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만 달러 현금뭉치’…고개숙인 타이거 우즈, 파안대소 필 미켈슨
판돈 900만 달러(약 101억 원)가 걸린 세기의 이벤트에서 필 미켈슨(48)이 연장 4홀 승부 끝에 타이거 우즈(43)를 꺾었다.
필 미켈슨은 한국시간 24일 새벽,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섀도 크리크 골프클럽(파 72)에서 열린 빅 매치에서 영원한 ‘황제’ 타이거 우즈를 누르고 900만 달러를 독식했다.
두 선수는 한 때 세계 남자 골프계를 주무르던 슈퍼 스타다. 전성기는 한참 지났지만 그 인기만큼은 지금도 전성기 못지 않다. 이번 빅 이벤트가 성사 된 배경이다. 세계 랭킹 1, 2위를 다투던 두 선수가 지금은 12위(우즈), 27위(미켈슨)으로 처져있지만 둘의 매치 플레이는 세계 골프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대만큼 승부도 후끈했다. 정규 18홀을 다 돌고도 둘의 스코어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 16번홀까지는 미켈슨이 유리했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의 승부 본능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파3 17번홀에서 에이프런에 걸린 공을 웨지로 공략 한 게 그대로 홀컵에 들어갔다. 둘의 승부를 올스퀘어로 만드는 회심의 버디였다.
500야드(약457미터)로 설계 돼 투 온이 가능한 18번홀에서는 둘이 나란히 버디를 잡아내 결국 연장으로 갔다.
연장전은 18번홀에서 열리긴 했지만 티잉그라운드가 달라졌다. 93야드(약85미터) 거리에 있는 퍼팅 그린을 특설티로 이용했다. 망가질까봐 함부로 뛰지도 못하게 하는 퍼팅 그린 위에 티를 꽂고 웨지샷을 4번씩이나 날렸다.
연장 3번째 홀에서 변화가 감지 됐다. 우즈의 샷은 계속 길어 그린 에이프런에 떨어졌다. 버디 퍼팅이 홀컵을 살짝 지나 50cm가 넘는 꽤 까다로운 거리에 멈췄다. 미켈슨은 2미터가 넘는 거리에서 버디 퍼팅을 시도했지만 이 또한 홀컵 한 뼘 옆에 섰다. 타이거 우즈의 파 퍼팅 실패를 기다려 볼 수도 있었지만 미켈슨은 크게 인심을 써 컨시드를 줬다.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미켈슨은 연장 4번째 홀에서 승부를 끝낼 조짐을 찾았다. 타이거 우즈의 티샷이 2미터 남짓한 거리에서 내리막 퍼팅을 남겼고, 필 미켈슨의 공은 1.2미터 거리의 오르막 퍼팅을 할 수 있는 자리에 멈췄다. 우즈의 공은 홀컵 우측으로 힘없이 굴렀고, 미켈슨은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900만 달러를 건 빅 매치를 허락한 두 선수는 캐디와 함께 경기 내내 옷깃에 마이크를 달고 있었다. 캐디와 선수간에 전략을 짜는 하는 대화는 물론이고,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생생하게 안방에 전달 됐다. 미켈슨은 전성기 때의 ‘큰 벽’ 타이거를 900만 달러 빅매치에서 넘어서고 있었다.
[OSEN=강희수 기자]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