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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진 “미스트롯, 금수저 아닌 그들의 간절함···”

TV조선 제작본부 국장

아내의 맛-연애의 맛-미스트롯 ’대박’

뉴시스

서혜진 국장

“TV조선 예능, 왜 이렇게 잘 나가나?”


서혜진(49) TV조선 제작본부 국장은 요즘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지난해 SBS에서 TV조선으로 옮긴 뒤 ‘아내의 맛’, ‘연애의 맛’, ‘미스트롯’까지 3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그 동안 TV조선은 보도·교양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지만, 서 국장 영입 후 예능물 전성기를 맞았다.


“하하하. 사실은 거품”이라며 “나는 살이 8㎏이나 쪘다. 야근을 많이 해서 그런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시청률 지상주의는 아니다. 하지만 “대중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선보여야 한다”는 믿음은 확고하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다른 건데 내가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남들 다 나팔바지 입을 때 나 혼자 스키니를 입으면 안 된다. 간혹 후배 PD들 중에 프로그램이 작은 성공을 거뒀을 때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시청자들이 이거 좋아했어’라며 자기 착각에 갇혀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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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국장은 지난해 6월 TV조선에서 스타 부부 리얼리티쇼 ‘아내의 맛’을 처음 선보였다. SBS에서 연출한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동상이몽’의 추자현(40)·우효광(38)에 이어 한·중 부부 함소원(43)·진화(25)를 섭외한 점도 비슷했다. 더욱이 처음에는 ‘아내의 맛’ 제목이 자극적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관찰 예능물이 대세이지 않느냐? 다 똑같을 수밖에 없다. 대신 우리는 ‘요리를 첨가해보자’고 했다. 함소원, 여에스더, 이하정 등 아내들이 요리를 못해 기획 의도를 살릴 수 없었다. 대신 남편들이 요리를 잘해 의외의 재미 요소가 많았다. 프로그램이 1년 이상 하면 시청자들이 질려 하는데, 계속 출연자들을 변화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래도 ‘아내의 맛’은 함소원 부부가 스토리텔러 역할을 하며 지탱해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관찰 예능은 출연자 섭외가 관건이다. 최근에는 ‘아내의 맛’에 개그우먼 홍현희(37)·인테리어 블로거 제이쓴(33), 탤런트 조안(37)·IT업계 CEO 김건우(40), 탤런트 양미라(37)·사업가 정신욱(39) 부부를 투입했다. ‘연애의 맛’을 통해 결혼한 탤런트 이필모(45)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서수연(34) 부부 섭외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섭외는 항상 힘들지만, 이제 ‘TV조선도 예능을 만든다’는 인식이 생겨 조금 나아졌다. “스타들이 사생활 공개를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이필모 부부를 섭외하고 싶다”면서 “얼마 전에도 ‘아내의 맛’ 제작진과 함께 이필모씨네 가서 어필하고 왔다. 수연씨는 임신 중이어서 배가 많이 나온 상태다. 곧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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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맛’은 리얼리티를 강조한다. 시즌1에서 그룹 ‘코요태’의 김종민(40)은 기상캐스터 황미나(26)와 관계를 정리했다. 서 국장은 “이필모씨처럼 다 결혼해야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우리는 연애의 모든 걸 보여준다”고 짚었다.


23일 첫 방송되는 시즌2에는 그룹 ‘H.O.T’ 출신 장우혁(41)과 탤런트 오창석(37), 이형철(48)이 새 멤버로 투입된다. 탤런트 고주원(38)은 시즌1에 이어 비연예인 김보미(27)씨와 만남을 이어간다. 스타들의 데이트 상대는 주변을 수소문해 찾는다. 서 국장은 “제2의 이필모 커플이 탄생할 것”이라고 귀띔, 기대감을 부풀렸다.


“‘연애의 맛’은 커플들에게 포커스를 많이 맞춘다. 방송이지만 출연자들이 중간에 촬영인 걸 잊게 만드는 노하우가 있다. 일단 카메라를 안으로 집어넣지 않는다. 최대한 멀리서 지켜본다. 커플들이 서로 감정에 집중하도록 하고, 의도적인 연출은 거의 하지 않는다. 출연자마다 연애 방식이 있는데, 제작진은 거기에 맞출 뿐이다. 비연예인 섭외도 잘 한다고? 이필모씨 장모님이 또 괜찮은 분 있다고 해 만나보기로 했다. 우리가 결혼정보회사는 아니지만, 지인의 지인을 통해 소개 받고 제작진도 검증한 사람이어서 스타들도 신뢰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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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홍자, 송가인, 정미애

‘미스트롯’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첫회 시청률 5.9%(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로 출발, 10회는 18.1%로 막을 내렸다. 송가인(33), 정미애(37), 홍자(33) 등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하며 트로트 열풍을 일으켰다. 이미 하반기 남성 출연자들을 앞세운 ‘미스터트롯’ 제작도 확정했다. “‘미스트롯’이 이 정도로 인기를 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며 “‘연애의 맛’ 시간대에 편성됐는데, 트로트는 어른들도 좋아해 ‘연령대가 조금 높아지겠다’고만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단순히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물론 1등을 뽑지만, ‘재미있는 버라이어티쇼를 만들자’고 마음 먹었다. 그 동안 케이블·지상파 할 것 없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종편에서는 히트친 게 없어서 도전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MBC에서 ‘나는 가수다’를 연출한 문경태(40) PD와 시너지 효과를 냈다.


‘미스트롯’ 오디션 참가자들은 대부분 ‘흙수저’ 출신이었다. 아이돌 그룹을 준비하다가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거나, 데뷔했지만 무대에는 거의 못 서고, 무명으로 지방 곳곳의 행사를 떠돈 이들이 많았다. 서 국장과 문 PD는 엠넷 등에서 시작된 ‘악마의 편집’은 지양했다. “출연자들이 절박함을 이용해 장난을 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미스트롯’에는 금수저가 아무도 없었다. 비주류인 사람들의 간절함이 시청자들에게 통한 게 아닐까. 다들 ‘미스트롯’을 갑자기 기획한 줄 아는데, 지난해 9월부터 방송 밑에 스크롤을 띄워 참가자를 모집했다. 송가인씨도 어머니가 그 스크롤을 보고 나가보라고 했다더라. 1등을 차지한 송가인씨가 예선전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심사위원들의 리액션도 어마어마했다. 어머니가 가인씨 꽃가마 타고 가는 꿈을 꿨다고 하더라. 홍자씨의 감성 트로트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줄은 몰랐다.”


‘미스트롯’은 미인대회 콘셉트를 차용했다. 일각에서는 참가자들의 의상 관련 선정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 국장은 이 부분만큼은 동의하지 않았다. “요즘 음악 프로그램만 봐도 걸그룹이 핫팬츠 의상을 입고 춤을 추지 않느냐”면서 “오히려 송가인, 홍자 등은 친친 싸매고 나왔다. 이런 논리라면 수영 선수들이 경기 때 수영복도 입지 말아야 한다. 시청자들에게 항의 받은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 국장은 일부 스타 PD들처럼 같은 장르의 프로그램만 선보이지 않는다. 그 동안 SBS에서 ‘스타킹’(2007~2013), ‘도전 1000곡’(2012~2013), ‘동상이몽’ 시즌1~2(2015~2018)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노하우를 쌓은 덕분이다.


“다른 예능 PD들은 비연예인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드는 걸 무섭다고 한다. 그런데 난 ‘스타킹’을 하면서 이들이 가진 힘을 알게 됐다. 비연예인들의 간절함 등이 프로그램에 스토리텔링으로 갔을 때 폭발하는 힘이 있지 않느냐. 이걸 오디션 프로그램에 접목한 게 ‘미스트롯’이다. 관찰 예능보다 오디션이 원래 전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느냐?’, ‘트렌드를 어떻게 따라가느냐?’고 묻는데, 내가 만드는 예능은 트렌디하지 않다. 난 대중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한다. 자기만족하려고 프로그램을 만들면 안 된다. 회사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리고 스스로 쪽팔리지 않는 퀄리티를 만들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다.”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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