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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평양 질주, '문자'로 확인해야하나…갑갑한 남북전

축구대표팀, 15일 오후 5시30분 평양서 북한과 월드컵 예선

한국 취재진 및 중계진에 초청장 발급 안해…생중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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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대표팀은 중국을 경유해 평양에 도착, 오는 15일 북한과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3차전을 치른다. 2019.10.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9년 만에 평양에서 펼쳐지는 남북한 남자 축구대표팀 간의 공식전은 결국 '깜깜이 경기'가 되는 것일까. 생중계 가능성이 많이 떨어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경기 결과를 '문자 중계'도 아닌 '문자'에 의존해야할 지도 모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오는 15일 오후 5시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조별리그 3차전을 갖는다. 두 팀은 1, 2차전을 모두 승리, 나란히 2연승을 달리고 있다. 공히 상승세 속에서 펼쳐지는 맞대결이다.


북한 땅에서 열리는 남북대결이라는 사실 자체로 주목도가 크다. 지금껏 남자축구 A대표팀 간 남북 대결이 북한에서 펼쳐진 것은 지난 1990년 9월11일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의 '남북 통일축구'가 유일하다. 29년 만의 재현이다. 그때는 친선경기였으나 이번에는 실전이니 경기의 무게감이 똑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7월 2차예선 조주첨 결과 남과 북이 한조에 편성됐을 때, 북한이 한국과의 홈 경기를 허락할 것인지가 1차 관심사였다. 참고로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아시아지역 3차예선과 최종예선에서 남북이 모두 같은 조에 편성됐으나 당시 북한이 한국과의 홈경기를 거부, 3국인 중국에서 경기를 벌인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북한은 지난 8월 “한국과의 3차전을 10월15일 오후 5시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겠다”고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알렸다. 자연스레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축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는데 경기 날짜가 임박해가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감독과 선수를 포함해 지원 스태프 등 선수단과 직접적인 관계자들의 방북은 일찌감치 승인됐으나 응원단을 포함해 취재진과 중계진에 대한 초청장 발급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계속해서 메일을 보내는데, 선수 관련 협조는 언급을 하면서도 취재진 이야기는 쏙 빼놓는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러던 지난 11일 축구협회는 "오늘 오후 4시 기준, 이 시간 이후 북한에서 연락이 온다 해도 여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협회는 이번 평양원정의 기자단 방북은 최종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무산됐음을 알렸다. 그래도 경기 영상은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으나 이제는 그것도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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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이강인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대표팀은 중국을 경유해 평양에 도착, 오는 15일 북한과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3차전을 치른다. 2019.10.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번 경기의 중계 권리는 북한이 가지고 있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단계에는 AFC가 중계권과 티켓 판매권 등을 가지고 있으나 2차 예선까지는 개최국 축구협회가 권리를 행사한다. 대한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북한축구협회 쪽에서 중계권료를 터무니없게 높게 불러도, 자신들 스스로 '돈 안 벌어도 좋으니 중계권 판매하지 않겠다'고 해도 딱히 손 쓸 길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북한축구협회 쪽에서 배짱을 부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내 지상파 3사의 에이전시가 북한에 들어가 최종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방송 관계자는 이미 지난주 "북한이 터무니없이 높은 중계권료를 요구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중계가)어렵다고 보고 있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29년 만의 역사적인 평양 남북 축구대결이 '깜깜이 경기'로 전락할 상황에 놓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일단 14일까지는 방송국의 결정을 지켜보려 한다"고 말하면서도 "만약의 경우도 준비하고 있다. AFC 홈페이지에 경기 요약이 올라오기는 하겠지만 팬들이 알고 있는 '문자중계' 수준은 아니다. 아마 북한에 동행하는 우리 스태프를 통해서 경기 소식을 들어야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평양에 있는 스태프가 서울에 있는 협회 직원에게 경기 소식을 전하면 협회에서 다시 국내 취재진에 문자로 전달하는 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방방곳곳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일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2019년인데 허탈한 웃음이 나오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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