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없고 알맹이만 있는 ‘알맹상점’에 놀러 오실래요?”
이주은 알맹상점 대표./사진=서은수 인턴 기자 |
"알맹상점은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를 슬로건으로 포장재 없이 제품만 구매하는 가게에요."
지난해 6월 마포구 망원동에 플라스틱 환경운동을 하는 세 사람(이주은, 고금숙, 양래교)이 모여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의 문을 열었다. 오픈 당시 “하루 평균 손님 10명~20명 정도만 찾아주면 유지할 수 있겠다”며 “망하지만 말자”는 목표로 시작했던 알맹상점은 이제 하루에 평일 기준 50명~60명, 주말 기준 100명 이상의 많은 손님들이 찾는 망원동 핫플레이스가 됐다. 화장품, 비누, 샴푸, 세제 등 약 500여 종의 제품을 포장재 없이 판매하는 알맹상점을 다녀왔다.
알맹상점은 담아갈 용기를 가져오면 필요한 만큼 담아 구매할 수 있게 했다./사진=서은수 인턴 기자 |
제품 구매하면 따라오던 비닐을 ‘함께 쓰는 에코백’으로
몇 년 전 대형마트에서 비닐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가 있었다. 하지만 시장은 해당 사항이 없어 시장 상인들은 여전히 비닐을 많이 사용했다. 담아갈 용기를 가져가도 우선 비닐에 포장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주은 대표는 “비닐 사용 여부를 내가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닐 대신 집에 잠자는 에코백을 활용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망원시장 상인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망원시장 내 34개의 상점이 함께하기로 했다.
상점에서는 에코백을 기부받아 비닐봉투 대신 사용한다. 반드시 에코백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 중심에서 나타난 유의미한 변화다.
그러다가 포장재가 많이 발생하는 공산품을 벌크로 가져다 두고 필요한 만큼 가격을 지불하고 가져가는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했다.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전국 각 지역의 관심 있는 사람들도 찾기 시작했다. 이들 중에는 자신이 거주하는 마을에서 같은 모델을 도입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 대표는 “가치를 이해해도 수익이 일정치 않고, 유지비용이 높아 접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직접 해보자고 생각해 시작했다”고 전했다.
용기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사진=서은수 인턴 기자 |
알맹상점을 이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자신이 쓰던 용기를 버리지 않고 가져와 내용물만 구매하는 방식과 매장에서 재사용 용기를 구매해 필요한 제품을 담아가는 방법이다. 이주은 대표는 말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자신이 사용하던 용기를 가져와서 제품만 담아가는 방식이에요. 하지만 미처 용기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매장에서 기부받아 살균소독이 된 용기를 비치해 두고 사용할 수 있게 안내하고 있어요."
이 대표는 “환경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랐던 사람들이 알맹상점을 방문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알맹상점 매장 내부./사진=서은수 인턴 기자 |
“젊은사람들이 환경문제에 관심 없다고요?”
"처음 문을 열 때 타깃은 신혼부부, 어린아이를 양육하는 젊은 부부였어요. 하지만 대부분은 20~30대이고 10대 손님도 있어요."
청년들에게 알맹상점은 놀이터다. 벌크 제품을 구매하고 쓰레기 관련 퀴즈를 맞추며 환경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이 대표는 “젊은 고객들과는 쓰레기 문제에 대해 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왜 리필제품을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드리고, 재사용이 안 되는 제품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며 “처음에는 귀찮고 힘들다고 하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용기를 세척해 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장마가 길어지면서 기후위기,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환경보존에 기여할 방법을 몰랐던 젊은층들이 알맹상점을 찾고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20~30대 청년들은 ‘내가 무심코 한 행동으로 내가 피해를 받는구나’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젊은이들의 인식은 실천 단계로 넘어가고 주변 지인이나 가족들에게도 확산된다.
최근 대기업들도 벌크판매, 리필판매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늘고 있다./사진=서은수 인턴 기자 |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변화는 시작됐다
"내가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조차 변하지 않으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되물어요. 우리는 환경과 뗄 수 없는 곳에서 살고 있는데 환경을 무시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최근 벌크판매, 리필판매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런 대기업의 움직임을 이 대표는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화장품 등 관련 업계에서 환경문제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마트에서도 (제품을 벌크로 판매해) 무포장으로 살 수 있는 매대를 만드는 시도 등이 작지만 중요한 변화의 과정이다. 대기업에서 할 수 있는 게 있으니 각자의 위치와 역량을 바탕으로 (환경문제를) 풀어가면 좋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주은 대표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바뀌면 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도 바뀌는 게 보인다”면서 “서로의 변화를 응원하고 같이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은 대표는 “요즘은 일반 소비자가 환경을 위해 기업에 방식의 개선을 요구하고, 기업에서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변화를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문: 이로운넷 / 작성: 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