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주는 상에 경찰특진, '청룡봉사상' 또 강행
[단독]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심사하는 상에 바로 1계급 특진 혜택
노무현 정부 때 중단됐지만 MB정부 들어 바로 부활
작년 국감서 민주당 강창일·홍익표 의원 '부적절' 지적
경찰 검토 끝에 "다른 부처 유사 사례 많아…올해도 수상 방침"
일선 경찰들 "오해 살 거면 없애는 게 맞다"
조선일보가 주최해 경찰관에게 특진 혜택을 주는 '청룡봉사상'이 집권 여당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그대로 강행돼 논란이 예상된다.
청룡봉사상은 고문 수사관으로 악명을 떨쳤던 이근안이 받았던 상으로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사회부장이 심사위원으로 포함돼 있다. 보수 언론이 주최하고 심사하는 상에 경찰 1계급 특진까지 주어지는 것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가 됐고, 여당 의원들도 수차례 개선을 촉구했다. 하지만 경찰은 올해도 공고를 내고 수상자를 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청룡봉사상 홈페이지 캡처) |
조선일보 주는 상에 경찰 특진…여당 수차례 '개선 필요' 지적
경찰청은 지난달 26일 본청과 각 지방청에 '오는 5월3일까지 청룡봉사상 대상자를 선정해 추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내렸다.
지난 1967년 시작해 올해 53회째인 청룡봉사상은 조선일보와 경찰이 공동주최한다. 충(忠)·신(信)·용(勇)·인(仁)·의(義) 5개 부문 수상자를 뽑는다. 충상과 신상, 용상은 경찰관이, 인상과 의상은 시민이 받는다. 수상자는 상금 1000만원을 받고, 경찰은 1계급 특진까지 한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 경찰청장이 시상식에 참석해 상금을 수여하고 계급장을 직접 달아줘 왔다. 고 김근태 전 의원을 고문한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1979년 충상을 수상했다.
청룡봉사상은 지난해 7월 민갑룡 경찰청장 청문회에서 문제제기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조선일보가 주는 상을 받으면 1계급 특진한다 이게 말이 되냐"며 "이러면 어떤 일이 생기는 줄 아느냐? 특정 언론사하고 유착관계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청룡봉사상의 문제점을 다시한번 환기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경찰과 언론사의) 유착이 생길 수 있다는 게 문제"라면서 "상을 받으면 특진시켜주는 게 아니라 특진한 사람에게 상을 주라는 취지다. (지금은) 순서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홍익표 의원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관련된 유정방씨나 고문 수사관으로 유명한 이근안씨, 부림사건 관련 송성부씨 등이 충상을 받았고, 2000년대 이후에도 공안 경찰관들이 상을 받았다"며 "심사위원으로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사회부장 등이 포함되는데, 대상자 공적 요지와 감찰 내용까지 심사 자료로 제공돼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
노무현 정권서 중단됐다가 이명박 정권에 부활…경찰들 "오해 살 바엔 없애라"
언론사가 주최하고 심사하는 상에 경찰관 계급 특진까지 주어지는 것은 그 자체로 부적절할 뿐 아니라 유착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경찰청은 조선일보 심사위원들에게 후보에 오른 경찰관들에 대한 세평이나 감찰 자료까지 제공해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조선일보사의 상을 받고 특진한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한다니, 국민들이 경찰을 믿을 수 있겠냐'며 청룡봉사상 폐지를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이런 논란을 받아들여 경찰청이 공동주최를 철회하면서 2년(41~42회·2007~2008년) 동안 선발을 멈췄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곧바로 상은 부활했다.
국정감사 당시 민갑룡 경찰청장은 문제점을 인정하면서 개선 요구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지만 경찰청은 올해에도 선발공고를 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 차원에서 지난 2월에 내부 논의는 했지만 다른 언론사와 정부 부처가 함께 진행하는 사례가 많아 유지를 결정했다"며 "다만 경찰관에 대한 세평이나 감찰 자료는 민감성 등을 인정해 올해부터 조선일보에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작 일선 경찰들은 청룡봉사상의 시상 기준에 의구심을 표하는 등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다.
일선서 팀장급 간부는 "받으면 특진한다는 것만 알고, 별 관심이 없다"며 "누가 어떤 기준으로 심사하고 수상하는지 공개된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일선 경찰서 경감은 "괜한 오해 받을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현장에서 고생하는 경찰 대다수와 무관한 상이다. 시민들로부터 유착 얘기가 나온다면 없애는 게 맞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