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에서 배우는 기업 경영 원칙 7가지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만화책은 무엇입니까?”
누군가 인생 최고의 만화를 물어보았을 때 수많은 사람이 떠올릴 이름, 오랜 세월이 지나도 마음속에 새겨져 있을 그 이름, 아마 〈드래곤볼〉일 것이다. 어릴 적에는 단순히 드래곤볼을 모으기 위한 손오공과 친구들의 좌충우돌 스토리라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지나고 그 안의 심오한 뜻을 깨달아갈 때마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기업 경영에서도 예외가 아닐 터. 〈드래곤볼〉에서 배우는 기업 운영 원칙 7가지를 알아보자.
1. 끊임없이 혁신하라: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다
손오공이 무천도사와 싸울 때만 해도 마인 부우같은 괴물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
생각해보면 초반부터 상당한 강자로 나오는 손오공조차도 늘 고난을 겪으며 성장해갔다. 처음에는 무천도사의 벽에 가로막히고 그 이후엔 천진반, 피콜로 대마왕, 피콜로 대마왕 주니어, 라데츠, 베지터, 프리저, 셀, 마인 부우까지. 내 주변에서 내가 최강이 된 것 같고 모두를 따돌렸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세상에 또 다른 강자는 지속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는 GE의 전설적인 CEO였던 잭 웰치가 한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리가 그 시장에서 1위라면, 시장의 범위를 넓혔을 때도 우리가 1위인지 생각해 보아라.”
혹시 당신의 기업이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고 자만하고 있지는 않은가?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당신의 기업은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2. 프리저가 보여주는 올바른 리더십
그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매우 훌륭한 리더다. |
이미 이 내용은 유명할 것이다. 프리저는 〈드래곤볼〉에서 악당으로 등장하지만 손오공과 그 친구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럴 뿐이고 실질적으로는 전 세계, 아니 전 우주를 아우르는 CEO인 것이다. 너무나 막강한 프리저는 거대한 조직을 움직이는 리더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1. 언제나 직원들에게 존댓말을 쓴다. 극도로 흥분한 상태가 아닌 이상 존댓말을 쓰고 늘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모습에서 직원들은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낄 것이다.
2. 실패한 자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 자봉이 베지터를 물에 빠뜨리고 생사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돌아온 것을 가설만으로 짐작해 캐치해내고, 실수한 자봉에게 다시 베지터를 사로잡을 기회를 부여한다. 조직에서 실패하더라도 바로 책임을 묻지 않고 기회를 주는 대인배적 면모다.
3. 자신의 직원에게 자율권을 부여한다. 5인의 팀으로 이루어진 기뉴 특전대에게 다른 행성 공략을 지시하고 전적으로 위임했다. 이 역시 직원들이 업무에 오너십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인 것이다.
이외에도 프리저가 보여준 참리더로의 모습은 많지만 이는 세간에 떠돌아다니는 무수한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니 이쯤 줄이고자 한다. 다만 프리저 부하들이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갑질 논란’의 타산지석형 교훈을 일깨워주니 이것 역시 명심하자.
3. 기뉴의 체인지: 기획, 개발, 서비스 사이 격 없는 커뮤니케이션 필요성
회사의 각 조직이 유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면 몸 따로 영혼 따로 놀게 된다. |
자신의 전투력이 최대 12만인데, 18만이 넘는 전투력을 보여준 손오공의 몸을 보고 반한 기뉴는 영혼을 뒤바꾸는 기술 ‘체인지’를 통해 손오공과 신체를 뒤바꾼다. 하지만 손오공의 신체로 기를 컨트롤할 줄 모르던 기뉴는 온 힘을 다해보아야 2만 3,000이라는 나약한 전투력밖에 발휘하지 못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떠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기획과 개발, 그리고 개발 이후의 생산 및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각각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어도 조직간 활발한 소통 없이 사일로(Silo)화되어 있다면 결코 전체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없다.
4. 사이어인들의 한계 돌파: 과감한 인재 영입 및 M&A의 필요성
어린 손오반도 나메크 장로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
지구인과 달리 사이어인은 지구인과 매우 흡사한 외모를 가졌음에도 수천 배에서 수천만 배까지의 전투력을 지닌다.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것도 있고, 태생이 지구인과는 다르게 태어난 덕도 있지만 이런 이들도 타인의 도움을 받았다.
실제로 손오공이 최초로 피콜로와의 전투에서 패배했을 때는 카린이라는 성인의 도움을 받은 후 피콜로를 무찌를 수 있었다. 손오반은 나메크성 장로가 잠재력을 깨워 준 이후 분노해 1단 변신한 프리저와도 대등히 싸울 수 있었고, 후에는 할아버지 계왕신이 1단계 더 잠재력을 끌어내어 준 끝에 (잠시나마) 마인 부우와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수련해도 손오공을 따라잡을 수 없던 베지터는 결국 바비디의 마술을 빌려 결코 도달할 수 없던 초사이어인 2의 경지에 다다랐다.
우리는 조직 내부에서 해결하려 노력해보지만 매우 해결이 어렵거나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는 문제에는 과감한 외부 인재 영입, 컨설팅 프로젝트 실행, M&A 등을 통한 외부 역량 확보도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내부의 힘만으로 자연스레 성장하는 시기는 지났다. 발 빠르게 변화하는 무한 경쟁 환경에서 역량이 되는 이상 타인, 타 조직의 힘을 레버리지하는 게 결국 우리 조직을 더욱 빠르게 성장시킬 원동력이 됨을 잊지 말자.
5. 사탄의 마인 부우 다루기: 틀 밖에서 생각하라
모두가 싸움을 해결 방법으로 생각할 때 오히려 가까워지는 전혀 새로운 접근법을 선보인 미스터 사탄. |
마인 부우는 실로 위험한 존재였다. 셀을 꺾어버린 손오반조차도 그에게 크게 패배했고, 주인공인 손오공도 혼자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어 베지터와 합체하는 등 모두가 버거워하는 상대였다. 하지만 모두가 마인 부우를 격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단 한 명만이 다른 생각을 해냈다. 바로 인간계 격투 챔피언 미스터 사탄이다.
사탄은 (초기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마인 부우와 지속적으로 친해진 다음 그가 세상을 파괴하고 사람을 죽이는 일을 단지 ‘재미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근인을 발견한 사탄은 그가 단순히 재미로 하는 일이 나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해서 비극이 일어났다는 걸 알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통해 다시는 사람을 죽이거나 세상을 파괴하지 않을 것이라는 MOU를 받아내기에 이른다(물론 지나가던 엑스트라 때문에 이 MOU는 곧 파기 되지만).
모두가 정형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통해 더 손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어느 비누 공장에서 비누가 포함되지 않은 빈 박스를 잡아내기 위해 값비싼 엑스레이 투과기를 라인마다 설치했는데 한 직원은 박스 앞에 선풍기를 놓아 빈 박스가 날아가게 했다는 일화는 (실화가 아닐지언정) 이미 유명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방법만이 유일한 방법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6. 피콜로의 재생력: 주요 가치에 집중하라
피콜로는 두뇌만 무사하면 재생이 가능하다. |
피콜로는 팔이 잘려도, 심지어 온몸이 다 부서져도 ‘두뇌만 무사하면’ 몸을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사업 다각화가 다양한 곳에서 이윤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우리의 조직과 우리 조직이 하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지하고 다각화를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혹여나 우리의 비즈니스가 우리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조직의 주요 가치가 명확하다면 전체 조직이 무너지지 않고 다시 성장할 수 있다.
7. 바비디의 실책: 후배에 대한 존중
지금 후배가 영원한 당신의 후배는 아니다. |
마도사 비비디의 아들 바비디는 자신의 아버지가 창조한 ‘몬스터’ 마인 부우를 자신의 수족처럼 부린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 해도 전략을 담당하는 사람과 실행을 담당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나뉘기 마련이다. 자신이 전략 쪽에서 더 많은 일을 하는 사람, 또는 자신이 조직의 누군가보다 높은 사람이라 해서 실무자나 후배를 인간적으로 대접하지 않는다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지속적으로 쓴다면?
바비디처럼 부우에게 비극적으로 죽임당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그는 당신을 결코 좋은 사람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좁은 세상에서 평판은 돌고 돈다. 설령 지금 당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당신이 상사일지언정, 영원히 당신이 그 사람의 상사일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마치며
단순한 만화책이라기에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너무나 많은 교훈을 담은 〈드래곤볼〉. 이번 겨울에는 다시 한번 추억 속의 〈드래곤볼〉을 펼쳐보면 어떨까?
어릴 적부터 프로그래머를 꿈꾼 끝에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를 간신히 진학했으나, 천재적인 주변 개발자들을 보며 씁쓸함을 삼키며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이후 프리젠테이션에 큰 관심을 보여 CISL을 만들며 활동을 계속 하더니, 현재는 경영 컨설턴트의 길을 걷고 있다.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가끔씩 취미 삼아 프리젠테이션 강의를 하고 있으며, 이런 좌충우돌 지식들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퍼펙트 프리젠테이션’이라는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