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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ㅍㅍㅅㅅ

난 이랑의 수상소감이 불편했다

한국대중음악상도 올해로 벌써 14회째다. 대상격인 ‘올해의 앨범’ 상의 영예는 조동진의 ‘나무가 되어’의 차지였으나, 가장 빛나는 스포트라이트는 그가 아니라 좀 엉뚱한 사람에게 돌아갔다.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을 수상한 이랑이 바로 그 주인공.

 

그는 수상소감을 말하러 나온 자리에서 “1월에 (전체) 수입이 42만원, 2월에는 96만원”이었다며, “상금을 줬으면 감사하겠는데 상금이 없기 때문에 상패를 팔아야 할 것 같다”고 즉석 경매에 나섰다. 실제로 이 상패는 현장에서 50만 원에 낙찰되었다.

 

이 파격적인 퍼포먼스는 음악인이자 영화 감독, 만화가이기도 한 그의 경제적 곤란을 가감없이 보여주었고, 트위터 등 sns는 예술가들의 빈곤함을 해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냈다. 뭐 여기까지는, 재미있는 해프닝.

난 이랑의 수상소감이 불편했다

상패를 즉석 경매로 판매한 뒤 기뻐하는 이랑.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그에 앞서 이랑은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을 두고 이렇게 촌평하기도 했다.

“친구가 돈, 명예, 재미 세 가지 중에 두 가지 이상 충족되지 않으면 가지 말라고 했는데 시상식이 재미도 없고 상금이 없다.”

“명예는 정말 감사하다.”

한국의 그래미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와 함께 시작된 한국대중음악상이지만, 사실 그래미와 비교하면 그 현실이 초라하다. 멜론 뮤직 어워드나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같은 다른 시상식은 대형 음원사나 방송사를 등에 업고 화려한 무대와 퍼포먼스로 좌중을 압도하지만, 한국대중음악상은 그런 거 없다. 인기있는 아이돌의 팝 음악보다 정말 평론가들에게 인정받는 인디 음악이 주로 수상자로 결정되는지라 주목도도 낮다. 그리고 그건 한국대중음악상의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 음악계의 현실이 그렇기에 어떻게든 없는 돈과 자원을 쥐어짜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그렇게 겨우 꾸려낸 음악인들의 잔치에 “재미도 없고 돈도 없다”고 면전에서 지적하는 것은 무례하다. 이 시상식 무대 아래에는 사람들이 있다. 힘겹게 한국대중음악상이란 무대를 만들어내고, 조명받지 못하는 음악인들을 발굴해 어떻게든 빛을 비춰주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 노력이 재미도 없고 돈도 없는 무가치한 것으로 폄하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한편 이랑은 이후 트위터에 “트로피 경매 댓글 중 상당수가 ‘돈 안 되는 음악하면서 불평하지 말고 돈 되는 일을 해라’”였다며, “제가 봤을 때 돈 되는 일 = 한남으로 태어나기”라고 썼다. 한남은 한국 남자의 약칭인데, 한국 남성들을 모멸할 의도로 쓰는 멸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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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 트윗은 삭제된 상태다.

물론 돈 되는 일을 하라는 댓글들이 답이 없는 꼰대질인 건 사실이지만, 저 맥락에서 뜬금없이 남성에 대한 멸칭이 끼어드는 것도 당혹스럽다. 여성의 사회생활이 여전히 두꺼운 유리천장에 가로막혀 있으며, 여성의 경제력이 남성에 비해 떨어지는 현실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음악인들의 빈곤 문제에서 성차별 문제를 꺼내는 건 엉뚱하다. 이랑의 음악을 남성이 불렀다면 갑자기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더 큰 돈을 벌 수 있었을까. 난 모르겠다. 성 차별 문제는 중요한 이슈이지만, 모든 이슈를 “그건 성 차별 때문”이라고 무작정 수렴하는 게 썩 이성적인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아마 인터넷은 좀 더 즉각적으로, “한남 같은 말을 쓰다니!” 하고 분노할 것이고, 이를 두고 또 어떤 사람들은 “거 봐라, 한남들이 또 난리”라며 그들끼리 조리돌림할 것이다. 논의의 깊이가 한 단계 이상 들어가지 못한다. 참 재미없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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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임예인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노동자의 세상을 꿈꾸는 (전 편집장 겸) ㅍㅍㅅㅅ 노조위원장. 그러나 과업에는 태만하고 두목에게 술이나 뜯어먹고 다닌다는 첩보가 입수된 바 있다. 경쟁매체 슬로우뉴스에서도 세작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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