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한 위워크에 소송당하고 담보잡히고…'미다스의 손' 손정의 어디갔나
손정의, 주가 폭락으로 보유주식 60% 담보 잡혀
위워크와 소송전·임원들 연이어 사임…"투자기업 중 15곳 파산할 것"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AFP=뉴스1 |
글로벌 투자업계의 큰손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거듭된 투자 실패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다스의 손'이라는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본인이 투자한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로부터 최근 소송을 당한 데 이어 소프트뱅크의 주가 폭락으로 인해 금융회사에 약속한 담보 비율까지 늘렸다.
재정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손 회장은 향후 투자에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보이며 비전펀드를 통한 투자 활동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비전펀드는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출자해 만든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이다.
소프트뱅크 주가 폭락으로 보유주식의 60%를 담보로 잡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0일 소프트뱅크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 주식을 담보로 빌린 40억달러(약 4조85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크레디트 스위스와 다이와 증권, 노무라 증권, 미즈호 증권 등에 자신이 보유한 소프트뱅크 주식 중 60%를 담보로 맡기기로 했다.
40억달러는 손 회장이 '비전펀드 2호'에 50억달러(약 6조625억원)를 추가 투자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투자금의 80%를 대출금으로 충당했다는 것.
그러나 최근 연이은 투자 실패와 코로나19로 소프트뱅크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마진콜'에 대비하기 위해 담보 비율을 늘린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설명했다. 마진콜은 금융기관에서 가격 변화에 따른 추가 증거금(보증금) 요구를 뜻한다.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지난달 19일 4년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지면서 시가 총액은 510억달러(약 61조8375억원)로 급감했다. 손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도 약 110억달러(약 13조3375억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23일 4조5000억엔(약 51조7000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과 함께 최대 2조엔(약 22조3636억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소프트뱅크 주가는 지난 10일 기준 4347엔(약 4만8607원)으로 지난달 19일 대비 62% 급등했다.
소프트뱅크, 위워크와 소송전까지...손정의 "투자 기업 중 15곳 파산할 것"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 © AFP=뉴스1 |
주가는 반등했지만 소프트뱅크 앞에 놓인 길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회계연도 3분기(4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비전펀드 투자 손실이 크게 늘면서 7001억엔(약 7조828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공유오피스 업체인 위워크의 기업공개(IPO) 실패와 우버와 슬랙, 디디추싱 등 투자한 업체들이 고전하면서 비전펀드 사업에서의 손실만 5726억엔(약 6조4026억원)이 발생했다.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에 대해 30억달러(약 3조6375억원) 규모의 주식을 공개매수하려다 철회했다. 소프트뱅크는 철회 이유로 Δ위워크가 미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 Δ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악화 Δ합의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뿔난 위워크는 소프트뱅크에 소송을 걸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 약속 이행이나 보상금을 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게다가 소프트뱅크의 임원들까지 자리를 떠났다. 지난달 비전펀드의 미국 매니징파트너인 마이클 로넨이 사임한 데 이어 데이비드 테브논 파트너와 미셸 혼 등 최고인사책임자(CPO), 캐롤라이나 브로차도 런던 지역 파트너까지 올해에만 4명의 임원들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리며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손 회장의 이미지도 희미해지고 있다. 손 회장은 최근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전펀드는 투자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현금 투입을 중단할 것"이라며 "투자한 기업 중 15곳은 파산할 것"이라며 자신의 투자 실패를 인정했다.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