는 것입니다. 그 배경에는 이념적,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금전적 요인들이 모두 작용하고 있지만, 심리적인 요인도 분명 이러한 현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자신감 있는 사람이 설득력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법정 상황을 분석한 수 많은 연구에서 배심원들은 소심해보이는 증인보다 자신만만한 증인의 말을 믿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죠. 연구 결과를 차치하고서라도, 자동차 대리점의 영업 사원이나 부동산 업자들이 매일매일 생활 속에서 증명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정치인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홍보 및 언론 활동은 자신감에 초점을 두어 이뤄지고, 자신감과 확신에 가득찬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정치인들은 공격 대상이 되기 일쑤입니다.

심리학과 민주주의: 왜 자꾸 바보들이

무지에서 나오는 막연한 자신감

그러나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에 의해, 멍청한 사람들은 지나친 자신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멍청하고 무지한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지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멍청함과 무지를 알아차리지 못해 자신만만한 태도를 갖게 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반대로 자신의 결함을 인지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자신감 넘치는 사람을 당의 대표로 내세우고 싶다면 똑똑한 사람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못 됩니다.

 

물론 자신만만한 멍청이를 앞세우는 것에도 위험이 따릅니다. 거짓말을 하다가 들킨 경우,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신뢰 면에서 훨씬 더 큰 타격을 입는다는 사실도 밝혀졌으니까요. 정치인들의 이미지가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겁니다.

 

수많은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사회를 이끌어나간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아주 많죠. 그러나 지금과 같은 미디어의 시대에, 그 복잡한 일을 방송용으로 짧게 요약,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면으로 쉽게 잡아낼 수 있는 정치인의 성격이 더 큰 주목을 받는 것이죠. 그러니 멍청한 사람은 TV 화면에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그렇기 때문에 높은 설득력을 갖고, 표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지적이고 복잡한 주제나 토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떤 어려운 주제에 대해 말을 보태고 참여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죠. 문제는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사람들의 참여를 필수로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성격 연구에서 사람들은 목적지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내가 어떤 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느낌은 아주 강력한 동기 부여로 작용합니다.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도 그러한 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똑똑한 사람이 등장해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들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곧 소외감을 느낍니다. 이때 자신만만해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하면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파킨슨이 이야기한 사소함의 역설(Law of Triviality)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보다, 이해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에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게 됩니다. 그래야만 자신의 영향력과 기여도를 더 많이 실감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어려운 문제를, 부정확하게라도 짧고 간단하게 정리해주는 사람이 표를 가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심리학과 민주주의: 왜 자꾸 바보들이

허경영 후보는 이 때 약 10만표나 얻었다(…)

심리학과 민주주의: 왜 자꾸 바보들이

아직도 주목받는 우리의 허경영. 모든 게 노림수라거나, ‘허경영의 선견지명’같은 추측들은 아직도 나오고 있다.

조지 W. 부시의 자질로 많이 거론되는 것이 바로 “사람들이 맥주 한 잔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반면 엘리트주의는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사람들은 표준에서 벗어난 사람이 나라를 이끌어간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고, 그래서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섞여들어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의식적인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속한 집단을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논리와는 상관없이 듣기 싫은 말을 듣는 것을 싫어하죠.

 

또한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서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어떤 점에서 누군가보다는 우월하다는 느낌을 필요로 합니다. 똑똑한 사람이 복잡하고 불편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덜 똑똑한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자신의 무의식적 편견을 강화시켜주는 말을 하는 것이 더 어필하는 이유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이 이런 듯합니다. 물론 현상을 더 잘 설명하려면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해야겠지만, 그랬다간 이 칼럼이 너무 어렵고 복잡해질 테고, 그래서는 많은 사람이 읽어주지 않으리라는 것, 여러분도 잘 아시겠죠.

필자 뉴스페퍼민트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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