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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배우들은 왜 지상파 드라마를 믿고 거를까

지상파서 얼굴 보기 힘들어지는 톱스타들

넷플릭스·tvN·JTBC로 자연스레 발길 돌려

"지상파 드라마들, 이미 경쟁력 잃어버렸다"

인재·자본 '엑소더스'…"소유 구조 바꿔야"

유명 배우들은 왜 지상파 드라마를 믿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왼쪽)과 JTBC 드라마 '라이프' 포스터(사진=tvN·JTBC 제공)

지상파 TV 드라마에서 인지도 높은 배우들을 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흐름이다. 오히려 영화 매체 중심으로 활동하던 배우들이 tvN·JTBC 등 비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유명 배우들의 발걸음은 왜 지상파를 외면한 채 비지상파 드라마로 향하고 있을까.


이 물음에 문화평론가 김성수는 20일 "요즘 세간에 도는 이야기를 한마디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진단을 이어갔다.


"지금 드라마 제작사가 (투자를 받기 위해) 맨 처음 찾아가는 곳이 넷플릭스다. 그 다음이 tvN, JTBC, 지상파 방송사 순이다."


결국, 거대 자본과 유통망으로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주무르는 넷플릭스의 영향권에 한국 역시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전 세계 시장에 유통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작품과 배우들에게 충분히 배팅할 수 있는 자금력이 있고, 세계 시장 진출을 돕는 거대 유통망까지 지닌 넷플릭스에 드라마 제작사들이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배우들 입장에서도 넷플릭스 드라마 출연은 호재로 여겨질 법하다. 전 세계 유통망을 통해 나라 밖으로 자신의 얼굴을 알림으로써, 광고 등 부수적인 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까닭이다.


김성수는 "가령 넷플릭스를 통해 동남아 시장에 '미스터 션샤인'이 알려졌다고 치자"며 "이를 계기로 극중 주인공 김태리씨가 해당 지역에서 인지도를 높인다면 광고 출연 등으로 커다란 수익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 넷플릭스가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자체 콘텐츠를 잘 숙성시켜 내놓는 노하우 역시 입증됐기 때문에 (국내 드라마 제작자들이) 그곳을 가장 먼저 찾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tvN과 JTBC는 그간 트렌드를 선도하는 드라마를 여럿 선보이며 그 영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워 왔다. 막대한 자본과 참신한 주제로 유명 배우는 물론 재능 있는 작가·연출자 등을 끌어안는 데 힘을 쏟은 결과물이다.


김성수는 "tvN은 현재 넷플릭스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자본과 가장 영향력 있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채널이고, JTBC 역시 최근 선보인 '라이프' '미스 함무라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으로 드라마 채널로서 인지도가 확 올라갔다"며 "그만큼 커다란 자본을 들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는 반증"이라고 부연했다.


"그야말로 tvN은 '케이블의 우두머리', JTBC는 '종편의 우두머리'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지상파 드라마는 이미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불순한 정치적 의도 앞에서 문화 희생시킨 자충수로 몰락"

유명 배우들은 왜 지상파 드라마를 믿

최근 발행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노보. MBC본부는 "MBC 파괴 주범 최기화와 김도인이 방문진 이사로 선임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사진=MBC본부 제공)

앞서 살펴본 넷플릭스와 tvN, JTBC 드라마의 급부상과 지상파 드라마의 몰락은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를 두드러지도록 만든 근본 원인이 존재할 터이다. 김성수는 지난 10년 가까이 불순한 정치적 의도 앞에서 문화를 희생시켰던 지상파 방송사의 자충수를 지목했다.


"드라마는 결국 돈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선점하기 위한 과감한 결단성까지 포함된다. 그런데 지상파 드라마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잃어버린 상태다."


그는 최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신임 이사에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MBC에서 요직을 지낸 최기화 전 MBC 기획본부장, 김도인 전 MBC 편성제작본부장이 자유한국당 추천 몫으로 합류한 것을 그 단적인 예로 꼽으며 비판 강도를 높였다.


"부적격 인사들이 신임 이사로 들어간 방문진 아래에서 MBC가 제대로 굴러가겠나. 정치적으로 경도된 탓에 드라마에 조금이라도 정치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다 싶으면 공격해 왔으니, 좋은 드라마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제대로 전개해 볼 수도 없다."


김성수는 "지금 지상파 드라마의 몰락은 지난 10년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 이전에 쌓아둔 브랜드 이미지로 견뎌오던 것이 박근혜 정권 들어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이미 만들어놨던 기획들을 모조리 소진하고, 인재들이 모두 떨어져 나가고, 살아남은 몇몇 인재들에게 과부하가 걸리는 악순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불순한 정무적 태도가 문화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길을 아예 가로막고 있는 지상파 드라마 환경에서, 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김성수는 "MBC의 경우 이 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정치적 이해집단으로 전락한 방문진이 더이상 MBC를 좌지우지하도록 하면 안 된다"며 "결국 소유 구조를 해결해 줘야 하는데, 이는 KBS 역시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지금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는, 이를 테면 제작비를 5억원으로 모조리 획일화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좌판을 까는 것이 윗자리로 꽂아 줄 수 있는 권력자 등에게 줄을 대기 가장 편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드라마에서는 참신한 소재를 다루거나 인지도 있는 배우들을 기용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는 "지금처럼 지상파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시청률을 낼 수 있겠나. 이를 깨기 위해서는 나름의 결단을 빠르게 내릴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소유 구조를 바꿔서 정치로부터 무관해지는 것이 그 길"이라고 강조했다.


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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