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메시와 교집합 이루는 이강인, 그 공통부분은?
디에고 마라도나(사망)와 리오넬 메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쉬운 질문이다. 즉각적으로, 대답이 나온다. ‘축구 황제’로서 한 획을 그은 불세출의 ‘넘버원’ 스타다. 역대 가장 걸출했던 선수를 꼽으라면 당연히 거론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폴 포그바는 어떤가? 역시 빼어난 선수들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할 만하다. 아구에로는 골 감각에서, 포그바는 균형적 공수 재능에서 각각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존재들이다.
마라도나, 메시, 아구에로, 그리고 포그바는 시대를 건너뛰어 공통집합으로 엮인다. 공통 요소는 무엇일까? 하나의 대회다. 바로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을 토양으로 개화했다. 이 대회에서, 넷 모두 골든 볼을 수상했다. 마라도나는 1979 일본, 메시는 2005 네덜란드, 아구에로는 2007 캐나다, 포그바는 2013 튀르키예(터키) 대회에서 각기 으뜸의 재능을 펼치며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안았다.
이강인(RCD 마요르카)은 한국 축구의 밝은 앞날을 이끌 핵심 기대주다. ‘축구 신동’으로 불리는 그가 이들 쟁쟁한 월드 스타들과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이 있다. 그 역시 FIFA U-20 월드컵 골든 볼 수상자라는 공통부분으로 묶인다. 2019 폴란드 대회에서, 이강인은 창의적 플레이로 전 세계 축구팬을 매료하며 골든 볼 계보를 이었다.
하루하루 안타까운 이강인, AFC U-23 베스트 11 선정 계기로 정착할 둥지 빨리 마련해야
이처럼 이강인을 비롯한 다섯 명은 U-20 월드컵 골든 볼을 매개로 해서 적집합을 이룬다. 구태여 차이점을 밝힌다면, 마라도나를 필두로 한 네 명은 팀을 정상으로 이끌면서 개인적으로 최고의 영예인 골든 볼까지 거머쥐었다. 이에 비해 이강인은 팀은 준우승에 그쳤으나, 자신은 MVP에 자리했다. 어찌 보면 이강인이 그만큼 더욱 환상적 플레이를 자아내며 마력(魔力)을 뽐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포스트 U-20 월드컵 위상을 보면 이강인은 다른 네 명에 비해 천양지차다. U-20 월드컵이라는 옥토에 씨앗을 뿌린 마라도나, 메시, 아게로, 포그바는 그 뒤 모두 만개했다. 반면 이강인은 열매는커녕 꽃조차 피우지 못하고 있다. 다른 네 명이 프로 무대는 물론 국가대표로서도 눈부신 각광을 받으며 꽃길을 걸어간 데 반해, 이강인은 잊힌 존재에 가까울 만큼 험난한 가시밭길 속에서 초라한 행보를 밟으며 허덕이는 모습이다.
비교 자체가 웃음거리로 비칠 정도다. 그나마 유명세가 덜한 포그바와 대비하는 것조차도 언감생심이랄까.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정상까지 밟았던 포그바는 4,800만 유로(한화 631억 원·이하 7월 12일 환율 기준)의 시장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받는다(이하 트랜스퍼마크트 산정 기준). 2019년 6월엔, 1억 유로(1,314억 원)까지 시장 가치가 올라갔던 포그바다.
이강인의 현 시장 가치는 600만 유로(79억 원)에 불과하다.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가 2019년 9월로, 폴란드 U-20 월드컵 골든 볼 수상의 후광에 힘입어 2,000만 유로(263억 원)까지 치솟았다. 포그바와 비교했을 때 2년 전 5분의 1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8분의 1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2021-2022시즌, 이강인은 스페인 라 리가 30경기에 모습을 보였다. 선발과 교체 각 15경기씩 출장해 1,411분(경기당 평균 47.0분)을 소화하며 1골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따금 예의 날카로운 창의적 패스워크를 선보이긴 했어도, 그의 잠재한 역량을 헤아리기엔 너무나 흉작이었다. 평균 평점도 6,41점(후스코어드닷컴 기준)으로 팀 내 15위에 불과했다.
소속 팀에서 미미한 활약은 태극 전사 발탁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지난해 3월 한·일 정기전에 소집된 이래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눈길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쯤 한국 축구의 장밋빛 미래를 짊어질 주역으로 성장했어야 할 터인데, 더딘 성장에 발목이 잡힌 그가 무척 안타깝다.
이강인은 그래도 여전히 그 발전 가능성을 크게 인정받는다. 트랜스퍼마크트가 시장 가치로 뽑은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베스트 11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한 데서도 그의 잠재력이 높게 평가받음을 엿볼 수 있다(표 참조).
2021-2022시즌이 끝난 뒤, 이강인은 다시 솔솔 흘러나오는 이적설에 휩싸였다. 발렌시아 B(2017~2019년)→ 발렌시아(2019~2021년)를 거쳐 마요르카(2021년~)에 깃을 사렸던 그였지만, 아직 둥지로까지 자리매김하지는 않은 듯싶다. 그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새 보금자리가 빨리 나왔으면 싶다. 그 자신을 위해서나 한국 축구를 위해서나 반드시 실현돼야 할 그 날이 기다려진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