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법조계에만 존재한다는 특이한 점심 문화의 정체
국내에서 보기 드문 법조계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드라마 비밀의 숲인데요. 시즌 1의 흥행에 이어서 올해 방영된 시즌 2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올해 10월 막을 내렸습니다. 드라마의 흥행과 함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법조계 근무환경부터 그들만의 문화까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요. 특히 우리나라 법조계에만 존재한다는 특이한 점심 문화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일까요?
법조계에 입사하자마자 막내 검사, 변호사들은 일명 밥 총무 역할을 맡게 되는데요. 밥 총무는 부서의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 예약과 식비 모금, 정산을 도맡아 처리하는 일을 합니다. 최근에는 밥 총무에 관해 문제 제기가 이어져 문화가 바뀌었지만 과거에는 말석 업무평가보다 밥 총무 실적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았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밥 총무를 맡은 말석 검사는 출근과 동시에 그날의 메뉴 고민부터 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메뉴가 정해지면 내부 메신저를 통해 부원들에게 몇 시까지 어디로 오라고 전달을 하죠. 참석하겠다는 답장이 오고 나면 참석자 리스트를 만든 후 인원수에 맞춰 식당 예약을 하고 모인 동료들을 식당으로 인도하는 역할까지 합니다.
밥 총무의 고충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고심 끝에 정한 메뉴지만 “어제 부장님 술 드신 거 모르냐”, “날도 더운데 무슨 뜨거운 국물을 먹냐” 등의 핀잔이 돌아오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시간 내에 모이지 않는 선배들의 방문을 일일이 두드리는 것도 밥 총무의 역할이었죠.
하지만 이러한 밥 총무의 이미지가 처음부터 안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밥 총무라는 문화의 취지가 선후배 사이의 정보 공유와 소통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죠. 원래는 신입 검사나 변호사가 선배 방에 들어서서 식사 여부를 묻고 인사를 건네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거나, 서로 안부를 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또한 밥 총무가 모든 돈 계산을 처리하지 않고 식사 비용은 주로 회사가 지원하거나 선배들이 해결하는 문화였는데요. 음식 메뉴를 고르는 것 역시 식사를 할 인원들이 로비에 모여 민주적으로 메뉴를 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대개는 밥 총무가 메뉴를 결정하지만 누구든지 먹고 싶은 음식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었죠.
하지만 점점 밥 총무 문화가 변질됨에 따라 법조계 신입 검사, 변호사들은 “팀장에게 식당 5개를 제안해도 결국엔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 간다”, “ 이럴 거면 왜 막내에게 밥 총무를 시켜 식당을 정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의견을 나타내며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네티즌들 또한 “조직 문화가 너무 권위적이다”, “신입에게 너무 가혹한 문화다”라는 의견을 내비쳤죠.
결국 이러한 밥 총무 문화는 2017년 신입 검사의 민원으로 대부분 사라지게 되었는데요. 대신 해당 부장 검사실 실무관이나 검사들이 요일마다 돌아가면서 총무 역할을 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검찰 간부는 부서마다 다니면서 밥 총무를 없앴는지 물으며 확인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죠.
최근에는 선후배끼리 두세 번 정도 같이 먹는 요일을 정하는 게 대세가 됐다고 하는데요. 법원의 경우에는 친한 부장판사끼리 밥 조를 꾸려 따로 먹거나 함께 먹는 날엔 메뉴 발제가 부담스러울까 봐 알아서 식당 예약을 하는 부장들도 생겼습니다. 지방의 한 배석판사는 “ 막내가 총무를 맡아 식당 예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센스 있는 부장님들은 먼저 식당을 잡아 주시기도 한다”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