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해서 살림살이 나아졌나 봤더니
단계적으로 이루어진 조직을 통해 재화 등을 판매하는 것을 ‘다단계 판매’라고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공개한 ‘2019년도 다단계판매업체 주요 정보’에 따르면 정보공개 대상 다단계 업체는 130곳입니다.
각 업체에 등록된 판매원 수는 834만 명에 달하는데요. 다단계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 중에 ‘누구나 최고 등급이 돼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들의 호언처럼 834만 명은 부자가 됐을까요?
지난해 다단계 업체 130곳의 매출은 전년보다 0.15% 늘어난 5조2,284억원입니다. 그중 3조7,060억원이 한국암웨이, 애터미, 뉴스킨코리아 등 상위 10개사에 몰렸는데요.
빈익빈 부익부, 판매자들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될 수 있을 거라던 부자의 꿈은 극소수에게만 해당됐을 뿐. 대다수 판매자의 살림살이는 거의 달라진 게 없었지요.
다단계 업체에서 보수와 비슷한 의미로 지급하는 돈을 후원수당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후원수당을 받은 판매원은 단 152만 명. 81.7%에 해당하는 판매원은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후원수당을 받은 사람들은 부자가 됐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해 총 후원수당은 1조7,804억원이었는데요. 후원수당을 받은 사람 중 상위 1%가 9,745억원을 가져갔습니다.
1인당 평균 6,410만원이 상위 1%에게 돌아간 셈. 하지만 후원수당을 받은 판매원 중 99%에 해당하는 151만 명에게 돌아간 금액은 평균 53만원에 그쳤습니다.
그마저도 127만 명은 50만원이 채 안 되는 후원수당을 받았습니다. 결국 834만 명의 판매원 중 고액의 연봉자가 된 이는 상위 1%도 안 되는 셈. 다단계로 살림살이 나아지기? 어림도 없었습니다.
혹시 다단계 가입을 권유받았거나 이미 고민하고 있나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달콤한 제안을 본인의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다단계의 정점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는 점 정도는 명심해야겠지요?
이석희 기자 se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