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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축구’가 무엇인지 판단은 아직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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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새로 잡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은 어떤 축구를 추구할까? 이기는 축구를 좇는다고 할지, 아니면 멋진 축구를 탐한다고 할지 어떠한 대답을 내놓을까 궁금했다. 두 차례 시험대에 오른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뚜렷하게 나타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딱 부러지게 대답하기엔, 아무래도 난처한 질문이긴 하다. 이김과 멋짐을 아우른 축구를 구현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감독은 적지 않을까 모르겠다. 양자를 접목해 완성체로 융합한 축구를 실제로 표출한다는 건 지극히 어려운 과제임을 다들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나 자신의 축구 철학이 녹아든 축구를 보이고 싶다”라고 무난하게 대답하는 감독이 대부분일 것 같다.


2022 카타르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에서 나타난 흐름도 이런 경향을 부채질한다. 화려함보다는 실속 있는 축구를 표방한 ‘실리 축구’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을 휩쓴 큰 흐름이었다. 2010년대 전 세계를 관통했던 ‘점유율 축구’는 실리 축구에 왕좌를 내주고 물러서야 했다. 팬들을 도취시켰을 뿐만 아니라 볼 점유율을 극대화한 ‘티키타카(Tiqui-Taca)’가 ‘승리의 미학’에 밀려 도태된 모양새였다.


‘공격 축구’를 표방한 클린스만, 승리를 추구하는 속내도 드러내


클린스만 감독이 앞으로 어떤 작품을 창출할지를 엿볼 수 있는 스케치를 선보였다. 지난 24일 콜롬비아(울산·2-2 무)와 28일 우루과이(서울·1-2 패)를 상대로 한 친선 A매치를 통해 자신이 그려 나갈 작품의 구상을 펼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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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점을 줄 만한 첫걸음이었다. 1무 1패에 3득점 4실점의 겉으로 나타난 결과물은 신통치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볼 때, 수작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먼저, 상대의 질적 수준이다. 우루과이와 콜롬비아 모두 남미의 강호로서, FIFA 랭킹이 우리보다 더 높다. 우루과이는 16위(이하 2022년 12월 22일 기준), 콜롬비아는 17위다. 이에 비해 한국은 25위다. 아시아에서 가장 FIFA 랭킹이 높은 일본(20위) 역시 순서를 바꿔 두 국가와 맞붙어 1무 1패에 그친 점에 비춰서도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내용 면에서 훌륭했다는 점이 전적의 열세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클린스만호’는 두 경기 내내 멋들어진 콤비 플레이를 잇달아 펼쳐 양 구장(울산 문수·서울 월드컵)을 가득 메운 구름 관중의 찬탄과 박수갈채를 자아냈다. 손흥민의 콜롬비아전 프리킥 골을 비롯해 3득점 모두 환상적이었다. 또한, 비록 VAR에 의해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긴 했어도, 두 차례씩 우루과이 골망을 흔들었던 과정은 보기 드문 환상적 플레이로 아쉬움을 더했다.


그러나, 허술한 수비는 발목을 잡았다. 느슨한 대인방어와 미숙한 위치 선정으로 네 골씩이나 내준 점은 ‘옥에 티’였다. 두 경기 모두 주도권을 잡고 상대를 몰아붙였으나, 승리와 연(緣)을 맺지 못한 주된 원인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를 종잡기 힘든 건 두 경기 운영을 둘러싼 판이함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A대표팀 사령탑에 앉으며 표방한 대로 ‘공격 축구’에 바탕을 둔 전술을 운용했다. 팬들의 눈을 의식한 멋진 축구를 선보이려는 의중을 구태여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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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루과이전 선수 교체에 있어서 만큼은 승리를 좇음이 드러났다. 이 경기에서, 교체 선수는 3명(손준호·조규성·오현규)에 지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손준호는 전반 35분께 부상당한 정우영 대신 들어왔다. 물론, 조규성과 오현규 모두 공격수이므로 공격 축구에 걸맞은 선수 교체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모의고사인 친선 경기였다. 더구나 자신이 지휘봉을 잡고 나선 첫 2경기였다. 선수 면면을 잘 파악하지 못한 마당에, 보다 폭넓은 선수 교체가 이뤄져야 하지 않았을까? 순수하게 5명을 교체했던 첫판 콜롬비아전에 대비하면 어딘가 수긍이 가지 않는 대목이었다. 콜롬비아는 5명을, 우루과이는 4명을 각각 교체한 바 있다. 취임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클린스만 감독이 벌써 승리에 굶주리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클린스만 감독은 일단 첫걸음을 잘 내디뎠다고 본다. 스케치에 걸맞게 멋진 모습을 화폭에 담음으로써 화끈하고 멋들어진 축구를 원하는 팬들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 성공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위업을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한국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앉은 감독은 모두 7명이다. 이 가운데 첫 2경기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수장은 4명이다. 요하네스 본프레러,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백, 파울루 벤투 감독은 모두 1승 1무로 성공적 데뷔 무대를 가졌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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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긴 해도, 맞상대의 수준을 고려한 상대성을 감안하면 클린스만 감독은 무난하게 첫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내용 면에선, 가장 빼어난 첫 작품을 출품했다는 평까지 들었으니, 흡족할 수도 있겠다. 다음엔, 어떤 모습의 작품을 내놓을지 기다려진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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